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은 현재의 내가 벌릴테니

미래의 나야 잘해봐

현재의 내가

이것저것 일을 벌리기 시작했다. 학원을 등록하고, 시험을 등록하고, 운동을 등록하고 책을 잔뜩 샀다. 드로잉 수업도 등록했다. 하루 이틀 차이로 작년이 되어버린 2016년과는 전혀 다른 시작이다.

작년 과거의 나는 미래의 나에게 더 우울할 것들만 남겨놓았다. 술을 진탕 마시고 숙취로 다음날을 버리게 한다던지, 따뜻한 침대 속에서 꾸물거리다 운동을 하지 못한 죄책감과 찝찝함을 넘긴다던지. 먹고 싶은 대로 잔뜩 먹고 1초 후의 나를 살찌게 한다던지. 언제나 현재의 결과는 미래의 내가 책임져야 할 몫이었지만, 작년 한 해 미래의 나는 당당히 무언가를 책임지기보다는 저질러진 일들을 뒷감당하기에 급급했다.

2017년은 그렇게 살기 싫었다.

미래의 너에게

현재의 나는 미래의 나를 위해 여러가지를 시작했다. 자 이제, 시험 등록은 내가 했으니 공부는 네가 하려무나. 학원은 내가 끊었으니 공부는 또 네가 하려무나. 그리고 운동도 내가 끊었으니 땀은 네가 흘리려무나. 참, 아침에 한다고 했으니 잠도 네가 줄이려무나.

경험이 있어야 반성하고, 반성이 있어야 변화가 있다. 작년을 통해 시작의 중요성을 까먹고 살아온 스스로를 깨달았다. 그래서 현재의 나는 미래의 나를 위해 많은 것을 시작했다.

이제 미래의 나, 너는 이 모든 시작을 잘 마무리해야 한다. 

올해는 미래의 나에게 부끄럽지 않고 싶다. 얼마든지 힘들어도 상관없으니, 스스로의 존재를 증명하며 살고 싶다. 분명 미래의 나는 너무 많은 일을 벌린 현재의 나를 싫어하겠지만 원망하진 않을 것이다.

우선 미래의 나야. 아침 일곱시, 운동 열심히 하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