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안되고 고양이는 되는 걸까
게스트하우스 1층 카페에 짐을 내려놓고 밖으로 다시 나갔다. 더 많은 고양이들이 손님이 왔다는 사실을 알았는지 모여들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마리다. 고양이들 사이에서 나는 주저앉았다. 찬바람은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큰 얼룩 고양이는 잔뜩 경계하며, 귀를 세우고 나를 노려본다. 조그마한 아이들은 이미 한참 전에 뒷걸음질을 쳐 저 멀리 앉아있다. 그 때, 고양이 한마리가 내게 가르랑 대며 다가왔다.
처음엔 발에 고개를 부비대고, 나중엔 발을 들어 내 노란 가젤에 꾹꾹이를 하더니, 이내 무릎 위에 올라와 앉는 녀석. 아마 이 곳이 남해가 아니었고, 이 녀석에게 밥을 주는 사람이 없었다면, 나는 이 아이를 내려놓지 못했을 것이다. 한참을 밖에서 함께 떨며 앉아 있었다. 녀석은 내 무릎 위가 따뜻한지,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머리를 쓰다듬고, 엉덩이를 톡톡 만져주면서 나는 녀석에게 우리 집에도 너만 한 녀석이 두마리나 있다고 말했다. 냐아아아- 마치 녀석은 내 말을 알아들었다는 듯, 하품을 하며 대답했다. 그러게. 고양이는 집에도 있는데 너는 왜 남해까지 와서, 추운 바람 속 잔디 위에 앉아 나를 쓰다듬고 있니. 연초록색 눈동자로 녀석은 나를 쳐다봤다.
내 주변에 이미 너무 좋은 사람들이 많아서
새로운 누군가를 곁에 두고 싶진 않아
평소 입에 담고 사는 말이 생각났다. 사람은 안되고 고양인 되는 걸까. 어느 순간 내 곁에 지금 이대로 충분히 좋은 사람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나는 인간관계의 문을 닫아버렸다. 1명의 좋은 사람을 얻자고 99명의 싫은 사람을 겪어야 하는 게 피곤했다. 세상엔 좋은 사람보다 나쁜 사람이 더 많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을 때다. 저 멀리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던 고양이들이 한 걸음 씩 내게 다가왔다. 어느 놈은 갑자기 다가와 내 무릎 위에 발을 한번 쓱 올리더니 후다닥 다시 도망쳤다.
사람과의 관계를 닫았을 때, 우리 집엔 고양이 두 마리가 들어와 살기 시작했다. 친구들은 한 마리도 아니고 두 마리면, 홀로 살겠다는 거라고 했다. 나는 점점 고양이스러워졌다. 낯선 이가 나타나면 털을 바짝 세워 경계했고 더 가까이 오려고 할수록 미간을 찌푸리며 경고했다.
더 이상 찬바람을 맞으면 감기가 들 것 같아 자리에서 일어섰다. 다시 내 자리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그런데 남처럼 나를 붙잡지 않을 것 같던 녀석이 갑자기 내 발길을 막아섰다. 들어가지 말라는 듯, 놓고 가지 말라는 듯, 내 발을 중심으로 뱅글뱅글 도는 그 녀석을 보며 나는 다시 무릎을 굽혔다.
미안해 다시 나올게
너무 추워서 그래 착하지
토닥토닥. 그 녀석은 문 앞까지 따라와 내가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는 걸 가만히 지켜봤다. 문이 닫히는 틈새로 발을 뻗으려 하기에 나는 빽 소리를 질렀다. 안돼. 너 그러다 다친다. 녀석은 갑작스런 큰 소리에 놀라 후다닥 문에서 멀리 떨어졌다. 괜스레 미안해졌다. 착한 애에게 겁을 준 걸까. 녀석은 여전히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 다음편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