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발리에서 만난 사람들 2
내가 발리에 있을 때 '욜로 좇다 골로 간다'라는 기사가 났다. 처음엔 'YOLO'가 뭔지 알고는 쓴 건지, 혀를 찼다. 쯧쯧. 그런데 발리에서 보면 볼수록 욜로라는 말로 골로 가는 사람들이 있어서, 휴.
1. 먼저, 아재 아재 부산 아재. 발리 여행 첫 주에 부산에서 온 40대 부부가 있었다. 오자마자 보드를 턱- 하니 사시고, 아내분이 엄청나게 부산 사투리로 사근사근하셔서 기억에 남았다. 우리 오빠가예~ 하시던 그분의 얼굴이 아직도 선하다. 그런데 내 발리 여행 마지막 주에 그 아저씨 다시 왔다. 아내분도같이 왔을까 싶어, 두리번거리면서 주면을 둘러보았다. 그런데 이게 웬걸. 내 나이 또래 여자랑 같이 앉아 계시는 아재 아재 부산 아재. 처음엔 딸인가 해서 자세히 봤는데, 깍지 끼고 앉아있는 아재 아재 부산 아재요. 휴. 알고 보니, "나도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는데, 그게 마음처럼 잘 안된다."라고 하셨다고. 나중에 바다 위에서 서핑하다 만났는데, 심지어 날 기억하고 아는 척하셨다. 어... 어떻게 아는 척을...!!!
"두 달 전에 여기 있지 않았어요?"
"아 네... (눈을 못 쳐다봄) 또 오셨네요..."
그러자 이렇게 말했다.
"요새 젊은 사람들한테 욜로가 유행이라던데, 나도 욜로지, 욜로!"
아.. 나의 욜로. 아 이렇게 골로 가는 거구나. 그때 나는 알았다.
2. 여행 다니면 정말 꼴불견도 이런 꼴불견이 있나 싶을 정도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그중 두 번째는 바로 거지가 컨셉인 세계 여행자. 예전에 유럽에서도 본 적 있다. 호스텔 들어갔는데 한 언니가 밥같이 먹을 수 있냐고 물어봐서 그러자고 했었다. 그런데 그 언니를 따라다니던 스무 살짜리 여자애 두 명 있었는데, 진짜 무슨 깡거지인 줄. 거지인데 유럽은 어떻게 오나! 그 언닌 이직하는 동안 여행 온 거라서, 경제적 여유가 있어 처음에 한두 번 밥을 사준 모양이었다. 그런데 나중엔 너무 자연스럽게 그 언니가 사는 것처럼 돼버린 모양이다. 허 참, 이상한 장유유서 논리일세. 그래서 같이 밥 먹으면서 내가 더치페이 하자고 하니까 마지못해 더치페이 했고, 그 후에도 언니랑 계속 같이 밥을 먹으며 그 시도를 차단하니까, 떨어져 나갔다. 거머리 같은 것들.
발리에도 있었다. 물론 알뜰살뜰 여행하는 걸 욕하는 게 아니다. 나도 한 알뜰하는걸? 그런데 문제는, 자기는 돈 안 쓰고 싶으면서 남들이 하는 거 남들이 먹는 거 다 똑같이 누리고 싶어 하는 마음이다. 그걸 욕심이라 하는 거란다. 강습 받을 돈도, 보드 빌릴 돈도 없으면 서핑할 마음은 안 먹는 게 맞지 않나? 강습 받을 돈도 없고, 보드 빌릴 돈도 없으면서 어떻게 비비면 길이 나오는 것 마냥 구는 사람이 있었다. 그야말로 민폐. 누리는 건 얼마든지 환영이지만, 남에게 폐 끼치지 않는 선에서 누려야지. 내 얘기에 친구는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꼭 그런 사람들이 나중에 세계여행, 얼마에 다녔다고 글 쓰더라.
맞다. 우리 참 인생 한 번 사는 거지만, 욜로 그거 변명으로 쓰라고 있는 말이 아니다. 비도덕적이고 궁상맞은 행동의 이유로 쓰라고 있는 말이 아니라고! 정말 이런 사람들 때문에 욜로 좇다 골로 간다는 말이 나오지, 가슴을 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