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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에 Dec 14. 2017

누군가를 기억하는 방법

독일 도나우슈타우프 발할라(Walhalla)

시대의 뒤편에는 무수히 많은 사람이 있다. 일부는 다른 이에게 깊은 영감을 주는 삶을 살았다. 역사의 흐름이 한 번씩 뒤틀리는 타이밍에서 안타깝게 희생된 사람도 있다. 후대의 사람들은 사연이 있는 장소와 물건을 보존하거나 동상을 세우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잊지 않겠다는 마음을 표현한다.




Walhalla

발할라(Walhalla)는 발홀(Valholl)이라는 고대 노르드어의 영어식 표기로 북유럽 신화와 관련이 있다. 전쟁터에서 죽은 영웅이 모여사는 곳을 말한다. 때때로 추모의 공간에 같은 이름을 붙이는 경우가 있는데 19세기에 지어진 독일의 발할라(Walhalla)가 그렇다. 독일의 정치인, 학자, 예술가 등을 기리는 공간이다. 독일 남부의 레겐스부르크에서 동쪽으로 5km 정도 떨어진 작은 마을, 도나우슈타우프(Donaustauf)에 위치한다. 그리스 신전을 닮은 모습으로 도나우강이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 우뚝 서 있다.  



묵직한 기둥을 지나 실내에 들어서면 황금색으로 번쩍이는 천장이 눈에 들어온다. 가운데는 하늘을 올려다볼 수 있도록 창을 내었다. 맑은 날에는 햇살이 안으로 쏟아질까? 내부는 전반적으로 채도가 낮은 색을 사용하여 화려한 인상을 주진 않았다. 하늘을 떠받치고 있는 것 같은 조각상이 눈에 띄는 정도랄까.



앙쪽으로 기억하고 싶은 이들의 흉상을 놓았고 벽면에는 간략한 정보가 쓰인 명판이 붙어 있다. 가끔 공원이나 거리, 박물관에서 석상을 보긴 했지만 증명사진을 나열한 것처럼 줄 맞춰 선 흉상을 본 건 처음이다. 같은 곳을 바라보는 망자의 하얀 얼굴이 무척 차갑게 느껴졌다. 생전에는 많은 사람에게 뜨거운 열정을 나눠주었겠지만. 알아볼 수 있는 이름을 발견하고 나서야 조금 편안한 기분이 들었다.



다시 또 눈이 내릴 것처럼 잔뜩 흐리다. 밖으로 나온 사람들은 눈 쌓인 강변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는다. 시간을 붙잡아 과거를 들여다보라는 걸까, 강물이 멈춰 선 것처럼 보였다. 구불대며 흘러가는 게 분명한데 수면이 거울처럼 매끄럽게 반질거린다. 생(生)의 경계에 투명하고 고요한 세상이 열린다면 이런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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