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picks 번역 : 칼 헨더슨 CTO 겸 공동 창업자
[지난 포스팅]
[INDEX]
일본에서 일어난 '슬랙 매너' 사건
슬랙은 이메일을 대체하려는 걸까?
슬랙의 '스몰 토크' 혁명
잘 알려지지 않은 '편리한 기능'
상상도 못 했던 '슬랙의 사용법'
'그 사건' 은 슬랙의 부작용?
슬랙에 '읽씹' 은 없지만..
일본 기업 문화의 특징
거인 마이크로소프트에 맞서다
슬랙은 '마법의 도구'가 아니다
(본문은 Q=기자, A=칼 핸더슨의 대화로 구성되었습니다)
Q. 그런데 최근 미국의 인기 D2C 브랜드 Away 사의 사건이 이슈가 된 적이 있습니다. 모두가 볼 수 있는 오픈 채널에서 상사가 부하직원을 '공개 처형' 하듯 모욕을 주는 일이 벌어졌죠. 슬랙의 부작용으로 보이는데..
물론 슬랙 측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다고는 할 수 없지만 말이죠.
A. 슬랙은 어디까지나 조직의 agility (민첩성)를 높이는 생산성 도구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슬랙을 도입했다고 해서 여러분 회사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들이 해결될 리 없습니다. 반대로 이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문제들이 (슬랙으로 인해) 생겨나는 것도 아닐 것입니다.
*슬랙 직장 내 모욕 사건
2019년 12월, 여행용 가방 스타트업으로 잘 나가던 미국의 인기 D2C 브랜드 Away 공동 창업자 스티브 코리가 사내 슬랙 채널에서 특정 사원을 차별적인 언어로 모욕을 줬다고 전 직원이 고발, 물의를 빚었다. 이 사건으로 코리는 CEO를 사임하는 등 큰 소동이 벌어졌다 (이후 1월에 CEO 복귀)
Q. 하지만 상사와의 소통은 아무래도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슬랙의 경우, 누군가가 텍스트를 입력하고 있을 때 "〇〇님이 입력 중"이라는 문구가 나타납니다. 상사가 무언가 쓰고 있다고 표시되면 저 같은 사람은 일단 타이핑을 멈추게 되더라고요.
반대로 내가 무언가 작성 중이라는 것이 상대방에게 부담을 줄까 봐 사전에 미리 글을 작성해두기도 합니다. “입력 중"이라는 내용까지 굳이 오픈하고 싶지 않더라구요.
A. 오늘 마침 그런 이야기를 듣고 왔습니다. (웃음) "상사가 입력 중 일 때는 타이핑을 멈추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이 기능은 나중에 추가된 것입니다. 왓츠앱이나 페이스북 메신저에도 이미 적용되어 있어 메신저 앱에서는 일반적인 기능이기도 합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상사가 입력 중이니 기다린다는 것 자체가 재미있는 현상입니다.
Q. 일본에서만 볼 수 있는 현상일까요? 그리고 상사로부터 "지금 있니?"라는 메시지가 왔을 때 긴장하게 되더라고요. 대체 무슨 용건이길래.. 라며 말이죠. 채팅으로 커뮤니케이션할 때 자주 있는 일입니다.
친구에게 "지금 바빠?"라고 메시지가 왔을 때도 "바쁘지는 않지만, 어떤 내용이냐에 따라 다르지"라고 경계하게 되는 것처럼요.
A. 이어서 "무슨 일인데?"라고 답변을 한 이후에야 비로소 용건에 대한 대화가 시작되죠. 이메일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입니다. 일상적으로 쓰는 메신저 앱의 소통 방식이긴 하지만, 직장에서는 굳이 큰 의미가 없습니다. 이메일처럼 한 번에 메시지 전체를 보내는 게 오히려 나을 수 있습니다.
슬랙과 같은 비즈니스 툴에서는 인사말이나 형식적인 이야기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Q. 채팅 커뮤니케이션의 폐해라고 한다면 뭐니 뭐니 해도 ' 읽씹'. 상대방이 메시지를 확인했음에도 답변이 오지 않아 초조해했던 바로 그 경험입니다. 슬랙의 경우, 유저가 온라인 상태이면 '초록 램프'가 표시되는데, 늦은 밤에 깨어 있었던 사실까지 공개되기도 합니다.
[슬랙 용어집 #3. 상태 (Status)]
유저가 현재 슬랙을 보고 있는지 여부를 나타내는 마크. 접속된 상태이면 초록색 램프가 켜지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원형 표시만 나타남
A. 그렇지요. 하지만 초록 램프 덕에 슬랙에서는 '읽음' 표시가 나타나지 않습니다. 상대방이 메시지를 읽었는지 여부를 알게 되면 유저들은 더욱 압박을 느끼게 됩니다. 어떤 조직에서는 상사가 심야 시간에 메일을 보내올 수 있으니, '읽음' 상태가 전달되면 조직원은 반드시 답장을 해야 한다고 룰을 정해둔 케이스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슬랙에서는 내가 로그인 상태임을 나타내는 초록 램프를 꺼둘 수 있는 기능도 있습니다.
*초록 램프를 끄는 방법
뿐만 아니라 "do not disturb (방해금지)" 기능도 추가되었습니다. 일본어 버전에서는 '휴식 모드'로 되어있답니다.
Q. 밤 10시 이후는 메시지를 보내도 알림이 오지 않도록 디폴트 설정도 되어 있더라고요.
A. 지금부터 전송되는 메시지는 내일 확인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만약 정말로 긴급한 상황이라면 설정을 변경해 알림을 보낼 수도 있습니다.
*휴식 모드 강제 해제
슬랙에서는 상대방의 타임 존이 10시 이후라면, 글을 올렸을 때 "정말 알림을 보내시겠습니까"라는 얼럿이 뜬다. 여기서 "지금 바로 알림을 보낸다"를 누르면 밤 10시 이후라도 상대방에게 알림이 전송된다.
Q. 회사 동료들도 정말 쓰게 될지.. 휴식 모드를 강제 해제시켜 밤이라도 알림을 보내는 사람이 꽤 있는 편인가요?
A. 슬랙에서는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가능하면 이 기능은 긴급 상황에만 썼으면 좋겠다고 고객사에 설명하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에서는 푸시 메시지가 왔을 때 "슬랙을 봐 버렸으니 시간 외 근무에 포함시킬 수 있을지" 문의가 있었다고 합니다.
Q. 일본은 지금, 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흐름이 일고 있어, 많은 기업들이 워크 시프트를 고려하고 있습니다.
A. 초록 램프는 당신이 로그인 상태임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한 것이었지만, 이에 대한 관리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슬랙을 열어두긴 했으나 일을 하고 있지 않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사람들이 언제 일하고 쉬는지 체크할 수 있는 점은 꽤 의미가 있습니다.
Q. 그 외에도 일본 기업 고유의 특징이라고 할만한 것들이 있을까요?
A. 먼저 제 스스로가 1년에 한 번은 일본으로 출장을 오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1주일 정도 머무를 계획인데, 도쿄와 오사카를 오가며 수십 개 고객사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려고 합니다.
일본 유저들을 위해 특별한 기능을 추가한 적도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엔터 키를 누르자마자 메시지가 전송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보내기' 버튼을 따로 만들었습니다. 일본어 버전에서는 이 기능이 디폴트입니다. 다른 국가에서는 옵션으로 넣어두긴 했지만, 굳이 디폴트로 둘 필요는 없어 보이더라고요.
*보내기 버튼
Q. 네, 엔터키만 있으면 실수로 글이 올라가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업데이트 후에 틀린 부분을 수정하는 기능이 있기는 하지만, 그렇게 되면 '수정 완료'라고 표시되어 버리죠. 정리되지 않은 내용을 썼다가 나중에 수정한 듯한 인상으로 주는 것이 좋지 않은 느낌입니다.
A. 굳이 그렇게까지 생각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마음에 걸린다면 'edited' 표시에 커서를 가져다 대 보세요. 언제 편집을 했는지 시간을 알 수 있습니다. 업데이트 직후 편집했다면 오타를 수정한 것뿐일지도 모릅니다.
또 한 가지, 일본 유저들은 검색 기능 고도화에 대한 니즈가 있어, 야후 등 기업과 협력하여 일본어 검색 기술을 배우고 있습니다. 일본어는 영어와 달리 단어와 단어 사이의 띄어쓰기가 없습니다. 저희가 이런 문화를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Q. 하지만 이미 구글 검색에 길들여져 있어서 슬랙의 검색 기능은 아직은 조금 불편하게 느껴지긴 합니다..
Q. 일본에서는 최근 중소기업이나 비 IT기업을 중심으로 'Chat work'라는 서비스가 인기를 모으고 있습니다. 일본 문화도 잘 이해하고 있는 강력한 라이벌이 될 수 있을까요?
A. 그럴 가능성이 있습니다. 원래 슬랙은 페이스북 메신저라 라인보다 훨씬 복잡한 서비스입니다.
저희는 비 IT기업을 위해서도 슬랙을 보다 심플하고 사용하기 편리하게 만들기 위한 투자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현재 슬랙의 액티브 유저 중 70%가 기술 직군 이외의 사람들 이기도 하고요.
Q. 글로벌 한쪽에서는 마이크로 소프트의 채팅 서비스 Teams을 슬랙의 강력한 라이벌로 보고 있습니다. 성장 지표는 DAU(Daily Active User)를 보면 될까요?
A. 네 그렇습니다. 슬랙의 진짜 유저라면 아마 매일 서비스를 사용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슬랙의 일반적인 유저는 날마다 평균 9시간 로그인 상태이고, 이 중 90분가량을 가장 활발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Q. DAU에서 Teams에게 밀린 것이네요. 앞으로 마이크로 소프트를 이길 수 있겠습니까?
A. 제가 생각하는 슬랙과 Teams의 차이점은, 슬랙은 어디까지나 기업향 SW의 일부가 아닌 소비자 관점에서 만든 서비스라는 것입니다. 슬랙은 대규모 조직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IBM처럼 40만 명 이상의 직원이 있는 기업에서도 사용되고 있는가 하면, 팀원 2명의 작은 회사가 사용자이기도 합니다.
중립적인 플랫폼이라는 것도 장점 중의 하나입니다. 슬랙은 2천 개 이상의 앱과 제휴를 맺었는데,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중립성 때문입니다. 라이벌인 Microsoft Office 365 와도 제휴하고 있습니다.
Q. 적과의 동침도 가능하다는 여유일까요? 결국 유저의 마음을 끝까지 사로잡는 쪽이 이길 수 있겠죠.
A. 앞으로 10년, 우리의 일은 더욱더 복잡해질 것입니다. 더 많은 사람이 관여하게 되고,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기업 경영 환경은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속도로 변화에 직면하겠지요.
슬랙은 환경의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조직이야 말로 성공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Agility (민첩성) 향상을 중요한 가치로 생각합니다. 조직이 성장하는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의미이죠.
조직을 변화시키고 사람들을 조율하는 일은 대단히 어려운 작업이고, 큰 집단일수록 난이도가 더욱 높아집니다. 한번 생각해보세요. 10명의 친구와 저녁을 먹으러 간다면 각자의 요구 사항을 조율하는 것만으로도 큰 일입니다. 하물며 100명, 천명, 만 명의 마음을 맞추는 일은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조직이 변화에 적응하면서 나아갈 방향을 바꾸기 위해서는 얼마나 능숙하게 구성원 개개인의 생각을 조율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목표 변화에 따라 팀과 조직을 신속하게 연결할 수 있다면 민첩하게 변화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향후 10년 가장 성공하는 기업은 이러한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상황 변화에 따라 신속하게 방향 전환이 가능한 기업이 될 것입니다.
슬랙은 모든 기업을 조직적으로 애자일 하게 만드는 '마법의 도구'는 아닙니다. 하지만 동시에 사람들이 더 많은 정보를 공유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생각을 공유하여, 각자의 조직이 나아가는 방향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강력한 툴이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