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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에 Nov 23. 2016

생각을 그리다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Melbourne)'

비루한 일기를 한 줄 쓰는데도 수없이 많은 글자가 지나간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과정. 마침표를 찍고도 개운해지지 않는다. 온전히 담아내지 못한 것이 아쉽기만 했다. 생각을 무엇으로 표현하는 일은 그렇게 어렵다.


멜버른(Melbourne)

오스트레일리아 남동부에 위치한 대도시. 과거 황금을 찾아 몰려든 사람들로 인해 다양한 사람들이 어울려 살게 되었다.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 드넓은 공원과 고층빌딩 숲이 함께 머무는 곳. 넓디넓은 호주 땅덩이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탓에 들고 나는 여행자도 많고, 안팎으로 볼거리가 많아 활기가 넘친다.


도시의 중심부는 대개 새로운 것들로 가득 차 있다. 동심원을 그리며 바깥으로 나갈수록 초록이 짙어지고, 거리의 나이도 늘어난다. 오래된 것들이 담고 있는 사연은 어쩐지 매력적이다. 낡은 건물은 묘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곤 한다. 지난날들이 진열된 상점가에서 엿보는 그 시대의 취향과 생각.

Fitzroy & Collingwood


그래피티(Graffitti)

거리 곳곳에는 누군가의 생각이 펼쳐져있다. 건물의 벽면이나 기둥에 긁거나 휘갈겨 쓴 글씨 또는 그림. 흔쾌히 벽을 내어준 이들의 마음 덕분에, 하나둘씩 늘어가는 작품. 주변에 파묻히기도 하고 두드러지기도 하면서 담쟁이넝쿨처럼 얽혀있었다.

Fitzroy & Collingwood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사는 만큼, 많은 사연이 담긴다. 단순한 낙서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정성스러운 그들의 이야기. 화려한 색채 속에 각자의 생각을 담는다. 자본주의를 비판하거나 사회적 이슈를 그려내기도 했다.


저 마다의 생각을 손에 들고 광장으로 향하는 요즘. 촛불은 시대의 상징이 되었다. 누구는 글자로, 그림으로, 음악으로 또는 조형물로 뜻을 전한다. 아파트 발코니에 내걸린 표어가 일종의 그래피티일지도 모르겠다. 덧칠에 덧칠을 거듭해도 모자를 정도로 마음이 들끓는다. 질의응답 시간이 되면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던 사람들이, 편지지 한 장을 꽉 채우는 게 너무 힘들다는 사람들이, 무대에 올라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어려운 일에 뛰어들 만큼 절절한 마음. 언젠가 서울을 찾아온 여행자가 지금의 흔적을 발견하는 날이 올까. 이왕이면 짜릿한 역사라는 설명을 전해 듣게 되었으면.

Fitzroy & Collingw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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