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조리 중에 몸살이 났습니다.

by 미고


“산모님, 좀 쉬세요.”

출산 후 몸조리하려고 들어간 산후조리원에서 내가 가장 많이 들은 얘기다. 사실 조리원의 일정은 쉴 틈 없이 제법 빡빡하게 돌아간다. 첫째 아이를 출산했을 당시는 공인중개사 시험 준비를 하고 있을 때라 조리원에서 시간이 많을 줄 알고 수험서를 잔뜩 싸가지고 갔었다. 하지만 한 번도 펼쳐보지 못하고 그대로 집에 가져왔다.


이유는, 너무 바빠서다. 물론 작정하고 쉬면 충분히 휴식을 취할 수도 있지만 나는 직수(직접 젖을 물려서 수유하는 방식)를 고집했고, 새벽잠을 포기하고 2-3시간마다 수유를 했다. 하루 세 끼, 두 번의 간식까지 더해 다섯 끼를 먹고, 매일 마사지를 받다 보니 책을 들여다볼 틈도 없이 2주라는 시간이 그냥 흘러갔다.


이번에 둘째를 출산하고는 좀 달랐다. 2주라는 시간을 나를 위해 지내보기로 결심하였다. 첫째가 없는 틈을 타서 그동안 부족한 부동산 투자 공부에 더욱 집중하기로 한 것이다. 직수와 새벽 수유는 포기하고 대신 유축을 해서 아이에게 모유를 제공하거나 분유로 대체하기도 했다. 그렇게 확보한 나만의 시간 동안엔 강의를 듣고, 독서를 하고, 글을 썼다.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책상에 앉아있으니 중간중간에 청소를 해주시고 식사와 간식을 가져다주시는 여사님이 방문을 열고 들어오실 때마다 매번 이상하게 보셨다. 이 행동이 며칠간 지속되자 가끔 침대에 누워서 쉬고 있는 나를 보고 더 놀라곤 하셨다. 조리원 실장님은 내가 맨날 강의를 틀어놓고 수백 장 되는 강의자료를 들춰보고 있으니, 내 직업이 강사인 줄 알았다고 하더라.


아마도 쉴 틈도 없이 바쁜 커리어우먼이 애를 낳고도 조리원에서 일을 한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 그렇게 애 낳은 지 일주일도 안 된 산모가 누워서 쉬는 시간보다 앉아서 공부하는 시간이 많으니 결국엔 병이 났다.

원인 모를 두통이 며칠간 지속되었다. 약을 먹어도 나아지질 않았는데 잠을 좀 자니 나아지긴 했다. 화장실도 안 가고 오래 앉아 있던 탓인지 방광염에 걸렸다. 엄청난 고통과 피로감에 나는 어쩔 수 없이 쉬기로 했다.


방광염에 걸려본 사람은 알겠지만, 잔뇨감과 통증이 많이 고통스러워 도저히 뭔가에 집중하기 어려운 상태가 된다. 몸의 컨디션이 급격히 안 좋아지니 겁이 났다. 목표를 이루기도 전에 포기해야 될까 두려웠다. 하필 주말이라 병원에서 진료를 하지 않았다. 다행히 조리원 실장님의 도움을 받아 출산 후에 먹었던 항생제를 산부인과 응급실을 통해 받아와서 먹었다. (산부인과에서 운영하는 조리원이라 가능했다.) 약을 먹고 나니 몸이 한결 나아졌고, 조금 살만하니 다시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종전에 걱정은 온데간데 사라지고, 나는 완전히 회복되기도 전에 다시 책상에 앉았다.


고3 수험생 시절에도 이렇게 열심히 하진 않았던 것 같다. 무엇이 나를 이토록 열심히 하게 만들었을까.

첫째, 나에게 마음껏 공부할 수 있는 자유가 생겼다. 엄마들의 시간은 항상 아이에 의해 흘러간다. 육아를 하면서 정해진 시간에 내가 원하는 공부를 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아이가 엄마를 필요로 할 때 엄마는 항상 옆에 있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이가 어린이집에 간 시간이나, 자는 시간, 엄마를 찾지 않고도 혼자 노는 시간을 통해서 ‘오롯이 나의 할 일’을 해야 한다.


항상 시간의 한계에 부딪혀야 했던 육아맘에게 2주라는 아주 긴 시간이 넝쿨째 굴러들어 온 것이다. 집으로 돌아가면 다시는 누리지 못할 나만을 위한 시간 말이다. 그 시간을 그냥 흘러 보낼 순 없었다. 매일 모자동실 2시간(신생아실 청소시간에 산모 방에서 아이가 함께 지내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마사지받는 시간도 반납하고 강의와 독서, 과제에 매진했다.


둘째,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생겼다. 앞선 글에서도 언급했듯 나의 목표는 경제적 자유를 이루는 것이다. 열심히 노력해서 성공한 사람, 성공한 엄마가 되고 싶다. 그런 다음 마음껏 읽고 싶은 책을 읽고, 새로운 취미를 만들고, 배우고 싶었던 것을 배우고, 만나고 싶었던 사람들을 만나고, 가족과 여행하며 행복한 삶을 살고 싶다. 강남에 집 한 채와 미국에 집 한 채를 갖고 싶다. 나와 같은 관심사를 가진 부자들과 어울리며 계속해서 발전하고 싶고, 가진 것을 나누며 그 기쁨을 누리고 싶다. 운동으로 다져진 건강한 신체를 갖고 싶고, 남편과 새로운 스포츠를 배우며 취미를 공유하고 싶다. 자녀들과도 함께할 수 있는 취미를 갖고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고 싶다.


단란하고 행복한 가정을 유지하는데 시간과 돈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경제적 자유는 나에게 여유로운 시간과 돈을 보장해준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 목표를 꼭 이루고 싶고, 이뤄야만 한다. 출산을 했고, 조리를 하기 위해 조리원에 들어왔지만 나에게 몸조리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이루고 싶은 간절한 목표가 있고, 내 머릿속에는 온통 그 한 가지 목표로 가득 차 있을 뿐이었다. 하나도 힘들지 않았고, 공부하는 시간 동안은 정말 행복했다. 물론 중간에 두통과 방광염 통증에 시달려야 했지만, 금방 회복될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스스로에게 버텨달라고 간절히 부탁했고, 목표를 달성한 후의 행복한 미래의 모습을 계속 그렸다.


집으로 돌아가면 분명 안 좋은 상황(공부하기 어려운 환경)이 날 힘들게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삶에 목표를 맞출 수는 없다. 그것은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니기 때문이다. 목표에 내 삶을 맞춰야 한다. 두 아이 육아를 하면서도 투자 공부를 지속하고 경제적 자유를 이룰 수 있는 방법이 분명히 있을 거라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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