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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뇽 Feb 11. 2019

요가를 다시 시작한 이유

바닥에 기대는 법

보드 타다 다친 발목을 핑계로 미뤄왔던 요가를 다시 시작했다. 오랜만에 돌아온 요가원은 나처럼 많은 게 바뀌어 있었다. 과거엔 격렬한 움직임 속에서 고요함을 찾던 아쉬탕가, 빈야사 수업 대신 조용하게 자신의 몸을 움직여보는, 몸의 주인을 찾는 바디워크가 시간표를 채웠다.


요가 매트에 펼치고 앉는 순간에도 생각이 끊이질 않았다. 책임과 지원의 불균형, 안정과 나태 사이에서 견딜 수 없는 불안함을 느끼며 매일 흔들리고 있는 나를 비워낼 수 있을까. 고작 요가 하나로. 정작 필요하다고 와놓고 끊임없이 의심하고 회의하는 모습이 회사에서와 다를 게 없어 또 허공을 향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날 쳐다보며 선생님은 말했다.


매트는 필요 없어요
이미 딛고 서있는 바닥을 써볼 거예요


주위를 둘러보니 다른 사람들은 매트를 아예 펼치지도 않고 서있었다.

바닥에 기대요 여러분
그리고 최소한의 힘으로
몸을 굴리는 거예요


온몸을 대자로 뻗은 상태로 굴러 아기 자세를 해보는 동작이었는데, 한쪽의 손과 발을 모으며 추가적인 힘 없이 다른 부위들을 자연스럽게 당겨야 했다. 자꾸 몸을 뒤집는 데 억지로 힘을 쓰게 되자 선생님은 내 곁이 다가와 내 발을 잡아 넘기며 말했다.


아까부터 봤는데
바닥에 기대지 않고
자꾸 힘을 들이려고 해요

기대도 괜찮아요
기대서 찾는 거예요

가장 편하게
온 몸을 쓸 수 있는 방법을


그러려고 있는 바닥이라며, 선생님은 탁탁 바닥을 치더니 다시 온몸을 뒤집어보라고 했다. 사지를 쭉 뻗었다가 선생님 말대로 바닥에 잔뜩 기댄 채로 뒤집자 너무 간단히 몸이 반대로 넘어갔다. 힘을 들였을 때보다 훨씬 쉽게.


바닥에 기댄 채 자연스럽게 움직여지는 온몸을 느끼며 몸을 폈다 모았다를 반복하길 수십 번. 회사에서 가져온 피곤한 생각들이, 도저히 머리로는 소화시킬 수 없던 걱정들이 조금 가벼워지는 기분이었다.


있는 바닥도 제대로 못 기대면서

기대에 못 미친다고 나가떨어져버리는 건

아직 이른 게 아닐까 싶어서


때론 백번 생각하는 것보다 한 번 몸으로 움직이는 게 필요할 때가 있다. 그리고 그게 지금이었다.


다시 요가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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