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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뇽 May 03. 2017

새로운 적폐의 시작

우리는 또 작은 폐단을 모으고 있다

요새, 나는 새로운 적폐의 시작을 보고 있다.

자기가 바라는 변화가 아니면 변화로 인정하지 않는 태도가 만연하다. 상담심리학을 배울 때, 우리는 모든 사람에겐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성장욕구가 있고, 그것을 존중해줘야 한다는 걸 배운다. 겉으로 보이지 않더라도 사람들의 마음 깊은 곳엔 성장욕구가 있다는 것이다. 정치의 길을 걷는 사람들도 예외는 아니다.  문재인, 안철수, 심상정, 유승민 등 대선 후보들은 영역이 다를 뿐, 모두 각자의 변화를 꿈꾸고 있다. 유권자들은 가장 공감하는 변화에 표를 던질 뿐이다. 그래서 모든 투표는 유권자의 소신이 담긴 투표다.


정치란 게 최선이 아닌 차선의 싸움이기에 애초에 소신투표가 가능하지 않다는 말에 현기증이 난다. 소신 투표하면 정권교체는 불가능하고, 정권교체를 못하면 그건 소신 투표하는 사람들의 탓이라는 그들의 논리에 구역질이 나온다. 무엇보다 이 행동은 진보와 보수, 둘 다에 해당된다는 게  실망스럽다.


이대로라면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는 척 내리막을 걸을 뿐이다.


모든 연쇄살인범에겐 어린 시절이 있다. 칼을 제대로 다루는 연쇄살인범이 되기 전에 네 발로 엉금엉금 기던 시절이 있고, 어버버 거리면 아무 말도 못 하던 때가 있다. '네 시작은 미약하지만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 [욥기]'는 성경구절처럼 많은 것들은 미약하게 시작해 몸을 불린다. 좋은 것보다 나쁜 것들이 특히 그렇다. 여기저기, 유행어처럼 등장하는 '적폐'도 그렇다. 사실 말뜻부터 그렇다.


적폐 :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폐단


그래서 나는 적폐라는 단어와 마주할 때면 이 적폐의 시작을 떠올린다. 무단횡단, 신호위반, 새치기만큼 아주 사소하게 그리고 미약했을 시작을.


많은 사람들이 이번 대선을 통해 적폐 세력을 청산해야 한다고 외친다. 우리 변화해야 하지 않냐고도 외친다. 당연하다. 아직도 18대 대통령 선거가 끝난 후, 슬픈 뒷모습으로 헤어졌던 친구들이 어른거린다. 한 친구는 자신의 20대가 이명박근혜라며, 이토록 저주받을 수가 없다고 고개를 떨궜다. 우리 모두 어떤 시간을 지나왔던가. 우리 모두 변화를 바란다. 아니 갈망한다.


그런데 변화의 상징인 대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지금, 나는 너무 지친다. 희망이 점점 사라진다. 여타 대선과 다르지 않은 네거티브 공작은 그렇다고 치자. 자신들의 변화만이 오롯한 변화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지쳤다.


적어도 새로운 정치가 시작될 거라고 생각했다. 완벽하지 못한 후보일지언정, 적어도 사회분위기는 바뀔 거라고 믿었다. 서로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거라는 인식이 싹을 내릴 수 있지 않을까 바랐다. 오랜 시간 핍박받고 상대적 소수의 위치에 놓였던 진보진영이니까, 다수의 위치에 서면 복수의 정치가 아니라 정치의 성장을 보여줄 거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더 이상의 투표 결과가 내게 아무 의미도 없을 만큼 그 기대는 산산조각 났다.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을 강요하고, 그 최종 목표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그 책임은 소에 있다고 윽박지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미 새로운 적폐는 싹을 내렸다.



참고 : 공약 확인은 여기서
http://policy.nec.go.kr/svc/policy/PolicyList.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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