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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뇽 Jul 23. 2017

21. 발리 후유증

 한국이다.. 한국이 나타났다..

21-1. 발리에서 돌아왔다. 에어아시아를 타고 쿠알라룸푸르에서 8시간을 경유해 도착한 한국. 사실 아직까지도 눈 뜨면 오토바이 몰고 나가 서핑을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라, 한국에 온 실감이 나지 않는다. 다만, 조금 우리나라가 생소할 뿐.

21-2. 자연스럽게 카드를 찍고 공항철도 게이트를 통과했다. 지하철이다. 지하철 문이 열리자, 나는 잠시 발리에서 내가 지하로 들어간 적이 있었는지 생각했다. 어디론가 많이 올라가긴 했는데, 내려간 건 정말 오랜만의 일이었다. 깨끗한 지하철, 조용한 사람들. 두 달 전 나는 이 사람들 사이에 앉아 있었다.

21-3. 홍대에서 택시를 잡았다. 주황색 택시가 눈에 띄었다. 택시는 빵빵거리는 소리 없이 내 앞에 멈춰 섰다. 흥정할 필요 없이 미터기가 켜져 있다. 3000원. 3000이라는 숫자는 발리에서 300원인데,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지금 나는 3만 루피짜리 택시에 올라탄 셈이다. 3만 루피는 쿠타에서 누사두아까지 갈 수 있는 가격인데, 홍대에서 연희동까지 가는데 참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21-4. 비가 올 듯 말 듯 날씨가 꿉꿉하다. 빨래 후 채 마르지 않은 옷에서 나는 냄새가 진동한다. 어딜 가도 하늘은 회색이다. 햇살을 본 건 발리가 마지막이다. 괜히 우울하다. 

21-5. 도시다. 건물이 높다. 포피스 1, 포피스 2에선 오토바이 위에 서면 지붕 너머를 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여기선 아무리 뛰어올라도 건물이 사람보다 높다.


21-6. 꿈속에서 서핑을 한다. 비행기에서도, 침대 위에서도 패들링을 하다 잠에서 깼다. 테이크오프 하는 느낌이 아직도 생생한데, 머릿속에서 마지막 파도가 아직도 기억나는데, 더 이상 서핑을 할 수 없다. 

21-7. 비싸다. 밥을 먹는데 싸게 먹어도 한 끼에 7000원이다. 7000원이면 발리에서 하루 세 끼를 먹을 수 있다. 밥알이 탱탱해서 젓가락으로 집어먹을 수 있지만, 그래도 비싸다. 



21-8. 빈땅이 없다. ABC 소스도, 라임도 없다. 파파야도 아보카도도 다 비싸다.

21-8. 그립다. 파도가, 햇살이, 바람이, 사람이, 물가가, 공기가 다 그립다. 돌아왔다. 한국에. 돌아가고 싶다. 발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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