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등 기사 번역
지지난주부터 번역해두려고 킵해둔 기사였는데, 조금 타이밍이 늦었네요. 시의성은 다소 떨어졌지만, 디즈니의 체계적인 마케팅 전술(!)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만한 글입니다.
원문은 뉴욕타임스 Brooks Barnes의 글이라 영어가 자유로운 분들은 아래의 링크에서 읽어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디즈니 플러스 정식 론칭일 이전에 작성되었습니다)
저는 COURRIER japan과 Newspicks 번역 아티클을 참고했는데, COURRIER는 정식 론칭 이후라서 오픈 전후의 내용들이 업데이트되어있습니다.
디즈니가 야심 차게 준비한 OTT 서비스 '디즈니 플러스'가 지난 12일, 드디어 실체를 드러냈다. 오픈 첫날 접속 폭주로 인한 장애가 발생했는데, 그도 그럴만한 것이 디즈니의 놀라운 마케팅 파워가 여지없이 발휘되며 하루 만에 천만명의 가입자를 모은 것이다. 라이벌 넷플릭스가 2년이나 걸린 일을 단 하루 만에 일궈낸 놀라운 성과다. 디즈니 그룹 산하의 TV 방송국, 테마 파크, 굿즈샵, SNS... 모든 채널을 총동원한 디즈니의 마케팅 전략을 소개한다.
미국 ABC의 리얼리티 프로그램 "Dancing with the star"는 10월 중순, 출연자들이 디즈니의 명곡에 맞춰 춤을 추는 기획물 '디즈니 나이트'를 방송했다. 이날 방송의 진행을 맡은 톰 버거론은 디즈니가 11월 12일부터 새로운 동영상 서비스 '디즈니 플러스'를 시작할 것이라고 홍보하며 700만 명의 시청자를 상대로 "바로 지금 사전 등록하시죠"라는 코멘트를 날렸다.
그 순간 캘리포니아주 디즈니 본사에서 생방송을 지켜보고 있던 디즈니 플러스 직원들 사이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버저론은 방송 중에 몇 번이나 서비스에 대해 언급, 1시간 남짓의 방송이 끝날 무렵 디즈니 직원들은 박수를 너무 열심히 치다 손이 아플 정도였다고 한다.
디즈니 산하의 ABC 방송국은 디즈니 플러스를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그룹의 사활의 건 프로모션이었다. 디즈니 플러스의 콘텐츠-마케팅 책임자인 리키 슈트라우스는 이를 두고 '월트 디즈니 사상 유례가 없는 대규모 시너지 캠페인'이었다고 말한다. 그동안 디즈니가 진행해 온 크로스 프로모션과 비교해본다면, 상당히 이례적인 발언이다. 하지만 스트리밍 전쟁이 격화되고 있는 시장 상황을 고려했을 때 피할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2년 전 디즈니가 넷플릭스 방식의 동영상 플랫폼 계획을 발표했을 때, 로버트 아이거 CEO는 "우리는 거대하고 매력적인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다"라고 선언했다. 넷플릭스나 아마존 프라임은 코웃음을 쳤다. 스트리밍 서비스를 성공시키기 위한 복잡한 기술에 대해, 디즈니가 과연 알기나 할까 라면서 말이다.
디즈니가 기술적인 허들을 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하지만 디즈니 플러스를 얕보는 사람들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디즈니가 무적의 마케팅 파워를 발휘하기 시작한 것도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플로리다 월트 디즈니 거리에는 세인트 루이스 시내보다 많은 버스들이 다니고 있는데, 이 중 대다수가 디즈니 플러스 광고를 노출시키고 있다.
1만 2천 명이 넘는 승객들이 탑승하는 디즈니 크루즈 라인에서는 선상에서 디즈니 플러스의 새로운 프로그램 '하이스쿨 뮤지컬 : 더 뮤지컬 : 더 시리즈'가 먼저 상영되고 있다. 디즈니 스토어의 각 매장에서는 '하이스쿨 뮤지컬' 시리즈의 이벤트가 진행 중이다. 11월 12일부터 7천 명이 넘는 직원이 QR코드가 포함된 스트랩을 몸에 부착, 고객들이 QR코드를 자신의 스마트폰에서 찍으면 디즈니 플러스 가입 페이지로 바로 접속이 가능하다.
"디즈니는 마치 거대한 핀볼 머신 같다. 최종 스코어를 끌어올리기 위해 각 부문 간 콘텐츠와 이니셔티브라는 '공'을 주고받는다"라고 캘리포니아대 경영대학원의 진 델페키오 교수(마케팅)는 말한다.
10월 28일에는 마케팅&오퍼레이션 담당 부사장 조 얼리가 'Blits Day (진격의 날)'이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집중적인 광고를 전개했다.
휴스턴과 시카고시에서는 ABC 날씨 프로그램에서 디즈니 플러스가 화제가 되었다. 아침 정보 프로그램과 토크 방송에도 등장한 것이다. 디즈니 월드를 방문한 사람들은 광고 게시판과 송영버스 차내, 디즈니 계열의 호텔 객실 (약 2.2만 개의 객실 보유)에서 볼 수 있는 정보 채널 등 닿을 수 있는 모든 곳에서 디즈니 플러스 광고를 만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디즈니가 운영하는 거의 모든 소셜 미디어 계정에서 디즈니 플러스 관련 정보를 노출시킨다. 각종 채널 구독자 팔로워 수를 모두 합치면 10억 명이 넘는다. (팅커벨 페이스북에만 930만 명이 넘는 친구수 보유)
디즈니 플러스는 월 7달러의 시청료로 디즈니, 픽사, 마블, 스타워즈, 내셔널 지오그래픽, 심슨 가족 6개 브랜드의 영상 콘텐츠를 제공한다. 디즈니는 이 사업에 수억 달러를 투자했다. 여기에는 MLB나 HBO의 비디오 플랫폼을 구축했던 BamTech 인수 (25억 달러) 도 포함되어있다. 최근에는 루퍼트 머독이 이끄는 21세기 폭스를 713억 달러에 인수하기도 했다.
디즈니 플러스는 케이블 TV 업계가 내리막길에 접어들면서 정체되고 있던 디즈니를 다시 한번 성장 궤도로 올리기 위한 CEO 아이거의 도박이었다. 동시에 할리우드 진출에 적극적인 테크 기업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과 맞서기 위한 모험이기도 하다.
"2024년까지 디즈니 플러스의 전 세계 가입자를 6천만-9천만까지 끌어올리겠다" -- 월가를 향해 이렇게 선언하기도 했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시작부터 전력투구할 수밖에 없다.
디즈니 플러스가 젊은 시청자만을 위한 서비스가 아님을 알리기 위해 홍보 담당자들이 적극적으로 푸시한 것은 오리지널 콘텐츠인 '만달로리안'이다. 이 작품은 '스타워즈'의 첫 스핀오프 시리즈로 은하 전체를 무대로 펼쳐지는 스펙터클한 이야기다. 존 파브로 (아이언맨 감독)가 제작을 총지휘하고 각본을 담당, 에피소드 회당 제작비는 1500만 달러에 달한다. 주연은 HBO '왕좌의 게임'에서 오베른 마텔 역을 맡았던 페드로 파스칼이다.
디즈니 플러스의 프로모션 총력전은 지난 8월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에서 열렸던 디즈니 팬 이벤트 'D23 Expo'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매년 10만 명이 넘는 팬들이 모여드는 이 행사에서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콘텐츠의 소개와 출연 배우, 감독, 인공지능 로봇 등이 참석하는 쇼와 '플러스' 형상을 딴 종이 눈 연출 등이 펼쳐졌다.
이 날 행사에서는 디즈니 플러스를 3년간, 월 4달러에 이용할 수 있는 참가자 한정 특별 요금제가 발표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후에도 디즈니는 몇 주 간격으로 새로운 할인 요금 플랜을 발표하고 이때마다 언론에서 기사화되었다. 버라이즌 고객은 1년간 무료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디즈니 브랜드 비자카드 소지자는 2년 혹은 3년간 할인 요금으로 이용할 수 있는 등의 내용이다.
디지털 미디어를 활용한 홍보 방식도 대단했다. 콘텐츠&마케팅 부문에서는 풍부한 콘텐츠 라이브러리를 강조하기 위해 디즈니 플러스에서 시청 가능한 구작 영화와 드라마 시리즈를 20초 분량으로 쪼갠 새로운 영상을 제작. 완성된 3시간가량의 영상을 10월 14일 유튜브에 공개했다.
이와 함께 트위터에도 디즈니 플러스에서 시청 가능한 전 작품의 포스터를 포스팅하여 스레드로 연결시켰다.
UBS가 10월 중순에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디즈니 플러스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다" 고 답변한 사람은 전체의 86%에 달하고 약 44%가 "가입 의사가 있다" 고 응답했다.
하지만 디즈니 플러스 마케팅 부문의 활동은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라고 총책임자는 말한다. 며칠 전 국내 각지에서 디즈니 월드에 물자를 운송하는 세미 트레일러 차체 측면을 광고 게시판으로 활용하는 안도 나왔다고 한다. "과유불급이긴 하나, 우리는 가능한 선에 놀라운 것들을 계속 선보일 것" 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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