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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뇽 Dec 31. 2016

이상한 당신들에게

덕분에 살았다

나쁜 일이 지굿지긋하게 많은 한 해였다. 나라도 내 옆에 있고 싶지 않겠어,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시들시들 꺼지기만 했던 2016년.


올해를 참 이상한 사람들과 보냈다. 내가 약해질수록 주위에 모여드는 당신들은 정말 이상한 사람들이다


좋은 건 함께하기 쉽다. 친하든 친하지 않든 가깝든 멀든
오늘 처음 본 사람과도 좋은 건 나눌 수 있다.


나쁜 건 나누기 어렵다. 친할수록, 가까울수록, 소중할수록 더더욱 그렇다. 그런데 나의 모든 나쁨을 같이 해준 정말 이상한 당신들 덕분에 간신히 나는 올해를 살아냈다. 벌써부터 새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새해가 오면 헌옷을 버리고 새옷으로 갈아입듯, 이제는 글렀어 싶은 정신상태와 이제는 더 글렀어 싶은 육신을 버리고 신상의 나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스물다섯번 해를 보내며 쓸모없는 기대이며 쓸데없는 착각이라는 걸 잘 알고 있지만 당첨될 확률보다 돈을 버릴 확률이 더 큰 로또를 사고, 토요일을 기다리는 힘으로 한 주를 사는 것처럼 내년을 위해 올해를 살았던 걸로 하자.

그렇게 보내자.


좋으면 추억이고 나쁘면 경험이라는 말처럼 우리 모두 추억이든 경험이든  한 해 365일 살았던 것만으로 대견하다. 그것만으로 참 괜찮다. 그리고 내년엔 더 괜찮을거니까 더 괜찮다.


이상한 당신들,
언제나 그랬듯 미안하고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싶다.


이상한 당신들, 정말 덕분에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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