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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뇽 Jan 15. 2017

삶은 그림?

드로잉수업 1교시

수업하는 곳에 들어서자 안경 낀 남자 선생님이 수줍게 나를 반겼다. 8명의 학생과 1명의 선생님, 나이대는 천차만별이었지만 그림이라는 걸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은 같았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블루투스 이어폰을 보면서 선을 그었다. 그런데 갑자기 볼펜이 나오지 않아 중간에서 선이 뚝 끊겼다. 펜을 흔들었다.  그 때, 어깨 뒤로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선이 끊기면 끊긴 곳부터 시작하지 마세요.
조금만 간격을 두고 선을 잇는 게 좋아요.



선생님은 끊긴 곳부터 이으려고 할수록 선의 연속성에 방해가 된다고 했다. 차라리 선이 이어지지 않더라도 조금 떨어져 긋는 것이 더 이어지게 보인다고 했다. 끊긴 곳에서 살짝 틈을 주고 선을 그었다. 선생님 말대로 끊임 없이 선이 이어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여러 번에 걸쳐 긋는 선보다
한 번에 긋는 선이 더 좋은 선이에요.


옆자리 아주머니의 그림을 보더니 선생님은 말했다. 틀릴까 무섭지만, 그래도 열심히 하겠다고 자기소개를 하던 아주머니였다. 조심조심 선을 긋는 옆자리 아주머니를 선생님은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주머니가 울상을 짓자, 선생님은 나긋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처음부터 한 번에 그으라는 건 아니에요.
누구나 처음엔 잘 못해요.
한번에 긋는 연습을 해야 한다는 거에요.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그림에 고개를 파묻고 열심히 펜을 움직였다. 그 때, 한 학생이 손을 들고 말했다.

"선생님 제가 선을 잘 못 그렸는데, 새 종이로 바꿔주세요"


선생님은 고개를 저었다.

"그냥 그리세요."

"네?"


모두 선생님을 쳐다봤다.



한 선, 한 선이 완벽하면
그것만큼 완벽한 그림이 없겠죠.

그런데 한 선, 한 선이 완벽하지 않아도
완전한 그림이 될 수 있어요.



이상하다. 끊긴 선을 잇는 방법, 좋은 선과 좋은 선을 긋기 위한 연습, 완벽한 선 없이 완전한 그림을 그리는 방법을 들으며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선생님은 분명 그림에 대해 말하고 있는데, 자꾸 그림에 대해서만 말하고 있는 게 아닌 것 같았다.



다음 드로잉 수업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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