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방랑기 1
나는 지금 제주도행 비행기에 오른다. 막상 여행이 시작되었다, 고 운을 떼려니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분명 방금까진 신이 났던 것 같은데, 지금부턴 뭔가 해치워버려야 할 하나의 항목처럼 마음이 무겁다. 어찌됐든 한 번 비행기에 올라탄 이상, 마음이 흔들려도 제주의 바람을 맞으며 흔들리겠지. 여기저기 나의 부재를 알리고 다녔다. 가족, 친구, 뭐 이곳저곳에 제주도에 간다고, 제주도에 혼자 간다고 했다. 거의 대부분 그저 고개를 주억거렸는데, 헬스장 트레이너는 나를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우울증이에요?
나홀로 제주 여행이 병으로 치환되는 순간이 재밌어 웃었다. 그는 항상 이런 질문을 한다. 아니, 항상 이런 식으로 질문을 한다. 그런가봐요. 우울한가봐요. 내 대답이 마침표처럼 대화를 마무리 지었다. 그는 손을 흔들고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한 해, 한 해가 지날수록 무언가 시작하는 방법이 아닌, 끝내는 방법을 알아간다. 잘 끝내는 방법들. 일도, 사랑도, 인간관계도 잘 끝내는 게, 새로 시작하는 것보다 중요해졌다. 그런데 그게 너무 분하다. 어느날, 일어나 거울을 봤는데 눈가주름이 하나 더 늘어났다는 걸 발견한 기분. 그래서 자꾸 무언가를 시작하게 된다. 어떤 식이든 중요하지 않다. 아직 시작할 수 있으면 괜찮아, 라고 스스로에게 던지는 위로처럼. 그게 제주도 행 비행기 티켓을 사게 된 이유였다.
SNS를 켜자 주변에서도 꽤 많은 사람들이 제주도에 있었다. 어쩌면 길 가다가 만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이 있었다. 만난다면 아마도 바닷가가 아닐까. 제주도에서 내 계획은 오로지 바다보기니까. 숙소를 찾을 때도 바다가 보이는 곳이 조건이었을 만큼 바다가 보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그냥, 제주도에 왔다. 바다를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