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uch

공감과 울림

by 미하

나는 언제나 터치에 민감했다. 물리적 터치든 감정적 터치든 그런 것은 상관이 없었다.


건드려지는 것.

나는 무언가에 의해 자주 흔들렸다. 줏대라는 것과는 다른 흔들림.

그저 버들잎처럼, 긴 대나무처럼 바람 따라 이리저리 흔들렸다.


바람이 불지 않는 날은 없었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건 불가능한 일일까. 언제든 미묘한 대류의 움직임이 있었고 나의 감정선은 매일 등고선을 그렸다. 나는 누구보다도 자주 울고, 자주 화나고, 자주 토라졌고, 자주 웃었다.


공감능력이라고 했다. 누구보다도 큰.

어렸을 적에 갔던 뇌과학 센터에서는 그렇게 말했다. 거울 뉴런이 매우 심하게 발달한 케이스였다.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뇌수술을 권유

받았다. 부작용은 정반대의 내가 되는 것이었다. 부모님과 나는 또 다른 나를 만나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뇌수술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언제나 흔들렸다. 매일 멀미 속에 살았다. 바다 위에 뜬 작은 배처럼.

아무도 나를 건드리지 않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날엔 아무나 나를 휘어잡고 마구 흔들어 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격랑 속에 있다 고요를 만나면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건 땅멀미와 같은 것이었다.

감정의 폭포든 고요든 어느 것이든 나는 늘 뱅글뱅글 도는 원 속에 살았다.


다른 것에 전이되는 내가 다른 것을 전이시킬 수 있다면.


그렇다면 흔들리며 사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다른 내가 되고 싶다.



처음 보는 길을 걷고 있었다. 눈앞에 터널이 나타났다.

터널.

터널은 이상한 힘이 있다. 왜 갑자기 터널이 나타났는지 모를 일이다. 그냥 그 일이 그날 일어났다고 밖에는 설명할 수가 없다. 왜 그날이었냐고 묻는다면 나는 알 길이 없다.


이상한 터널을 들어섰고 그 끝에 무언가 있었다. 무엇인지 보이지 않았으나 그것에는 이상한 힘이 있었다.

자석이 끌어당기듯 커다란 인력이 작용했고 내가 그것에 다다르는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었다.

걸었으나 걷는 것이 아니었다. 나는 이상한 방식으로 그것에 다가가고 있었다.

터널 속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무엇은 있었다. 그게 무엇인지,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 아무도 없어서 지금 일어나는 이 현상을 나중에라도 설명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골목 끝에 피아노가 한 대 있다.


나는 언제나 터치에 민감했다. 물리적 터치든 감정적 터치든 그런 것은 상관이 없었다.


건드려지는 것.

나는 무언가에 의해 자주 흔들렸다.


내가 흔들리면 소리가 난다.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을 담아 나를 건드린다. 어느 날엔 서툰 이가, 어느 날엔 능란한 이가 나를 건드린다.

나는 사람들의 손길을 타고 하염없이 흔들린다.

누군가의 감정에 전이된 나의 현이 감정의 모양대로 흔들린다.

누군가는 나의 흔들림에 전이되고 있다.


이런 길 위의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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