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로잉수업 0교시
공부만 하면서 평생을 살아왔다.
아니 공부만 잘 하면서 평생을 살았다.
내게 그림이나 운동이나 음악은 취미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했다. 가족들 그 누구도 공부 이외의 영역에 전문적으로 발을 들이지 않았다. 잘 읽고, 잘 쓰고, 잘 말하는 능력은 중요하다 배웠지만, 잘 그리고, 잘 추고, 잘 연주하는 능력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게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된 건, 이십대 중반이었다.
세상에는 내가 할 수 없는 표현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다. 그림으로, 음악으로, 춤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사람들. 나는 그들이 부러웠다. 무용가, 음악가, 화가들과 친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을 주위에 둔다고 해서,
그들의 세계가 내 것이 되는 건 아니었다.
그때부터 새로운 세계에 발을 딛기 시작했다. 춤을 배우고, 악기를 배웠다. 나는 못하고 남은 할 수 있는 것을 줄여나가고 싶었다. 시기와 질투는 다른 세계를 여는 열쇠가 된다. 올해는 그림이었다.
그렇게 드로잉 수업을 등록했다.
- 다음 드로잉 수업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