매거진 막 여행

자전거 탄 풍경

진짜 보는 여행

by 미뇽

처음 비행기를 타고 바다를 건널 땐, 소인국이나 대인국처럼 너무 달라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곳에 발을 들일 줄만 알았다. 그런데 기대와 달리 낯선 나라에서 마주한 다른 색깔의 껍데기 속 같은 알맹이들. 사람 사는 곳이 어디나 똑같다는 할아버지의 말을 그때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비슷한 것들 속에 서서히 물들어가는 시간이 지나자, 그제야 무엇이 어떻게 왜 다른지를 알게 되었다. 요새는 그런 비스무리한 다른 것들을 찾는 재미로 여행을 떠난다. 이번 일본 여행도 마찬가지였다.


KakaoTalk_Photo_2017-04-04-15-38-37_22.jpeg


우리나라에서도 일본에서도 횡단보도를 건널 땐 소리가 난다. 삐삐삐삐, 우리나라에선 그 소리가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빨리 건너라는 신호의 마무리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일본은 여기서 하나가 다르다. 소리가 나는 건 같은데 소리가 나는 시점이 다르다. 신호가 바뀌자마자 삐이 삐이 삐이 짹 짹 짹 거리는 소리가 난다. 막 초록불로 바뀌었으니 어서 건너라는 신호의 시작이다.


KakaoTalk_Photo_2017-04-04-15-38-39_0.jpeg


도로 위 피아노 건반을 밟는 기분으로 우리나라와 비스무리한 횡단보도를 건너며 나는 이 사소한 차이가 참 재밌어 웃었다. 나라별로 다른 문화는 이 작은 차이들이 모여 생긴다. 제대로 시작하고 그 시작에 대해 무지한 책임을 개인에게 묻는 일본과 시작이 미비할지라도 마무리에 힘을 주는 우리나라가 곳곳에 있다.


담배나 술을 사는 것도 그렇다. 일본 편의점에선 19금 물품을 살 때 신분증 검사는 잘 하지 않는다. 다만 동의 여부를 묻는 화면이 뜬다. 책임이 구매자에게 있다는 화면. 우리나라는 책임이 판매자에게 있기 때문에 반드시 신분증 검사가 이루어진다. 어떤 부분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할지 굉장히 다른 나라다. 이럴 때 보면 우리나라는 개인에게 많은 책임을 전가하면서, 그만큼 많은 신뢰를 하진 않는다.


KakaoTalk_Photo_2017-04-04-15-38-31_24.jpeg


비슷한데 다른 것. 처음엔 우리나라의 안 좋은 면과 일본의 좋은 면을 비교하지만, 나중엔 우리나라의 좋은 면과 일본의 안 좋은 면을 대보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한다. 자전거를 많이 타고 다니는 일본이 처음엔 자연 친화적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리고 나름의 감성이 좋았지만 사실 이유는 따로 있다. 교통회사가 중구난방인 일본은 우리나라처럼 공영 시스템으로 지하철이 돌아가지도 않는다. 당연히 환승시스템이 잘 되어있지도 않아 어쩔 수 없이 돈을 아끼려면 자전거 페달을 힘차게 굴려야 하는 것이다.


여행은 항상 이런 식이다.

처음엔 보고 싶은 모습을 보다가 나중엔 정말 제대로 보게 된다.

다음 여행에서 나는 또 무엇을 보게 될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제주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