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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뇽 Jan 01. 2017

도대체 나는 무엇을 하고 싶나

죽기 전까지 고민할 듯

 생각을 하면 머리가 아프다. 한가지 생각만 하려고 했는데, 여러가지 생각이 동시에 꼬리를 물고 나타나서 머리가 아프고, 생각을 한만큼 행동을 해야해서 골치가 아프고, 했다고 했는데 안 한 생각이 있다는 걸 알았을 때 기분이 나쁘다.


어쩌다 생각하는 동물이라는 인간으로 태어나서, 우리 집에 뒹구는 저 고양이들처럼 마냥 뒹굴 수도 없고, 마냥 주는 대로 받아먹을 수도 없고, 마냥 날짜개념없이 처 잘 수도 없다.


생각 중에서도 가장 나를 괴롭히는 악성 생각은 주로 답이 없는 생각들이다. 답없는 생각들은 답도 없으면서 무성생식하는 아메바보다 더 늘어나는 속도가 빠르다. 답도 없으니 끝날 수도 없다.


작년에 나를 힘들게 한 악성 생각은

'도대체 나는 무엇을 하고 싶지?'였다.


얼마나 답답했는지, 이 악성 생각이 사람이라면 정말 머리끄댕이를 붙잡고 후드려패고 싶었다. 나는 난데, 왜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모를까. 미련하고 어처구니가 없어서 한숨만 푹푹 쉬었더랬다.


그럴수록 악성생각은 곳곳에서 나를 가로막고 얄밉게 물었다. 정말 이거 하고 싶은지?, 하고 싶다고 생각이 들지 않으면 하기 싫은 거 아닌지?,  하고 싶은 걸 찾아야 할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것 아닌지?, 집요하게도 나를 물어뜯었다. 정말 한 대만 때리고 싶은데, 주먹을 꽉 쥐고 어퍼컷을 날리고 싶은데, 괜히 책상만 쾅쾅 두드렸다.


특히 글을 쓸 때, 이 몹쓸 생각의 얄미움은 최고조로 달했다. 이 녀석은 꼭 컴퓨터를 키면 키보드에 올라 앉는 우리집 고양이처럼 내 앞에서 알짱거리며 물었다.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

네가 쓰고 싶은 글이 써도 되는 글인지?,

있는 그대로만 쓰는게 맞는지?,

사람들이 믿고 싶은 글을 쓰는 게 맞는지?,

그런 생각도 없이 글을 쓰는 건 정말 맞는지?


나는 어금니를  꽉 물었다. 그럼 어떤 답도 내리지 못하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맞는 거냐고, 멱살을 쥐어잡고 싶었다.


그래서 한동안 글을 멀리했다.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프니까. 남과 싸우는 것만으로 이미 지쳤는데 나와 싸우기까지 하면 정말 남아나질 않을 것 같으니까.


기가 막히게 싸움을 피할수록 점점 무력해졌다. 이대론 죽도 밥도 안되겠다 싶을 때 나는 다시 생각의 성문을 열었다. 피터지게 싸우고 골때리는 생각을 했다가 집어치웠다가 또 그러고 있는 나를 짜증냈다가, 그냥 하지 뭘 생각해 , 이러며 화를 냈다가 지쳤다가 꼴갑을 떨었다. 정말 이대로 미쳐가는거구나 싶을 정도로 미칠 것만 같았다.


더 기가 막히게 그럴수록 힘이 났다. 애초에 답이 있든지 없든지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 딱 미치기 직전이었다. 정말 모든 게 답이 있지는 않구나, 알고 있는 말들을 진짜로 알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정답이 뭔지 모른다. 뭐가 옳고 그른지 사실 알고 싶은데, 알 수가 없다. 어쩌면 영원히. 그래서 나는 하고 싶은 대로 하기로 했다.


내가 믿고 싶은 글을 쓰기로 했다.

내가 원하는 세상,

내가 원하는 사람,

내가 원하는 나에 대해.


있는 그대로도 참 중요하고 현실적인 것도 참 가치있지만,   변화는 항상 그 반대편에서부터 시작된다. 현실은 비현실이 바꾸고 절망은 희망이 뒤집는다. 그래서 나는 없는 곳, 없는 사람에 대한 글을 쓰고 싶다. 없다고 말했지만 있다고 믿고 싶은 건지도 모른다. 단지 지금보다 세상을 더 재미있게 살고 싶다.


그냥 그러고 싶어졌다.

도대체 나는 무엇을 하고 싶나,

죽을 때까지 고민하겠지만

아마도 항상

그냥 그러고 싶은 걸 선택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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