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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뇽 Jan 13. 2017

미화원 아저씨

쓰레기, 무단투기하면 안되잖아요..

담배 냄새가 났다. 홍대에서 집까지 걸어가는 길에선 꼭 길빵을 만난다. 얼굴을 파묻고 발을 빨리 놀렸다. 앞사람이 담배를 그만 피우던가, 아니면 내가 그를 따라잡던가 선택은 둘 중 하나다. 점점 독해지는 담배냄새, 분명 그는 지척에 있었다. 그 때였다.


보지 않았으면 좋았을 걸,


담배 연기에 둘러싸인 남자가 천천히 몸을 숙였다. 아니 내 눈에 모든 게 천천히 보였다. 그의 입에서 뱉어진 희죽죽한 가래와 손가락에서 튕겨져나온 아직 채 꺼지지 못한 채 붉은 빛을 머금은 담배꽁초가 바닥을 향해 천천히 떨어졌다. 봄날 윤중로에서 봤던 벗꽃잎처럼 그 상황은 아주 느리게 지나갔다. 아주 좋거나 아주 싫을 때, 항상 머리 속 세상은 속도를 늦췄다.


더러워


가래침이나 담배꽁초도 더러웠지만 마냥 그 때문은 아니었다. 으레 보던 모습이니까 놀라울 일도 아니었다. 나는 그의 옷차림 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패딩조끼 속에 형광노랑색 옷이 눈에 들어왔다. 박스테이프 정도의 굵기의 하얀 테두리. 그는 분명 환경미화원 이었다.


'그러니까 지금 거리를 치우는 사람이

거리를 더럽히는 걸 목격하고 있는 거지?'


쓰레기를 줍는 사람이 길에 쓰레기를 버린다. 납득가지 않는 상황에 자꾸 시뮬레이션을 돌린다. 남은 쉽게 비난할 수도 없는데 이해하는 것도 힘들다.몇가지 이유를 떠올렸다.


첫째, 퇴근했거나

둘째, 그의 구역이 아니거나

셋째, 아무 상관 없거나

넷째, 버리는 이가 있어야 치우니까

다섯번째, 쓰레기거나


가슴이 답답했다. 이유가 뭐든 환경미화원의 무단투기는 아프다. 효율이라는 이유로 벌어지는 비효율, 공익을 명분으로 한 사익 추구. 나만 아니면 된다는 극한이기주의. 좋은 사람 콤플렉스는 오히려 좋지 못한 사람들을 만들어낸다.


남자는 한 번 더 침을 뱉었다. 나무 밑둥을 향해 빠르고 거침없이. 그리고 새 담배를 물었다. 불을 붙이기 직전, 나는 그를 앞질렀다.


자동차 매연은 보이지라도 않지,

담배냄새는 보이니까 더 해로운 느낌이다.

몸에도 마음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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