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레드에서 발견한 나다운 글쓰기
남들은 쉽게 하는데 왜 나만 어려울까?
나는 인스타그램을 나를 보여주는 메인 무대로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시각적으로 잘 전달할 수 있을지 템플릿을 연구하고, 사진을 잘 찍으려고 노력했다. 톤 앤 매너를 맞추고, '책과 글쓰기'라는 정체성을 분명히 세우려 애썼다. 사람들의 반응과 팔로우를 유도하는 멘트가 꼭 필요하다는 전문가(?)의 말도 잘 따랐다.
하지만 팔로워는 150명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물론 도달률을 높이는 릴스 영상 콘텐츠를 많이 못 만든 것에 대해선 할 말이 없지만…)
좋아요 수는 점점 줄고, 댓글은 며칠에 하나씩 달릴까 말까 했다. '내가 뭔가 잘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매일 밤 침대에 누워 다른 사람들의 피드를 들여다보며 자괴감에 빠져들었다. 분명히 열심히 하고 있는데, 왜 이렇게 반응이 없을까. 내 콘텐츠가 재미없는 걸까. 아니면 나라는 사람 자체가 매력이 없는 걸까.
인스타그램에 대한 흥미가 떨어질 무렵, 스레드를 시작했다.
그런데 스레드에서는 완전히 다른 일이 벌어졌다.
스레드는 인스타그램과 달랐다. 예쁜 사진도, 정교한 디자인도 필요 없었다. 그냥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툭 던지면 그만이었다. 나는 거의 무심코 글을 올렸다.
“나를 작가로 만든 것은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감이었다.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글쓰기라는 치료를 시작했다. 효과는 좋았고, 난 작가가 되었다.-베르나르 베르베르.”
“이젠 하다 하다 같은 책을 두 권 샀다. 병이다 병!”
“오늘 내 생일이라 기념으로 건물 하나 샀어. 나에게 주는 선물, 그건 바로 건물!
글로 건물 세울 때까지, 아자!”(사진)
이런 소소한 일상과 생각들이었다. 특별할 것도 없고, 깊이 있는 성찰도 아니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반응했다. 좋아요가 달리고, 리포스트가 되고, 댓글로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이 생겼다.
어느새 팔로워가 500명, 800명, 1000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스레드도 만만하지 않았다.
짧은 글이니까 쉬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더 어려웠다. 모두가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대체로 긴 글을 쓰면 사람들이 읽지 않는다. 짧게 쓰면 반응이 좋다. 최대한 내 생각의 핵심만 짧게 담아내야 했다. 군더더기는 모두 쳐내고, 가장 임팩트 있는 한 문장으로 승부해야 했다. 마치 광고 카피나 시를 쓰는 것처럼 말이다.
또 매일 써야 한다는 압박도 만만치 않았다. 인스타그램에서는 며칠에 한 번씩 포스팅해도 괜찮았지만, 스레드는 실시간성이 생명이었다. 오늘 올린 글은 내일이면 묻혀버린다. 그래서 매일매일 새로운 생각거리를 찾아내야 했다. '이렇게 매일 쓰다 보면 깊이가 얕아지는 건 아닐까?' '너무 일상적인 이야기만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이런 고민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러던 중 이세돌 기사의 인터뷰를 읽게 됐다.
"사람들은 자주, 남들이 다 하는 선택에 끌리지만, 결국 오래 남는 건 '나다운 선택'이다."
이 말이 가슴에 꽂혔다.
나는 지금까지 '인스타그램을 해야 성공한다', '유튜브를 해야 인플루언서가 된다'는 남들의 공식에 휘둘리고 있었던 건 아닐까. 어떤 플랫폼을 선택하느냐보다 중요한 건, 그곳에서 내가 '나다운 글'을 쓰고 있느냐는 것이었다.
스레드에서의 나는 꾸미지 않았다. 완벽한 문장을 만들려고 애쓰지도 않았다. 그냥 순간순간 떠오르는 생각을 솔직하게 던졌을 뿐이다. 그런데 그 솔직함이, 그 꾸밈없음이 오히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 같았다.
그렇게 스레드에서만큼은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를 아무렇게나 썼다. 그리고 그것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닿았다.
그렇다면 인스타그램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 끝에 나만의 역할을 정해줬다. 스레드가 '실시간 생각 저장소'라면, 인스타그램은 '정제된 아카이브'로 만들기로 했다. 아무래도 인스타그램은 시각적인 콘텐츠 기반이고, 스레드는 텍스트 기반이다. 내가 소개하고 싶은 책과 글귀를 위주로 시각적으로 잘 표현해서 인스타그램에 정리해보려고 한다.
스레드에서는 실험하고, 인스타그램에서는 정리하고, 브런치에서는 깊이 파고든다. 각 플랫폼의 성격에 맞게 '나다움'을 다르게 표현하는 것. 이것이 내가 찾은 답이었다. 마치 한 사람이 집에서는 편한 옷을 입고, 직장에서는 정장을 입고, 친구들과 만날 때는 캐주얼한 옷을 입는 것처럼. 본질적인 나는 같지만, 상황에 맞게 다르게 표현하는 것이었다. (잘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해보는 거다. 전략은 또 바뀔 수도 있다.)
돌이켜보니 내 인생의 중요한 순간들은 모두 예상 밖에서 찾아왔다.
내가 책을 좋아하게 된 계기도 그렇다. 방송작가 시절, 메인작가의 갑질이 너무 힘들어서 그만두게 되었는데 그때 동기의 소개로 책 프로그램에 들어가게 되었다. 비록 일 때문에 독서를 미친 듯이 하게 되었지만 그게 내 운명이 됐다.
결혼도 그랬다. 소개팅에서 만난 남편은 전혀 내 스타일이 아니었는데, 몇 번 만나다 보니 마음이 열렸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신혼 1년만 즐기고 아이는 천천히 가지려고 했는데, 신혼여행 다녀오자마자 생겨버렸다. 지금 생각해 보면 빨리 낳길 잘했다 싶고, 내 인생의 가장 큰 기쁨이다. 그리고 이번 스레드에서의 소소한 성공도 마찬가지다. 가장 공들인 인스타그램에서는 정체되고, 별 기대 없이 시작한 스레드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반응을 얻었다.
‘작가지망생을 그만둡니다’라는 연재의 주제는 내가 글쓰기를 포기한다는 뜻이 아니었다.
정해진 길만 고집하지 않겠다는, 내가 생각한 '작가다운 길'에만 매달리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내 앞에 어떤 길이 열린다면, 그것이 어떤 형태든 기꺼이 내 길로 삼겠다는 의미다.
스레드에서 아무렇게나 짧은 글을 쓰는 것도 글쓰기다. 브런치에서 긴 에세이를 쓰는 것도 글쓰기다. 언젠가 책을 내는 것도 글쓰기고, 강의에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글쓰기의 연장선이다. 중요한 건 형식이 아니라 내용이었다. 어떤 플랫폼에서 쓰든, 어떤 길이의 글을 쓰든, 나다운 이야기를 솔직하게 담아내는 것이 핵심이었다.
역시 인생은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하지만 이제는 그 불확실함이 두렵지 않다. 오히려 기대된다.
오늘도 나는 스레드에 글을 남긴다. 누군가의 하루에 긍정의 에너지가 전달되기를 바라면서.
작가지망생은 그만뒀지만, 글 쓰는 사람으로서의 내 이야기는 계속된다.
이 이야기는 브런치북 [작가지망생을 그만둡니다]의 한 편입니다.
지금 ‘라이킷’ 누르고, 1화부터 정주행해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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