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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ho Mar 17. 2020

KPOP 아이돌이 일본어로 노래하는 이유

gendai business 기사 번역

아이돌 비즈니스는 저에게 교과서 같은 영역입니다. 영화나 다른 콘텐츠 서비스를 했을 때에도 Kpop 아이돌의 컨셉 기획력과 마케팅 방식은 늘 새로운 자극을 주었습니다. 그래서 기획사에서 대대적으로 론칭하는 신인 그룹이나 대형 아티스트들의 신곡 MV, 티저 영상, 컴백 첫 무대 등은 기획이나 마케팅이 업(業)인 사람이라면 반드시 챙겨봐야 한다고 주변에 열심히 전도(!) 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열성 관찰자 모드로 이 시장을 지켜보면서 늘 궁금했던 점이 한 가지 있었습니다. 유튜브나 트위터 같은 글로벌 플랫폼에서 가장 '잘 팔리는' KPOP 이 유독 일본에서 만큼은 로컬화 전략을 취한다는 것입니다. 한국에서 어느 정도 인지도를 쌓은 아티스트라도 일본 현지에서 재데뷔를 한다거나, KPOP이 아닌 JPOP 아티스트로 활동하는 식이더라고요. 업계 관계자 분들께 여쭤봐도 속 시원히 해결하지 못한 궁금증을 '본격적으로' 다룬 기사를 발견해서 오늘의 번역으로 Pick 해봤습니다.


원문: 홍백 가합전 트와이스도.. KPOP 아이돌이 일본어로 노래 부르는 이유. (2019.12.31)


한때의 유행으로 끝날 줄 알았던  KPOP이 이제는 일본 음악 시장에서 하나의 장르로써 굳건히 자리 잡았다. 이런 와중에 일본의 KPOP 팬이라면 늘 궁금했던 한 가지, 왜  KPOP 아이돌은 일본에서만 현지의 언어로 노래를 부르는가 하는 점이다.


미국의 음악 차트를 장악한 BTS 조차 미국 현지에서 한국어로 음반을 내고 라이브나 TV 방송에서 한국어로 얘기하는데, 일본에서 만큼은 일본어로 된 음반으로 활동한다. 얼마 전 '2019 FNS 가요제'에 출연했을 때에도 일본어로 무대를 선보였다. 같은 날 도쿄돔에서는 BLACK PINK 콘서트가 열렸는데, 역시나 모든 퍼포먼스를 일본어로 소화했다.  NHK <홍백가합전>에 무려 3번이나 출연한 TWICE 도 모두 일본어로 노래를 불렀다.


BTS Fake Love Japanese Version Live  at FNS Music Festival 2019
191204 BLACKPINK IN YOUR AREA in TOKYO
2019年紅白歌合戦 TWICE出演シーン


다수의  KPOP 팬들은 한국어 원곡으로 KPOP 을 듣는다. 처음부터 한국어로 만들어진 곡이니 당연히 한국어로 듣는 것이 퀄리티가 높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스포티파이에서도 한국어 원곡이 더 많이 재생되고 있다.


그럼에도 왜  KPOP 아티스트는 일본에서만 현지화 전략을 취하는 걸까. CNBLUE와 FTISLAND 일본 프로듀싱을 담당했던 최윤정 프로듀서에게 그 이유를 직접 들어봤다.


보아의 성공이 그 시작


KPOP 아티스트들의 일본어 곡 발표가 정착하게 된 계기는 2001년에 일본 데뷔한 보아에서 시작했다고 보는 것이 정설이다. 일본 시장에서 보아의 성공은 당시 한국 음악업계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2004년 발표된 보아의 크리스마스 시즌송 '메리 크리'는 일본에서 여전히 사랑받는 곡이다. 보아는 얼마 전 4년 만에  뮤직스테이션에 출연했다.

2004년 일본을 휩쓸고 간 <겨울 연가> 욘사마 신드롬까지 더해지면서 일본은 한국 연예계에 새로운 장밋빛 미래를 선사했다. 마치 아메리칸드림처럼 '재팬 드림'을 쫒아 너나 할 것 없이 금광을 캐러 자국의 아티스트를 일본으로 보내는 '골드 러시'가 시작된 것이다.


일본 진출에 성공해 수많은 원소스(아티스트) 멀티유즈 콘텐츠를 만들어 낸 한국 기업, 아티스트 본인, 그리고 뒤에서 판을 짠 일본 기업들이 막대한 수익을 거머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당시 많은 아티스트들은 해외 진출의 개척자로서 SM 엔터테인먼트와 보아의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했다. 일본에서 데뷔 후 현지화 전략을 취하면 실패 리스크를 낮출 수 있다 라고.


오늘날 한국 아티스트들의 일본 활동 공식을 만들어 낸 일등 공신은 SM 엔터테인먼트와 보아, 그리고 이들을 지원한  AVEX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 데뷔의 의미


단지 일본어 가사로 노래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일본에서 데뷔한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데뷔는 "메이저 데뷔"를 뜻한다.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아티스트들도 일단 자국에서 데뷔하고 어느 정도 인지도가 쌓이면 오리지널 앨범을 현지에 유통시키면서 콘서트를 연다. 이것이 일반적인 프로모션 방식이다.


2019년 코첼라 페스티벌 출연을 계기로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은 BLACK PINK 도 한국 데뷔 1년 후 일본에서 정식 데뷔했다.


그런데 한국 아티스트들은 굳이 일본에서 일본어 앨범을 발표하고 일본 음악 방송에 출연, 각종 방송이나 CM 활동을 통해 인지도를 쌓은 뒤 현지에서 콘서트를 개최한다. 왜냐하면, 이런 프로모션 활동이 일본에서 메이저 데뷔를 해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국 레코드사에서 발매된 한국어 곡의 대부분은 라이선스 계약으로, 일본 레코드사가 저작권이나 출판권을 소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위와 같은 활동이 어렵다. 최근에는 한국어 곡이라도 일본 레코드 회사가 제작비를 부담하고 저작권을 양도받는 사례도 있으나 일반적이지는 않다.


또한 일본 언론들도 "한국어 노출"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를 갖고 있지 않다. 영어에 비해 한국어는 잘 알려진 언어가 아니다 보니, 대중적인 매체에서는 (한국어 노출을) 그다지 반기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이다. 한국어와 영어 이외의 언어를 TV 등 매스 미디어에서 접하는 것이 쉽지 않다. 언어는 의외로 보수성이 강하다 보니 다른 나라에서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따라서 한국어 원곡은 다른 매체와 콜라보(tie up) 도 쉽지 않고, 전파를 타거나 음악 방송에 내보내기에도 라이선스 제약이 있다. CD 매장에서도 KPOP 또는 팝으로 분류되어 눈에 띄는 곳에 비치하기 어렵다. 라이브 공연 또한 일본 기업의 제작비로 만들어진 곡이 많이 포함되어야 향후 DVD 등 2차 판매 시 관계자에게 환원되는 수익이 커질 수 있다.


최근에는 유튜브나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한국어 원곡을 손쉽게 접할 수 있고, 한국에서 열리는 콘서트도 투어에 포함되어 관람이 쉬워졌다. 현업에서 일하는 사람의 솔직한 심정으로는 오히려 양쪽 모두를 즐길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


현지화의 장점


아티스트가 최고의 컨디션에서 장점을 발휘하고, 이를 팬들에게 바로 전할 수 있다면 한국어로 노래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내 주변에도 일본어로 번역된 가사는 어딘지 촌스럽고 한국어 원곡이 좋다는 팬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이런 팬들 조차 라이브 공연장에서 '떼창' 이 시작될 때는 역시 일본어 가사가 있어서 좋다고 한다.


전 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은 <겨울왕국> 주제곡 Let it go를 디즈니가 왜 각국의 언어로 바꿔서 전파시켰는지를 생각해보면 보다 명확해질 것이다. 당장 나 조차도 영어 가사의 후렴구인 "Let it go, Let it go, ~"  밖에 부르지 못하지만, 일본어 가사는  "있는 그대로 보여줘. 있는 그대로~"라고 끝까지 외우고 있다.  아이들도 노래를 알아야 엄마에게 캐릭터 굿즈를 사달라고 조르지 않던가.


원곡보다 촌스러워지더라도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어필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한국어보다는 영어, 나아가서는 일본어가 먹히는 것이다. Let it go처럼 원곡의 가사가 잘 번역이 된다면 문제없지만, KPOP의 경우 그렇지 못한 사례들도 꽤 눈에 띈다. 이 점은 현업 종사자들이 좀 더 프로 의식을 발휘해 개선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 일본어를 잘하는 아티스트라도 모국어가 아닌 이상에는  미세한 뉘앙스까지 잡아내기 쉽지 않다. 이 부분을 프로듀서나 A&R 측에서 제대로 캐치해주길 바란다. 한국 아티스트의 일본 데뷔를 통해 수혜를 입는 것은 비단 한국 기업이나 아티스트뿐만이 아니다. 여기에 관여한 일본 기업들도 있다. 그리고 이는 곧 팬들의 지갑에서 나온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리고 아무리 완벽하게 가사를 만들어 레코딩을 마친다 하더라도 실제로 라이브 무대에 섰을 때는 역시 한국어가 편할 것이다. 일본어는 한국 사람들이 가장 배우기 쉬운 언어이긴 하다. 기본적인 어순이 같고 한국어에 없는 몇몇 발음만 극복한다면 노래의 경우 억양이 큰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위화감 없이 전달될 수 있다. 또한 아티스트들은 일반인보다 귀가 발달해 있기 때문에 조금만 더 노력한다면 훌륭한 일본어 퍼포먼스가 가능하다.


BTS가 일본에서 한국어 가사로 성공하면 달라진다?


최근에는 아이돌뿐만이 아니라 자신들만의 세계관을 중시하는 한국의 인디 뮤지션들도 일본에서 데뷔하고 일본어 곡을 발표한다. 일부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이들도 있지만, 일본에서 데뷔한다는 것은 더 많은 관계자를 끌어드림으로써 팬 층을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드물기는 하지만,  걸그룹 <러블리즈>처럼 한국에서 발표한 원곡 그대로 일본에서 활동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아티스트가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지 않는 한 "한국 아티스트 일본 데뷔=일본어 곡 발표"라는 공식을 깨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러블리즈(Lovelyz)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우리(Beautiful Days)” Official MV


이러한 관행(?)을 깰 수 있는 아티스트는 미국에서 한국어 곡으로 엄청난 인기를 모은 BTS 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지나친 비관일까?  안정적인 내수 시장을 구축한 일본이기에 이러한 상황을 팬들이 충분히 누리길 바라는 마음이 있는 한편, 일본의 음악 관계자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퀄리티 높은 음악을 만드는데 힘써주기를 기대해 본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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