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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뇽 Jul 12. 2017

15. 누구는 알고 누구는 모르는 발리

주는 돈 마다않는 발리상정

15-1. 발리에서 초록불은 빨간 불 더하기 주황 불이다. 만약 선진국 마인드로 초록불까지 기다렸다가 출발하려 한다면 이미 당신의 스쿠터는 엄청난 경적 소리에 엉덩이를 두들겨 맞았을 것이다. 주황 불이 들어오면 부릉 부릉, 앞으로 나아가자. 발리에선 발리의 룰을 따라야 한다.

15-2. 발리에서 미니 마트는 되도록 가지 않는 게 좋다. 1+1, 2+1 등 다양한 이벤트 행사를 진행하는 우리나라 편의점과 다르게 발리 편의점은 아주 호구 만들기 쉬운 곳이다. 심지어 편의점 위치마다 가격도 다르다. 웬만큼 살만한 건 하디스, 페피토, 그랜드 럭키, 까르푸에서 해결하자. 페피토와 그랜드 럭키엔 주차비가 없고 하디스는 1000루피아, 즉 100원, 까르푸는 시간당 카운트한다. 

15-3. 발리 스쿠터 주차장은 정찰제는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정해져있는 가격이 있다. 대략 2000루피아, 우리나라 돈으로 200원이다. 스쿠터를 가져가면 아저씨가 알아서 대주고, 알아서 빼주는 발렛 시스템이지만 우리나라보다 훨씬 싼 가격. 가끔 사람들이 돈을 헷갈려 하면서 20000루피아를 주기도 한다. 뒤돌아서면 잡지 않는 게 발리 상정이니 정신줄을 알아서 챙길 것.

15-4. 돈 계산할 땐 그냥 0을 하나 빼면 쉽다. 10000 루피아는 1000원, 100000루피아는 10000원. 환율 적용하면 10000루피아는 천 원보다 더 싸지만, 그래도 쉬워야 실수가 적다. 

15-5. 오토바이나 스쿠터는 2종 면허 국제운전면허증으로 탈 수 없다. 그런데 경찰들도 아는 애 있고 모르는 애 있어서, 어떤 애는 그냥 보내주고, 어떤 애는 잡아서 벌금을 물린다. 그냥 돈이 필요해서 돈 달라고 하는 애들도 있다. 경찰 만나면 귀찮은 일이 많아서 되도록 경찰이 없는 골목길로 다닌다. 구글맵만 있다면 어디든 갈 수 있으니 한번 골목길 뚫어보는 것도 추천. 과속방지턱이 많아서 조금 짜증 나지만, 경찰 만나서 이것저것 시비 걸리면 화병 나니까. 


15-6. 서핑 레슨 가격은 비치 보이 마음대로. 싸다고 비싸다고 딱 어떤 일정한 품질을 보장할 수가 없다. 그게 발리 스타일이니까. 어떤 사람은 10만 원 내고 2시간 강습 받는 거 봤는데, 그 옆에선 2만 5천 원에 같은 강습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바루 서프 같은 곳은 대포 카메라로 영상 찍어주고 피드백해주고 그런 서비스 때문에 더 받으니까. 매일 그렇게 해주면 당연히 늘겠지. 부럽다. 내가 다녔던 212서프는, 사실 이제 졸업했지만, 영상 피드백은 없어도 직접 보고 알려주고 같이 타니까 다른 매력이 있는 곳이다. 가격대도 25만 루피아로 저렴하고. 이젠 비치 보이 애들이랑도 안면 터서, 바다 가면 인사한다. 슬라맛빠기. 굿모닝.



15-7. 발리에서 많이도 잃어버렸다. 누가 훔쳐 간 건 아니고 정말 내가 칠칠치 못해서. 와룽 인도네시아에 스타벅스 텀블러를, 크럼앤코스타에 선글라스를, 징크도, 212서프에 셔츠랑 바지 놓고 오고. 그런데 다 찾았다. 와룽 인도네시아 가니까 캐셔 자리에 내 텀블러가 뙇, 크럼앤코스타 가서 선글라스 봤냐니까 선글라스가 뙇, 셔츠랑 바지는 다른 친구들 통해서 전달해서 뙇. 징크도 뙇. 발리 이것 참, 이러면 나보고 어떻게 떠나라는 것이냐. 나쁜 사람도 많지만 착한 사람도 참 많다. 이젠 발리 사람이라기보다는, 그 개개인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그만큼 시간이 많이 흘렀다.

15-8. 가족들이 발리에 왔을 땐, 스쿠터로 이동할 수 없어 운전기사 있는 차를 빌렸다. 이것도 가격이 천차만별인데, 또 어찌어찌해서 이른바 '로컬 프라이스'로 하루 10시간 5만 원. 다른 데 여기저기 알아보니까 10만 원 부르고 한껏 저렴하면 6만 원 정도 하더라. 우붓 코스와 울루와 투/공항 코스로 나눠서 이틀에 쌈박하게 잘 썼다. 이것도 궁금한 사람은 댓글 다세요. 왓츠앱 뒤져볼게요.

15-9. 가족들 숙소는 짱구에 있었는데, 알고 보니 짱구는 텃세가 장난 아니게 심한 곳이었다. 택시도 드롭만 가능하지, 픽업은 거의 불가능한 곳. 법적으로 당연히 그러면 안 되는데, 사람들이 너무 드세서 우버 기사는 근처에 가지도 않는다. 나처럼 스쿠터 타고 다니는 사람도 좀 조심해야 하는게, 범죄도 기승. 작년엔 퍽치기가 그렇게 유행이었다고. 여자 슴만 튀도 엄청 많다고. 그런데 창구 물은 엄청 좋다. 하이클래스. 에코 비치 가면 가끔 백인 모델들만 모아놓은 구역 같다. 쭈구리처럼 박혀있다 온 1인.

15-10. 역시 어디나 그렇지만, 발리도 파면 팔수록 뭐가 참 많다. 하지만 파지 않으면 절대 모르는 곳. 잠시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은 절대 모르고, 가만히 앉아 들여다보는 사람들만이 알 수 있는 그런 발리. 발리 여행이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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