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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뇽 Jul 31. 2017

25. 발리 전기는 편의점에서 사야 해

E- E- E- Electic Shock

말 그대로 Electric Shock이었다. 갑자기 방에 전기가 나갔다. 처음엔 일시적인 정전인 줄 알았다. 관리인 토마스가 방문을 두드릴 때까지도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토마스의 입에서 나온 말은 뜻밖이었다.


헤이 킴, 너 전기 사와

처음엔 토마스에게 돈을 줘야 하는 줄 알고 주머니를 뒤졌다. 그런데 토마스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집 앞 편의점을 가리키며, 다시 전기를 사오라고 했다. 긴가민가하는 마음으로 편의점에 들어섰다. 우물쭈물거리며 나는 물었다.

전기.... 있어?

그러자 편의점 점원은 너무 자연스럽게 'sold out'이라며 다른 곳에 가보라고 했다. 여전히 다들 내게 장난을 치는 것만 같았다. 오늘은 이미 늦어서 내일 자세히 알아보자며 나는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가는 길에 옆집 올리브를 만났다. 나는 올리브에게 정말 편의점에서 전기를 사는 거냐고 물었다. 그러자 올리브는 고개를 끄덕였다.

2천 원, 5천 원, 만 원, 다 살 수 있어
일주일에 한 3천 원 써


올리브는 마침 자기도 전기를 사야 한다며 내일 같이 사자는 말과 함께 코드를 적어오라고 했다. 각자 집 앞엔 두꺼비집 같은 게 있는데 거기에 전기코드가 있다는 거였다. 다음날, 우리는 인도네시아 마트라는 편의점에서 전기를 샀다. 수수료가 2500루피아, 250원 정도 나온 듯. 나는 만 원어치 샀다. 만 원이면 발리에선 거의 한 달 넉넉히 살았다.


전기 영수증...?


인도네시아는 산유국이라 기름도 싸고, 또 화력발전소가 많아 전기도 싸다. 매일 에어컨 키고 노트북 핸드폰 충전하는데, 한 달에 만 원이면 아주 행복하지 않은가. 우리 원룸 이번 달 전기세는요.. 잠시만요, 눈물 좀 닦고 올게요.

전기를 이렇게 충전식으로 쓰니까 나갈 때 냉장고 빼고 콘센트를 다 뽑았다. 에어컨은 나중엔 감기 걸리고 목 아파서 잠 잘 땐 껐다. 보일러가 당연히 없고 온수를 전기모터로 덥히는 거라서, 따뜻한 물도 전기세 포함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전기를 편의점에서 사는 것도, 전기를 충전해서 쓰는 것도, 전기 가격이 이렇게 싼 것도 하나같이 충격이었다. 말 그대로 electric shock. 

호텔 가서 지내는 분들은 상관없겠지만 전기세 비포함인 집을 단기로 빌리는 분들과 나누고 싶은 정보다. 괜히 많이 충전할 필요 없이 1, 2 주면 5천 원만 충전해도 넉넉하다. 가끔 집주인이 자기가 충전했다며 1, 2만 원 넣고 그거 달라고 할 수도 있는데, 그건 좀 많이 받는 편이랄까? 

전기 충전도 발리에서 해볼 수 있는 재미있는 경험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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