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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뇽 Sep 27. 2018

33. 나는 커서 어떤 어른이 될까

그 때도 발리에 있을까.

여전히 사람을 어른과 아이로 나눈다. 아직 어른이 되려면 당당 멀었다고 생각해서이기도 하고, 내가 생각하는 어른은 지금보다 조금 더 괜찮은 존재이기도 하고, 도무지 어른이라는 게 알다가도 모를 것 같은 외계의 존재 같이 느껴지기도 해서 그렇다.


스물여섯의 발리와 스물일곱의 발리는 참 다르다


인생 시간은 스물여섯, 스물일곱, 오로지 시선이 자기에게 머무를 때에만 속도를 늦추는 시계가 야속하다. 차창 밖의 삶은 천천히 지나가면서 내가 올라탄 기차는 어느덧 이십 대의 절반을 지나고 있다. 아직까지도 나는 커서 어떤 어른이 될 건지 답을 내리지 못하고 가만히 서 있는데 빠른 걸음으로 사람들은 총총 사라져간다. 저들은 이미 그 답을 찾아서 저렇게 씩씩한 발걸음으로 살아가는 걸까. 나는 정말 누군가의 말대로 배부른 고민을 하는 것 뿐일까.


나는 한번도 고민을 제대로 해결해 본 적 없었다. 내게 고민은 풀려고 노력하면 풀 수 있는 수학문제 같은 게 아니었다. 그저 고민을 다른 고민으로 잊을 뿐. 시간이 지나면 쌓여가는 과제처럼 고민의 무게는 불어난다. 이 고민도 마찬가지였다.


나이가 든다는 건 이런 건가보다. 세상에 대한 의문과 불만과 고민을 온통 짊어지고, 끙끙대며 살아가는 것. 그러다 세상의 많은 돌부리들에 걸려 넘어지는 것. 과거엔 패기 있게 뛰어넘었을 것 앞에서 무게에 눌려 멈춰 서는 것. 그리고 가끔은 원할 때, 원하는 대로 걸려주는 것.


아주 오래전, 엄마를 한번 끌어안고 기차에 올라탄 그 순간부터 앞으로의 모든 순간들이 이렇게 펼쳐질 거라는 사실을 누가 알려줬더라면..


누가 알려줬어도 알아듣지 못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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