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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에 Sep 07. 2016

아직 닫히지 않은 문

덴마크 '루이지애나 현대미술관'

우연히 TV 채널을 돌리다가 멈출 때가 있다. 낯선 풍경이 주는 놀라움. '언젠가는' 가볼 수 있을까? 마음에 일렁이는 파도는 아주 잠시, 막연한 희망사항은 금세 잊히고 만다.



Louisiana Museum of Modern Art

코펜하겐 중심부에서 30분쯤 떨어진 바닷가 마을에 위치한 루이지애나 현대미술관(Louisiana Museum of Modern Art). 자극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작은 동네와 어울리는 수수함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전시 작품과는 별개로 미술관 자체가 하나의 예술로 여겨질 만큼 매력적인 곳이다.


Teaser

뒷 문을 열고 나가면 바다가 펼쳐진다는 미술관을 소재로 한 수필이 있었다. 삽화를 보면서 애써 상상해봤지만, 당시 비행기 조차 낯설었던 내게 덴마크는 너무나 먼 곳이었다. 십 년쯤 흘렀을까, 담쟁이덩굴에 둘러싸인 아담한 입구를 지나 기억 속의 출구로 향했다. 비루한 상상력 덕분에 더욱 감동적이었던 문 밖의 풍경.


On Air

쨍한 초록빛 들판과 넓은 바다. 멀리서 바라보면 살뜰하게 가꾼 가정집처럼 보이기도 한다. 어색하게 삐죽 솟아나지 않도록 공들여 지은 건물. 부족한 공간은 옆으로, 아래로 내었다.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지극히 현대적인 내부에도 아날로그 느낌이 가득한 건 그 때문일까. 잘 자란 나무들이 줄지어선 길을 따라 내려가면 바다에 닿는다. 사람 사는 세상과 자연이 어우러지는 예술이 바로 여기에.  


Next 

아렴풋이 마음에 남았던 장소에 도착하기까지 십 년이 걸렸다. 떠날 수 없다고 생각했던 시절은 지나갔고, 이제는 다음을 꿈꾼다. 주머니 사정이 좋았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아무리 애를 써도 안 되는 때가 있었다. 그래도 괜찮다. 내일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고, 그러므로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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