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대

쓸데없는

by 미하

초인종이 울렸다. 베란다에서 한낮의 태양을 즐기며 잠들어있던 뚜비가 깨어나 현관으로 달려간다. 꼬리를 흔들다니. 이 녀석은 초인종을 누가 눌렀는지 알고 있다.


뚜비. 이리 와.


뚜비는 내 목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가만 엎드린 자세로 꼬리를 흔들며 현관문을 주시하고 있다. 한참이 지나도 문이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자 이내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그렇게 기다려도 이제 못 봐.


뚜비의 고개가 갸웃한다.

차라리 택배 기사였다면 좋았을 텐데.

차라리 어린아이의 장난이었다면 좋았을 텐데.

그랬다면, 마트에서 배달 온 장가방을 풀어 식료품을 정리하고, 너와 저녁 준비를 하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스한 밥을 같이 먹을 수도 있었을 텐데.

그랬다면, 요즘에도 저런 장난을 치는 사람이 있느냐고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실컷 웃을 수도 있었을 텐데.


내일 문 앞에 물건 갖다 놓을게.


어제저녁에 도착한 너의 메시지에 나는 답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오늘 그는 어김없이 나를 방문했다. 쓸데없이 잘 지켜지는 약속. 답도 하지 않은 일방향의 약속 아닌 약속과, 맞이할 수 없는 방문객. 초인종이 울려도 차마 열어볼 수 없는 두꺼운 문.

굳이 초인종을 누를 필요까진 없었을 텐데. 헤어진 후에도 쓸데없이 친절한 너의 행동. 아마도 이 초인종 소리가 그 친절의 마지막일 것임을 나는 알고 있다. 마음이 한없이 불편해진다. 불친절했다면 조금은 편했을까.

뚜비를 바라본다. 이 녀석은 한참이 지나도 꼼짝 않고 여전히 현관 앞에 엎드려 있다. 문을 주시한 채. 그의 냄새가 멀리 사라지고 있다는 걸 분명히 알고 있을 텐데도 포기하지 않는다.


소용없다구.


뚜비의 귀가 잠시 쫑긋하며 움직인다. 나도 돌아보지 않은 채.

천천히 발을 떼고 뚜비 옆으로 가 주저앉는다. 부드러운 털이 다리에 닿는다. 또 다른 부드러움은 이제 멀어져 가고 있다.

문에 고정된, 쓸데없는 시선이 하나 늘었다.

뚜비의 부드러운 등을 쓰다듬으며 중얼거린다.


오늘만, 오늘만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