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여행기
포르투갈에는 두 개의 수도가 있다. 리스본과 포르투. 리스본은 현재 공식적인 포르투갈의 수도이고, 포르투는 대항해시대, 포르투갈의 시작이 된 마음의 수도다. 물론 옆 나라 에스파냐의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만큼 서로 이를 가는 관계는 아니지만, 포르투 사람들과 얘기할 때면 그들이 자신의 도시를 진정한 포르투갈의 수도로 여기고 있다는 걸 쉽게 알 수 있다.
포르투가 없었다면 포르투갈은 있을 수 없다고!
자주 가던 레스토랑 웨이터, 안나의 말이 아직도 생생할 정도니까.
내게도 포르투는 단연 포르투갈 최고의 도시다. 리스본에서 구시가지와 트램만 똑 떼다가 도시를 만들고, 가운데 강을 흐르게 하고, 강 건너엔 테일러부터 샌드맨까지 와이너리를 모아놓고. 어떻게 포르투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도우루 강을 따라 이제는 관광코스가 돼버린 와이너리의 배가 지나다닌다. 예전에 저 배들은 도우루 강 상류에서 재배한 포도로 만든 와인을 실어 날랐다.
도우루 강가에 앉아 어제 테일러 와이너리에서 사 온 화이트 포트 와인을 마셨다. 포도를 숙성시키는 과정에서 브랜디를 섞어 만든 포트와인은 특유의 단맛을 자랑한다. 도수 높은 브랜디 때문에 포도가 단맛을 잃어버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와인잔엔 와이너리 지대와 시가지를 연결하는 동 루이스 1세 다리가 비친다. 익숙한 철골 구조의 다리에선 사람들이 다이빙을 하고 있다. 배가 오는지 확인하고 풍덩, 배가 지나가자 또다시 풍덩.
저 다리가 에펠이 지은 다리야
와인을 마시고 있는 내 뒤로 사람들이 지나가며 말했다. 나는 다시 루이스 1세 다리를 바라보았다. 틀린 말은 아니다. 에펠탑과 닮은 저 다리는 실제로 구스타브 에펠 건축사에서 지었다. 철의 마법사라는 그 에펠, 에펠탑을 지은 그 에펠 말이다. 그런데 에펠이 지었다는 말이 맞는 것도 아니다. 엄밀히 말하면 저 다리는 에펠이 지은 게 아니다. 에펠의 제자, 테오필 세이리그가 지었지. 포르투에서 나고 자란 타라는 다리를 다 지어놓고 나서, 시장의 인사는 에펠이 받았다고 말해줬다. 에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는 것도.
포르투에 머문 5일 동안 매일 도우루 강가에 왔다. 낮이든 밤이든 항상 와인을 한 병씩 들고 왔다. 낮에는 볼 수 있어 아름답고, 밤에는 볼 수 없어 아름답다. 가방에서 챙겨 온 잔을 꺼내 포트와인을 따랐다. 이번엔 레드를 들고 왔다. 와인을 마시자 금세 손 끝이 저릿저릿해졌다. 8시간을 뛰어넘어 이곳에 왔는데, 사람 사는 곳은 정말 다른 게 없다. 테오필 세이리그, 그의 이름을 중얼거린다. 잊지 말아야지. 에펠, 그의 이름도 꺼내본다. 누군가의 뒤에 가려지는 건 이렇게 서글픈 일이다. 의도치 않게 혹은 의도해서 누군가를 가리는 것도 그렇게 슬픈 일이다. 도우루 강이 불빛에 반짝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