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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뇽 Oct 19. 2018

34. 다시, 발리

삶을 고민할 때

발리를 떠난 지 2주만에 다시 발리에 왔다. 쿠타 비치의 퍼런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하염없이 파도를 살피는 삶이 다시 시작됐다.


생각해보면 세상을 어떤 자리에서 보고 싶은지 고민이 많을 때마다 삶은 자연스레 나를 발리로 보내나보다. 한참 취준생의 우울증에 시다릴 때, 직장인의 번아웃 끄트머리, 갑작스레 찾아온 이직시기에 번번이 발리에 있는 게 참.


그래서 유난히 서핑에 빠지게 됐다. 넌 너무 서핑에 의미부여를 많이 해, 친구들이 말할 때마다, 서핑하다보면 많은 걸 알게 되니까, 답했고 실제로도 그랬다.

바다를 타는 서퍼로, 세상 모든 파도를 다 탈 순 없다는 걸 배웠고, 파도 타다 떨어지면 바다의 바닥을 찍고 온다는 것도 알았고, 안 타는 게 가장 안 다치는 길인데 차라리 다치고 타겠다는 나를 보았다. 그리고 요샌, 아무리 높은 파도에도 내가 일어서기만 하면 된다는 걸, 되려 겁을 먹으면 이도저도 아니라는 걸 느끼고 있다.

아직 발리에서 보낼 시간이 많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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