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브런치 북 공모전 이야기
올해 8월 4일에 브런치 작가 승인이 되고, '외노자의 삶'을 브런치 북으로 엮어 제10회 브런치 북 공모전에 응모했다.
호주 시골에 한 공장에서 풀타임으로 일하면서, 출근을 위해 다음날 새벽 5시에는 눈을 떠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의로 밤늦게까지 브런치에 올릴 글을 썼던 시간들은 보람차지만 피곤했고 즐거웠지만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았음을 고백한다.
결론적으로는 발표 전날인 오늘까지 브런치로부터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한 나의 첫 공모전 수상의 꿈은 실패로 끝났다. 수상 실패의 아쉬움은 작품에 대한 애정에 비례한다는데, 나는 전혀 아쉽지가 않다.
이 공모전에 작품을 제출한 작가들 중에 최선을 다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내가 그랬듯 그들의 상황 속에서 가진 힘을 모두 끌어내 글을 마무리했을 것이라 감히 추측한다. 수상자들과 나의 차이는 최선을 다함의 차이가 아니라 명백한 실력 차이일 것이다. 실제로 '외노자의 삶'을 쓰면서 '어쩌면 뻔한 이 이야기를 어떻게 좀 더 흥미롭게 쓸 수 있을까'가 제일 큰 고민이었고, 매 문장마다 내 짧은 표현력과 어휘력의 한계에 절망스럽고 분했다.
요즘 E-book을 많이 읽는데, 독자들이 남긴 책 후기에서 '요즘은 개나 소나 다 책 쓰고 난리네'라는 댓글을 본 기억이 있다. 혹시나 운이 좋아서, 이번 공모전을 평가하는 분들이 취해서(?) 실수로라도 공모전에서 수상을 하게 되었다면, '책 쓰는 개나 소' 소리를 듣는 사람은 분명 나였을 것이다.
자신감이 없다거나, 주눅 들어있는 것이 아니다. 출중한 글 실력을 가진 여러 작가분들도 2번 3번 많게는 10번도 떨어졌다는 브런치 작가 승인을 특별한 준비나 정보도 없이 자기 전에 침대에 앉아 핸드폰으로 끄적거린, 심지어 맞춤법 검사도 하지 않고 올린 작가 신청서로 덜컥 합격해버린 내가 '혹시 내가 글쓰기에 숨겨진 재능이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며 자만해 있을 때, 이번 공모전 탈락은 내현 실과 수준을 일깨워 주는 좋은 기회였다.
내 인생 첫 공모전이고, 쓴 글이 많지 않아 아쉬움보다는 겸허한 마음이 큰 것일지도 모른다. 이런 내가 나중에 아주 나중에 공모전 탈락이 너무 아쉬워 펑펑 울게 될 날이 온다면 그때의 그 아쉬움은 그동안 내가 스스로가 만족할 만한 좋은 글을 많이 쌓았다는 뜻일 것이다.
이번 10회 브런치 북 출판 프로젝트에서 수상한 모든 작가분들께 하루 먼저 축하인사를 전하고, 아쉬워하고 있을 미 수상자 작가분들께, 오늘의 아쉬움은 본인이 보기에도 자신의 글이 꽤 괜찮았음을 반증한다는 말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길 바란다.
그래도 운이 좋아 수상할 수 있다면 언제든지 기쁜 마음으로 개나 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