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있기 전에는 유학 생활이 끝나면 프랑스에서 취업을 하려고 장기 계획을 세우시는 분들을 많이 보았다. 프랑스가 사회보장제도도 잘 되어 있고 무엇보다 근로자를 보호하는 노동법에 사람들은 '나도 프랑스에 살아볼까?' 하는 생각들을 하는 것 같다.
프랑스가 사회보장제도가 잘 되어 있기는 하나, 이 만큼 살아보니 처음에 프랑스 생활을 시작하면서 듣던 만큼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냥 여행을 왔거나 유학생으로 있을 때와 내가 이들 사회에서 직접적으로 부딪히며 돈을 버는 입장일 때와 그 차이가 크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 사회보장제도가 잘 되어 있는 만큼 부담해야 하는 세금도 많다.
노후를 생각하면 우리 같은 외국인에게는 노후 생활을 백 프로 만족할 만한 연금 금액이 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미리 준비를 해 두어야 한다.
우리 같이 중간에 월급쟁이로 시작한 외국인들은(장기 체류증 소지자도 노후에 연금을 받을 수 있음) 근무 연수가 상대적으로 적기에 그만큼 연금 금액이 적은 편이라 따로 돈을 모아두지 않으면 노후에는 살기 힘들어진다.(나중에 받는 연금은 얼마 안 되는데 남의 나라에 세금만 열심히 내고 있다는..)
처음 시작보다 있으면 있을수록 왠지 내게는 '꿈의 직장'과는 거리 가 먼 프랑스 직장 생활인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프랑스 직장 생활 한국과 다른 점.
이건 내 프랑스 직장생활과 남편을 포함한 주위 지인들의 의견을 모아 정리해 본 것이니
프랑스에서 직장 생활하는 모두의(한국인들) 경험과 생각이 아닐 수 있음을 참고해 주시면 좋겠다.
그리고 이 글은 프랑스에서 정직원 CDI일 경우에 해당하고,
여기 역시 정직원(CDI)과 기간제 계약직 (CDD, Saisonnier 등)의 근로계약 형태에 따라 차이가 있음을 말씀드린다.
칼 출근, 칼 퇴근.
프랑스는 보통 주 35시간 근무가 법적 근로 노동시간이고 (연장근무 주 48시간 가능, 주로 서비스업종에서 적용되며 사무직인 경우는 거의 주 35시간임, 주 60시간까지 연장할 수 있는 예외규정이 있으나 실제로 이렇게 일하는 사람을 본 적 없음) ) 근무시간 초과 시 사업주는 초과 수당을 지불해야 한다.
공휴일, 국경일, 그리고 야간 근무의 경우도 퍼센트 지는 다르지만 수당이 붙는다(직업 섹터에 따라, 간부급이냐 평직원이냐에 따라 다를 수 있음) 그래서 칼 퇴근한다고 눈치 주는 사람도 없다. (오히려 늦게까지 일 잡고 있으면 업무능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상사도 있다.)
그리고 프랑스도 간부급은 자신의 커리어와 주어진 업무를 소화하기 위해 출근 시간이 더 빠르고 퇴근시간이 더 늦을 수 있으나 이 역시 본인의 선택에 달려있다.
내 시간을 즐길 수 있는 퇴근 후 삶.
저녁이 있는 삶을 즐길 수 있다.
한국도 코로나 이후로 회식문화가 많이 달라졌으리라 생각된다.
우리 회사는 저녁 회식이 없었다. 꼭 할 경우에는 점심시간을 이용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내 친구는 몇 달에 한번 꼴로 저녁에 간단히 술이나 음료를 마시면서 팀 회식(식사가 없는 회식)을 한다고 하였다. 그러니 회식이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겠으나 한국식의 회식문화와는 확연히 다른 셈이다.
보통은 퇴근 후 저녁시간은 오롯이 내 시간이다. 솔로이면 솔로의 삶을, 가족이 있으면 가족과 함께~
특히나 프랑스는 가족중심의 사회이고 아빠의 육아참여와 가사분담은 당연하기 때문에 특별한 일이 아닌 이상 저녁은 항상 가족과 보내는 것이 일반적인 사회 분위기인 것 같다.
정직원이 되면 회사는 나를 맘대로 자를 수 없다.
이런 이유로 정직원으로 바로 계약을 하는 경우보다 기간제 고용인 CDD 쎄데데 기간을 거친 후 (이때 또 테스트 기간인 période d'essai일주일에서 15일 정도를 거쳐야 함/CDD는 3개월에서 6개월 정도로 회사마다 다름) 정직원인 CDI 쎄데이가 되는 경우도 많다.
정직원인 쎄데이가 되면 이제 안정적으로 회사 생활을 할 수 있어 특별히 내게 큰 과실이 없는 한 고용계약을 유지할 수 있다. 단 회사는 직원에게 faute de travail 업무상 과실이 있을 경우 법적으로 계약 해지를 진행할 수 있다. 참고로 정직원으로 회사를 다니다 내가 원해서 사표를 쓸 경우 난 쇼마쥬(실업급여)를 받지 못하지만 회사에서 나를 자를 경우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만약 회사의 해고가 부당하다 생각되면 이의를 제기하고 소송을 할 수도 있다.
나 같은 경우는 코로나로 타격이 심한 회사와 'rupture conventionnelle'이라는 상호 간에 협의하에 고용계약을 해지하였다. 조건은 상황이 좋아지면 회사는 나를 우선으로 다시 채용하는 것이다.
회사는 이를 어길 수 없으며 만약 나 이외에 다른 직원을 채용할 시 나는 법적으로 회사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그래서 프랑스 노동법은 고용주보다는 '피고용인'을 보호하는 이점이 많기는 하다.
점심시간은 나를 위한 휴식시간.
말 그대로이다. 점심시간은 내가 샌드위치를 사 먹던, 뭘 하던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 되는 것이다..
다만 동료나 상사와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 가끔은 점심을 함께 먹기도 한다. 그리고 위에 말한 것처럼 회사에서 전체 회의가 필요한 경우에는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회식 같은 것을 할 때도 있다. 하지만 횟수가 그리 빈번하지는 않다. 내 프랑스 동료들을 보면 점심은 간단히 샌드위치를 먹고 주위에 공원에 가서 책을 보거나 날이 좋은 날은 햇볕을 쐬러 가는 등 자신들만의 개인적인 볼일을 보내는 데에 시간을 쓰는 것 같았다.
휴가는 내가 필요할 때에 쓸 수 있다.
집을 고쳐야 하거나(프랑스는 거의 자기 손으로 집을 수리함) 일이 갑자기 생기거나 외국에서 친인척이 오거나 등등 많은 이유로 나는 내 편의대로 휴가를 쓸 수 있다. 하지만 직장 일이라는 게 팀워크와 일의 연계성으로 인해 업무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하기 때문에 미리미리 양해를 구하고 동료와의 조율은 당연히 필요하다.
당연히 보장받을 수 있는 출산휴가.
결혼 유무에 상관없이 임신한 직원은 물론 그의 배우자, 동거인(아기 아빠- 정식으로 결혼을 했던지 동거인으로 PACS에 신고된 경우)의 출산휴가도 당연히 보장받는다. 내가 아기를 낳았을 때는 아빠 출산휴가가 14일이었는데 2021년 7월부터 21~28일(고용형태에 따라 약간 차이가 있어 보임)로 늘어났다고 한다. 한국도 아빠의 출산휴가를 받을 수 있다고 들은 것 같은데,,, 사회적으로 출산을 장려하면서 정작 회사에서 아빠의 출산휴가를 아직도 눈치를 보며 쓸지 말지 고민해야 하는 분위기라면 …
아이 하나를 키워내기 위해서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한 아이를 키워내는 데는 부모 외에도 사회와 나라가 모두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퇴근 후나 휴가 중에 회사로부터 업무에 관련된 이메일이나 메시지를 받지 않는다.
물론 아주 급한 일이면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거의가 퇴근 후나 휴가 중에 회사로부터 연락을 받는 경우는 드물다. 그럼 휴가증 일 처리는? 내 업무를 인계받은 사람이 처리하거나 업무처리가 가능하지 않으면 내가 복귀할 때까지 미뤄진다.
동료는 동료, 선임은 선임, 상사는 상사일 뿐. 막내는 누구?
물론 이들과 정말 잘 지내야 한다. 하지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한국의 '막내'라는 개념이 없다. 입사하고 에쎄이 기간(période d'essai)이 끝나면 자신의 업무능력을 어느 정도는 보여주어야 한다. 그래야 정직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그들의 업무평가는 굉장히 타이트한 것 같다. 일할수 있는 분위기를 내어주지만 따라오지 못하면 냉정하게 버리는 것 같다.(계약 연장 불가능)
신입사원이라도 선임이나 상사의 말에 반대하는 의견도 낼 수 있다. 업무상의 어떤 일을 추진할 때 선임이나 상사의 눈치를 보지 않고 내 의견이나 생각을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 직장 생활에서는 내 의견을 제대로 말하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내게 사적인 심부름을 시키지 않는다.
어떤 글에서 프랑스 사장이 개인 심부름을 시켰다는 것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
나는 10년 넘게 직장 생활하면서 한 번도 그런 경우가 없었기에,,,
내 경험으로는...회사에서는 사장이든 직장 상사에게서 가족과 같은 분위기... 기대할 수 없다.
보통 일적인 일 외에 거의 개인적인 사담은 하지 않는다. 물론 친해지면 점심시간에 가족 이야기나 바캉스 다녀온 이야기 등을 나누기는 하지만.
거의가 직원에게 개인적인 부탁이나 심부름을 시키지 않는 것 같다.
다만 내 자의로 상사나 동료가 곤란한 일이 처해 있거나 도와줘야 할 상황이 생긴다면 난 당연히 그를 돕는다.
그게 비록 개인적인 일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업무시간에는 자리를 비우지 않는다.
한국 회사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분들은 처음에는 이런 분위기가 좀 힘들었다고 한다.
이들은 업무시간 중간중간에 커피를 마시러 나간다거나 담배를 피우러 나가지 않는다.
일하는 시간에는 일에만 집중한다. 그래서 그런가? 분명히 일하는 시간은 짧은 것 같은데 일의 완성도는 의외로 높은 것 같다.
자유롭지만 외롭다.
프랑스 직장에서는 직장동료는 동료일 뿐, 선배도, 상사도 회사 안에서만 관계를 유지한다 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나는 퇴근 후 오롯이 가족에 충실하고 내 퇴근 후 삶에 여유로울 수 있다. 하지만 한국 직장에서는 사람들과 부딪치면서 가끔은 참견을 하고 그래도 나를 살펴주고, 챙겨주고, 어느 날 상사에게 깨지는 날이면 '저녁에 한잔할까?' 하고 나를 위로해 주는 누군가가 있다. 심지어 내 가족의 경조사도 챙겨주기도 한다.
프랑스에서의 직장 생활은 나를 자유롭게 하지만 외롭게도 한다.
물론 여기도 인간적인 관계를 유지하지만 난 언제나 외로움을 느낀다.
내 동료의 쓸데없는 참견이나 상사의 잔소리와 날 챙겨주는 맘 좋은 선배의 따뜻한 배려들이…
여기서는 늘 고프다.
그리고 나도 한국 사람이라 그런지,,, 회식 끝나고 노래방 가고 싶다,,, 흑!
얼마전 재미삼아 그리고 궁금하기도 해서 은퇴후에 내 연금이 얼마나 되는지 한번 계산해 보았다.
은퇴가 아직 한참 멀은 나이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중년이 되다 보니 은퇴후의 삶을 자주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연금액수가 도저히 생활을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 나와서 충격이었다.
프랑스가 근로자들이 일할 수 있기에는 분명 좋은 환경이기는 하지만
위에서 언급했듯이 세금 부담이 많다 보니 노후를 생각하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어중간한 나이에 월급쟁이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우리같은 외국인 노동자에게는
프랑스는 그리 매력있는 곳은 아닌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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