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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뇽 Jan 06. 2019

이런 PR

쓰냐/쓰지 않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

요새 PR에 대한 생각을 자주 한다. 다들 알다시피 페북, 유튜브, 브런치, 블로그, 인스타 등 얼마든지 말하려고 하면 말할 수 있는 공간이 주어졌다. 이 과정에서 같은 일에 대한 수많은 생각이 '쓰냐/쓰지 않느냐'의 기준으로 전자는 사실이 되고, 후자는 존재하지 않는 이야기가 되는 걸 보면서 더욱 PR에 대한 생각, 아니 고민을 하게 된다.

*PR(Public Relations) -  대중의 호의를 받기 위해 하는 마케팅 홍보 활동. 

*

너, PR  잘하는 것 같아

한 5년 전에 친구가 칭찬으로 이런 말을 했던 적이 있다. 기분은 썩 좋지 않았는데, PR이란 게 결국에 호감을 사기 위한 자기 자랑이니까, 자기 긍정과 자기변명, 자기 합리화가 덕지덕지 묻어있는 무언가라고 생각해서 더욱 그렇다. 결국 너 되게 똑똑하게, 잘난 척하는 것 같아, 라는 말로 들려서 그렇다.


그때부터 PR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는데, 지금이 믿기지 않겠지만 자제하는 수준이다. 오죽하면 어렸을 때 별명이 세바스찬이었을까... 잘난 '척'보다 진짜 잘나지고 싶고, 아주 순수하게 잘나진 다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 싶고, 손톱만 한 거 가지고 보름달처럼 크다고 말하기 싫고, 또 그게 멋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다. 이 생각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

물론 근거 있는 PR은 옳다. 세상을 잘 사는 거지. a를 잘해서 A를 잘한다고 하는 게, 잘못된 게 아니니까. 넘쳐나는 정보의 시대에 내가 만든 내 정보 추가할 수 있지. 명함에도 sns 계정이 박혀서 나가는데, 아니 명함보다 sns 계정 먼저 접하는데, 내가 나에 대해 말하면 좋은 거니까. 나에 대해 할 말이 없는 것보다 할 말이 많은 게 더 나으니까.


문제는 근거 없는 PR이다. 요새 PR에 대해 자꾸 생각하게 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살다 보면 분명 같이 있었는데, 같은 일을 겪었는데, 사실에 대한 극과 극의 경험을 얘기할 때가 있다. 누구에겐 최선이었고, 누구에겐 최악일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개인의 성향이 반영되는데, 누군가는 이 경험이 자신에게만 사실인 걸 알아서 마음에 묻고, 또 누군가는 이 경험이 당연히 사실이라고 생각해서 세상에 드러낸다. 후자의 행동이 자기 PR로 이어질 때, 조용히 주먹을 꼭- 쥐게 되는 일이 벌어진다. 


실제로 그런 PR로 그 사람들이 흥하는 걸 보면서, 강연에 나가서 더더욱 자신의 이야기가 절대적인 사실인 양 이야기할 기회를 얻고, 좋은 회사에 좋은 연봉과 좋은 위치로 스카우트되는 걸 보면서, '아, 나도 저렇게 살아야 되나?' 싶은 생각이 불현듯 드는.


*

한참을 고민하다가 그냥 마음을 탁- 놓아버렸다. 이유는 간단했다. 사람들을 믿으니까.


생각보다 기억의 왜곡이 쉽게 이루어진다는 걸 심리학을 배우며 알았다. 너무나 쉽게 스스로에 의해서 바뀌는 내 기억을 나는 의심하고, 사람들도 나와 마찬가지로 그럴 거라고 믿으니까. 내 글을 의심하며 읽는 만큼, 근거 없는 PR도 의심할 거라고 믿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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