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진만 해서는 결코 발견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하여
글 쓰는 게 좋아서 나는 쓰는 삶을 선택했다.
그런데 글을 쓰는 삶이 힘들다는 생각을 꽤 자주 한다. 특히 마감이 다가오면 나는 급격히 쪼그라든다.
분량을 확인하고, 기획의도대로 썼는지 점검하고, 사람들이 내 글을 어떻게 생각할지 불안해하면서 정작 내가 이 글을 왜 쓰고 싶었는지를 잊어버린다. 처음에 이 이야기를 꺼내고 싶었던 그 두근거림이 어느새 두려움으로 변질되어 있다.
수정하는 과정도 그렇다. 고치면 고칠수록 처음의 날 것 같은 감각이 지워지는 것 같아서 이 문장이 맞는 건지 틀린 건지조차 모르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결과를 기다리는 순간 나는 또 한 번 작아진다.
고맙게도, 이런 힘든 순간들 사이에서 나를 위로하는 한 문장을 발견했다.
픽사 스토리텔러들의 이야기다. 그들은 스토리를 만들기 전에 답사여행을 떠난다.
영화의 배경이 될 곳을 직접 탐험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등장인물이 될 캐릭터들을 연구한다.
그렇게 여행을 마친 스토리텔러들은 뜻밖의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여정을 마칠 무렵 우리는 가장 중요한 것을 발견했다. 바로 우리 자신이었다."
최고의 영화를 만들기 위해 기를 쓰고 달려가던 그들이 정작 발견한 것은 완성된 작품이 아니었다. 길을 헤매고, 어려움을 만나고,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좌회전해야 했던 그 과정 속에서 그들은 자기 자신을 다시 만났다.
내가 글을 쓰면서 가장 살아있다고 느끼는 순간이 언제인지를 떠올려봤다.
바로 글을 쓰기 전이다. 어떤 이야기를 써야 할지 고민하며 나는 한동안 그냥 어슬렁거린다.
무슨 글을 쓸까, 생각하면서 주변을 관찰한다. 이 순간이 글쓰기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순간이다. 아직 아무것도 쓰지 않았지만, 이미 무언가로 가득 찬 느낌.
사람들을 만날 때도 그렇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 습관 하나, 특유의 손짓에서 캐릭터가 탄생한다. 계획한 적 없는 인물이 불쑥 이야기 안으로 걸어 들어올 때 희열이 있다. 이건 직진으로 달려갈 때는 절대 만날 수 없다.
글을 써 내려가는 것도 마찬가지다. 처음 생각했던 방향과 전혀 다르게 흘러갈 때, 등장인물이 내 의도를 배반하고 자기 멋대로 움직일 때 나는 당황하지만 동시에 안다. 이야기가 살아있구나.
하지만 나는 종종 그 즐거움을 스스로 차단한다.
마감일 앞에서는 헤매는 것이 낭비처럼 느껴진다. 어슬렁거리는 시간이 게으름처럼 보인다. 빠르게 완성해야 한다는 압박이 탐험의 즐거움보다 앞선다.
픽사의 스토리텔러들도 그랬을 것이다. 최고의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무게가 얼마나 무거웠을지. 그럼에도 그들이 마침내 발견한 것이 '완벽한 결과물'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었다는 사실이 내게는 작은 위로이자 큰 질문으로 남는다.
나는 지금 스스로에게 묻는다.
대중을 감동시키기 전에, 나는 먼저 이 여정에 감동하고 있는가?
마감을 향해 달려가기 전에, 나는 지금 헤매는 시간을 충분히 살고 있는가? 주제를 찾아 어슬렁거리고, 사람들 사이에서 캐릭터를 발견하고,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좌회전하는 그 모든 순간들을 낭비가 아니라 창작의 핵심으로 받아들이고 있는가?
진짜 이야기는 목적지에서 탄생하지 않는다.
직진으로는 절대 발견할 수 없는 그 골목 어딘가에서, 헤매다 우연히 마주친 그 문장 하나에서, 계획에 없던 그 인물의 뒷모습에서 탄생한다.
그러니 나는 오늘도 조금 더 헤매기로 한다.
가장 소중한 창작의 즐거움을 잃지 않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