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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뇽 Jul 02. 2018

무결점 시도는 없어

불완전한 변화가 있을 뿐

콘텐츠를 내보낼 때마다 두려움과 설렘이 뒤섞인 마음으로 엔터를 누른다. 100%의 확신을 가졌다가, 세상의 기준은 1000%가 아닐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가, 다시 100%의 팩트로 돌아가는 게 반복된다. 그렇게 내가 사는 세상에 대한 기대와 내가 모르는 세상에 대한 무서움이 뒤섞인 상태로 숏 다큐 브랜드를 론칭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싸우기 시작했다. 채식주의자들에겐 그럴 거면 채소도 먹지 말라는 말이, 동물보호가들에게도 먹이사슬론이 쏟아졌다. 완벽하지 않으면 바꿀 권한도 없다는 듯, 그들은 시퍼런 칼을 들이밀며 물었다. 


너는 아무것도 안 입고 살겠지?
너는 아무것도 안 먹고살겠지? 


이가 듬성듬성 빠져 베이면 더 아플 것 같은, 세상의 비를 피하지 못해 녹이 슨 그들의 칼날을 등지고 나는 고개를 숙였다. 나를 믿고 카메라 앞에 서준 사람들, 스스로의 가치를 위해 입을 여는 사람들에게. 그들에게 이런 싸움을 보여주는 것이 한없이 죄스러웠다. 내가 조금 더 잘 만들었다면 다르지 않았을까, 그 물음표가 갈고리가 되어 목구멍에 박혔다. 그때, 머리 위로  목소리가 들려왔다.


- 잘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각자의 길을 같이 열심히 가요. 

- 더 열심히 할게요. 나중에 또 오세요.


그래, 여기 세상을 변화시키는 이 사람들이 있다. 세상을 바꾸려는 그들의 시도는 아쉽게도 어떤 사람들이 기대하는 만큼 완벽하지 않다. 지금부터 시-작, 하면 싹 바뀌지도 않고, 개개인의 힘만으론 바꾸기도 어렵다. 그걸 모두가 다 알면서도, 바위에 계란 치기인 걸 다 알면서도, 온몸을 내던지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왜 손가락질받아야 하는가. 
왜 신념과 가치를 저울질당해야 하는가.


수없이 많은 질문들을 속으로 삭히고, 또 삭혀봤지만 결국 의문은 사라지지 않고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다. 세상에 무결점 시도 따윈 존재하지 않다고. 그래서 그 시도가 얼마나 완벽했느냐를 따지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고. 이 세상은 완벽하지 않은 목소리들에 의해 불완전하게 변하며, 점점 더 완전에 가까워지는 것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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