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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레저 Mar 22. 2022

먹는 돌을 판다니, 상상초월 아프리카 재래시장

#1. 상상초월 아프리카 재래시장에서 뭘 파나??


솔직히 말해서 아프리카에 살면서 현지 로컬 시장을 많이 이용하지는 않았다. 횟수로 열 손가락 안으로 꼽을 정도였다.

한 번은 운전기사와 함께 방문한 몽부에라는 가봉 리브르빌에서 제일 큰 곳 중의 하나인 재래시장이었고,

한 번은 지인과 '갈치'를 사러 가기 위해 방문한 어시장, 그리고 대부분은 김치를 담그기 위해 배추를 사러 간 현지 야채가게가 전부였다.

mapio.net

아프리카 재래시장에 가면 일단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덥고, 사람들도 많고, 물건들도 어수선하게 진열된 복잡한 길이며,,,  그리고 여기저기서 나를 '시누아 시누아' 중국사람이라고 불러대는 통에,,(처음엔 나 중국사람 아니거든?! 몇 번 대꾸하다 나중엔 그러려니 하게 된다)

이들이 우리를 중국사람이라고 부르는 이유에는 딱 두 가지가 있다.

그들의 눈에는 일본 사람이나 한국사람이나 모두 중국사람처럼 똑같아 보이니 , 그냥 부르는 의미에서 그렇게 시누아라고 하는 것과 아니면 조롱하는 의미에서 시누아라 부르는 것.

대부분 시장에 있는 아주머니들이 우리를 시누아라 부르는 것은 일종의 호객행위를 하기 위해서지 다른 의도는 없는 것으로 생각한다.

mapio.net

아프리카 가봉 수도 리브르빌에는 세 곳의 큰 로컬 시장 있는데, 내가 간 곳은 그중에 '마흐쉐 뒤 몽 부에 marche du mont-bouet'이었다. 현지에서 오래 계신 한인 분들 말로는 이곳의 시장들은 우리나라 60-70년대 재래시장 분위기라고들 하셨다.

길바닥에 돗자리 같은 비슷한 걸 깔아놓고 그 위에 상품들을 쫘~악 늘어놓은 노점들과

과일이나 야채들은 바구니나 그릇 같은데 담아서 놓고, 손님을 부르는 상인들과 물건을 사려고 몰려든 수많은 인파들 속에서 나는 너무 정신이 없어 그 북새통 같은 분위기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눈에 띄는 건 이곳에서 파는 옷들이 거의가 다른 선진국 등에서 들어온 재활용 의류라고 한다.

낱장으로도 팔지만 킬로로도 팔고, 이중에는 아마 우리나라에서 온 것도 있지 않을까??

언젠가 뉴스에 한국도 의류 수거함 옷들을 다시 손봐서 해외에 수출한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는데,

아마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수출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윗옷만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나라 사람들과 다른 그들의 신체구조상 하의는 거의 불가능해 보이기 때문이다. 여기 사람들은 남자고 여자고 정말 힙이 어마어마한 사람들이 무척 많다.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면 바로 퍼져버리는 아프리카 여인네들의 필수템인 원피스는 나도 한번 선물 받아 입어본 적이 있었다. 통풍도 잘 되고 시원하기는 했다. 제일 좋은 건 뱃살을  잘 가려준다는 점인 것 같다.

아프리카 로컬 시장에는 장난감, 화장품 등 메이드 인 차이나가 눈에 많이 띄었다.

가발들도 마찬가지. 물론 우리나라 가발보다는 질이나 스타일이 많이 떨어지긴 하는데 현재 가봉을 비롯해서

아프리카 가발은 거의 중국이 점령한 듯 보였다. 나도 처음에 와서 가발 사업을 한번 해볼까? 하고 시도했다가 한국 가발 하고는 단가가 안 맞아 포기했었다. 가발뿐 아니라 아프리카의 돈 되는 사업은 이제 거의 중국이 독식? 하는 것 같았다.



다른 시장 물건들이야 그렇다 치고, 내게 충격이었던 건 그들이 파는 그 '날것'의 육류들이었다.

고기는 거의 리얼하게 팔아서,,,포장이나 냉장상태가 아닌 상온에 그대로 펼쳐놓고 판다.

파리떼가 윙윙 몰려드는 가운데, 피가 흥건하게 고인 정체를 알 수 없는 고기들,,,

고기를 파는 곳을 지나갈 때 나는 저절로 눈을 감았다.

많은 아프리카 나라들을 다녀본 남편 말로는 다른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박쥐고기나 정체를 알 수 없는 곤충들도 구워서 판다던데,,,

그런 걸 봤다면 아마 난 그 자리에서 ,,, 상상도 하기 싫다. 다행히 내가 방문한 곳에는 없었다.


시장 길목에서 파는 길거리 음식들은 다양한데, 아프리카 온 지 얼만 안되었다면 되도록이면 먹지 않는 것을 권하고 싶다. 어느 정도 이곳의 물과 음식에 익숙해진 후 먹어보는 것이 아프리카 생활 초년생들이 현지에서 음식 잘못 먹고 겪게 되는 '복통과 설사'를 피하는 방법이 될 수 있으니 말이다.

리브르빌에서는 길거리 음식에서 가장 먹을 만했던 건 꾸페 꾸페 coupécoupé(숯불에 훈제한 양념고기)인 것 같다. 그 외의 길거리 음식에는 나는 모험을 해보지 않았다. 오자마자 현지 식당에서 밥 먹고 밤새 화장실을 들락날락해야 했던 경험을 한 이후로 더 이상 나의 '장'을 시험에 들게 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이 brochette 라 부르는 꼬치구이는 도대체 뭐를 꽂아 놓고 파는지 알 수가 없어, 처음에 닭고기를 박쥐고기인 줄 알고 기겁했던 나,,, 아프리카 가기 전 이런저런 정보를 알기 위해 인터넷 검색하다 우연히 발견하게 된 그들의 기절초풍할 '먹거리'에 바로 '입틀막'이었는데,

이런 의심으로 한입 크기로 잘라 불에 구워 꼬챙이에 끼워진 정체를 알 수 없었던 닭고기를 박쥐고기라 생각하고 기겁하고 뒷걸음친 생각을 하면 지금도 웃음이 나온다.




아프리카 재래시장에서 내 눈이 정말 휘둥그레 해지며 놀랐던 건  건 바로 이 식용 돌들을 봤을 때였다.

그냥 길바닥에 깔아 놓았길래 무슨 돌을 저리 갖다 놓았나 했더니,,, 먹는 돌이라니,,, 정말 충격이었다.

여자들이 주로 먹는데 특히 임산부의 메스꺼움과 구토를 없애는데 도움이 된다고 해서 먹는다고 했다.

(인터넷 검색에는 칼슘과 철분 섭취를 위해 먹는다고 하는 정보도 있는데 그보다는 오히려 이 돌을 먹으면 빈혈을 유발한다고 한다.)

[관련기사 링크]



직접 찍은 사진이 없어서 아프리카 지인한테 받은 사진.

이 식용 돌을 부르는 이름은 아프리카 나라마다 조금씩 다른 것 같다.

가봉에서는 kalaba 칼라바, 카메룬 그 주변 국가들에서는 kaolin 카올랑(카올린)이라고 부르는 것 같았다.

고령토(점토)인 이 돌들은 색깔은 저렇게 흰색도 있고 약간 붉은색을 띤 갈색 돌도 있고,,, 이 식용 돌을 먹어본 남편 김 차장 말로는 약간 분필 같은 느낌이라고 한다. 돌이라고 해서 정말 딱딱한 느낌이 아니고 씹으면 입안에서 흙처럼 부서지는 느낌...

맛은? 남편은 한번 먹어본 걸로 만족한다고 했다. 우리 입맛에는 안 맞는 걸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문제는 이 돌이 중독성이 있어서 아프리카 여자들은 한번 이 돌을 먹기 시작하면 멈추지를 못한다고 하는데,

특히 임산부가 계속 섭취할 경우 빈혈을 유발하고 기형아 출산율이 높다고 한다. 그럼에도 중독이 된 사람들은 이 돌덩어리들을 계속 먹는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가? 파리에서도 아프리카 지역 사람들이 많이 사는 동네 가게에는 이 돌을 파는 곳도 있다는 기사를 보았다.  프랑스에서 가격도 본토보다 훨씬 비싼 이 돌들을 굳이 사서 먹다니,,, 정말 중독되면 벗어나기 힘든 건가? 프랑스에서는 이런 중독현상을 '피카 증후군'이라 해서 섭식장애로 분류하고 있다는데,, 박쥐고기, 곤충을 먹는 것도 충격이었지만 식용 돌은 정말 쇼크 그 이상이었다.


[해당 기사 링크]




#2. 우리와 다른 듯, 비슷한 아프리카 재래시장


리브르빌 시내 골목 어귀나 시장에는 이렇게 진열된 조금만 가판대를 많이 볼 수 있다. 집에서 만들어 나온 땅콩이나 바나나 튀김, 음료수 등을 파는 곳이다.

땅콩이나 바나나 튀김은 먹을 만하다. 일단 땅콩이나 바나나 튀김은 열을 가한 것이니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하지만 가판대에서 파는 음료는 함부로 사서 마시면 안 된다. 싸구려 색소 때문에 혓바닥이 노랗게 물드는 건 물론이고 현지인이 아닌 우리 같은 사람들은 설사 백퍼이다...

엄마 따라 나온 아이들이 음료수를 사달라고 조르는 모습들은 예전에 나의 어릴 적 기억을 떠올리게 하였다.

엄마 몰래 오빠랑 길에서 파는 불량식품 사 먹으면 혓바닥이 노랗게, 빨갛게 물드는 경험을 해봐서 그런지, 이곳 아이들이 가판대에서 파는 환타같은 식용색소가 든 음료수를 마시고, 혀가 노랗게 물드는 것을 보면서 나도 어릴 때 저런 적이 있었지... 하는 생각을 하였다.


그러고 보면 예전에 어렸을 때 엄마 손 잡고 동네 시장을 따라가서 봤던 그런 풍경과 아프리카 재래시장의 모습이 그리 다른 건 없는 것 같기는 하다. 엄마와 가는 시장길에 떡볶이나 튀김 등을 사 먹는 재미와

시장상인들과 엄마가 가격 흥정하는 모습, 그리고 가판대 위에 종류별로 즐비하게 널려 있었던 생선들, 길에서 직접 따온 야채나 상추를 파셨던 할머니들이 기억에 남는다.

여기사는 사람들도 자기네 재래시장에서 그런 재미와 일상의 기억을 쌓을 것 같다.

각자가 가진 환경과 음식문화에 따라 그 모습이 좀 다를 뿐인데,,,

재래시장에 대한 기억을 잠시 잊고 백화점과 대형마트에 익숙한 나의 시선이 이들의 재래시장을 너무 낯설게 대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사람 사는데 다 똑같지"


아프리카의 리얼한 로컬 라이프가 궁금하다면 현지인들의 생생한 분위기를 그대로 맛볼 수 있는

'재래시장'을 방문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다만 길거리 음식은 조심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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