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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뇽 Nov 07. 2017

점점 말이 없어지는 이유.

세상이 넓어질수록 나의 세상이 좁아졌다.

나이가 들수록 말이 없어진다. 확신을 갖고 밀어붙이는 일이 줄고, 잘 모르는 것을 입에 담는 일도 없다. 누군가는 자기주장이 없어지면 안 된다고 했고, 또 누군가는 우유부단하고 손가락질했지만, 그들은 틀렸다. 


원래 세상은 알면 알수록 이렇다, 저렇다, 말하기 힘든 공간이니까.


이게 세상이라고 해보자.

누군가는 수평한 선 위에 앉아 세상을 본다.

누군가는 당장이라도 떨어질 듯,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다.

누군가는 세상의 벽에 부딪혔다. 앞으로 나아갈 수도, 뒤로 물러날 수도 없다.


그런 너, 나,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 

그래서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을 근거라고 함부로 세상에 대해 말하기 힘들어졌다. 이젠 그런 식으로 입을 놀리면 안 된다고 생각할 만큼, 말이 무거워졌다. 분명 같은 세상인데,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 너무도 많다. 내 한마디가 간신히 매달리고 있는 사람에게 상처가 될까 봐, 내 한마디가 부들부들 떨며 올라오고 있는 사람에게 걸림돌이 될까 봐. 


진짜 세상이 넓어질수록 내 삶의 근거가 되는 세상은 좁아져서 말이 없어졌다. 그러니 지금의 변화, 잘못된 게 아니다. 우유부단한 것도 아니다. 자기 세상을 근거로 한 자기주장이 없어졌다면, 그 자리에 더 넓은 세상을 바탕으로 한 의견을 가지면 된다.


내 세상, 너 세상, 또 누군가의 세상은 결국에 다른 층위의 이야기가 아니라 모두 한 세상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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