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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ho Aug 02. 2022

와키자카 관점의 <한산> 영업 글

[리뷰]  <한산>을 본 어느 8년 차 변요한 팬의 잉여력 발휘 

김한민 감독의 영화 <한산>을 개봉 첫 주에만 4회 차를 찍었습니다. 


이 영화가 <헤어질 결심>처럼 덕후 몰이 할 작품도 아니고, '이순신 빠' 나 '밀덕 (밀리터리 덕후)' 일리도 없는 제가 이렇게 N차 관람을 내달리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저는 변요한 배우의 8년 차 '찐 팬' 이기 때문입니다.


변요한 배우 개인에게는 말할 것도 없겠지만, 그를 오랫동안 응원하고 지지해 온 팬 입장에서도 이 영화는 매우 특별합니다. 2011년 단편 영화 <토요근무> 데뷔한 변요한 배우는 <미생>으로 스타덤에 오르고, <육룡이 나르샤> <미스터 선샤인> <자산어보> 등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줬지만 작품 하나를 온전히 끌고 가는 '원탑' 배우라고 하기에는 대중적인 인지도가 2% 아쉬웠습니다. 특히 상업 영화로 넘어온 이후의 흥행 스코어에 늘 목마름이 있었는데 <한산> 은 배우로서의 커리어에 큰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미생> 한석율, <육룡이 나르샤> 이방지, <미스터 선샤인> 김희성, <자산어보> 창대


팬들의 이러한 마음을 읽으셨는지 김한민 감독이 인터뷰에서 Pain Point를 정확히 짚어주신 것을 발견하고 '좋아요' 백번 누르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이 인터뷰를 꼭 '업계 관계자' 분들이 보시길 바라는 마음에서 하이라이트 해둡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영화 이야기를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 글은 변요한 배우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긴 지극히 사적인(!) 리뷰이지만, <한산>을 재미있게 보기 위한 '영업'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스포가 될만한 내용은 최대한 배제하고 다양한 자료의 리서치 기반으로 작성했습니다. 크게 아래의 4가지 주제 중심으로 다뤄보려고 합니다.


1. '와키자카'의 서사를 이해해야 <한산> 이 보인다
2. 전반 빌드업 : 용인 전투, 항왜 그리고 첩보전
3. 후반 해상 전투 : 조선판 <덩케르크>
4. <한산> 최종 스코어 예측


1. '와키자카'의 서사를 이해해야 <한산>이 보인다


아쉽게도 저는 전 국민의 1/3이 봤다는 이 영화의 전작 <명량>을 보지 못했습니다. 시리즈물을 즐기려면 전작부터 복습하는 것이 '국룰' 이겠지만, 저처럼 <명량>을 안 봤거나 호불호가 갈리는 분이라면 차라리 '와키자카 야스하루'라는 인물을 먼저 살펴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한산>은 이순신 3부작의 중간 작품이자 <명량>의 프리퀄로 소개되고 있지만, 이 작품만 따로 떼어놓고 봤을 때 저는 '와키자카' 시선으로 본 '한산 대첩 패전기'로 느껴졌습니다. 영화의 첫 시작을 임진왜란 출정의 각오를 담은 와키자카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한 것에서도 감독님의 의도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변요한 배우 또한 와키자카라는 캐릭터를 '빌런'이 아닌 '안타고니스트'로 해석했다고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는데, '국뽕'을 덜어낸 차가운 영화를 지향하는 방향성에 있어 매우 적절했다는 생각입니다.


여담이지만, 이러한 캐릭터 해석이 박해일 배우의 <헤어질 결심>과 세계관을 공유하는 팬들의 놀이판에 설득력을 더합니다 (<헤친 자> 싸랑합니다~). 여러 고증자료를 통해 와키자카는 적장이었던 이순신에게 존경심을 드러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이러한 Meme이 더욱 센스 있게 다가왔습니다.


와키자카 야스하루는 사실 국내 미디어에서 가장 많이 다룬 왜군 장수 중의 한 명이라 30대 이상에게는 그다지 낯선 인물은 아닙니다. 전작 <명량>에서는 조진웅 배우가 연기했고,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징비록>에서도 이순신의 라이벌로 꽤나 비중 있게 다뤄져 왔으니까요. 실제 인물에 대한 평도 일본보다 한국에서 오히려 후하게 조명되는 경향이 있을 정도라고 하네요. 특히 <한산>에서의 와키자카는 빠른 판단력과 냉철함, 지략과 카리스마를 겸비한 인물로 새롭게 재창조되면서 작품의 내러티브를 이끌어 갑니다.


와키자카 대한 역사적 평가와 배경 지식을 좀 더 알고 싶으시다면 아래 영상을 추천합니다.


2. 전반 빌드업 용인 전투, 항왜, 그리고 첩보전


<한산>에 대한 부정적 평가 대부분은 전반부 스토리 빌드업 과정의 지루함을 지적합니다. 저도 1회 차 관람 때는 후반 전투 장면에 압도되어 전반부 내용이 크게 기억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2회 차부터 사전 지식을 갖고 전반부를 다시 보니 영화의 숨겨진 매력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순신 연기가 다소 밋밋했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반박의 근거들이 마구 생기더군요.


전반부의 관점 포인트는  1) 용인 전투 2) 항왜 3) 첩보전 3가지라 할 수 있겠습니다.


먼저 '용인 전투'는 영화 속 와키자카라는 인물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도, 이순신 장군이 한산 대첩의 전략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잠시 역사적 사실을 짚어보면, 용인 전투는 한산대첩 승리의 약 한 달 전. 와키자카가 이끄는 약 1600여 명의 군사가 지금의 광교산 근처에서 5만 명 이상의 조선군을 물리친 임진왜란 초기의 육상 전투입니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가장 무기력하게 진 '패배의 전투' 이기도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황현민 선생님의 임진왜란 해설 영상에서!)


영화 초반 와키자카는 '복카이센 (거북선)'의 존재에 경계심을 늦추지 않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용인 전투의 승리에 도취되어 한껏 기세가 등등합니다. 그러나 '승자의 도취'는 결정적으로 와키자카가 오만 해지는 독이 되었고, 반대로 이순신 장군은 아군의 패배를 반면교사로 삼아 적군의 전술을 간파하는 계기로 삼습니다.

장수로써 두 사람의 운명이 갈리는 결정적인 지점을 저는 '리더십'으로 봤습니다. 이순신 장군은 사사건건 반대 의견을 내는 원균마저 품고 전술에 활용했지만, 와키자카는 가토(김성균 배우) 세력과의 연합도, 부하 장수의 컨트롤에도 한계를 드러냅니다.


두 번째로 '항왜 (임진왜란 당시 조선에 귀순한 일본인)'는 영화의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인 "의(義)와 불의의 싸움"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재현임에도 영화 속에서 준사(김성규 배우)가 이순신 편으로 돌아서는 씬이 선뜻 와닿지는 않았습니다. 이 부분 역시 1차 관람 후 알게 된 사실인데, 일본 전국시대의 사무라이는 주군에 대해 일평생 충성을 맹세하기보다는 용병에 가까운 역할로 현대의 직장인과 크게 다르지 않은 사고방식을 가졌다고 합니다. 배경을 이해하고 준사의 스토리를 따라가니 <한산>에서 이순신-와키자카 다음으로 존재감 있게 다가왔습니다.



마지막으로 조선과 왜군 양측을 오가며 숨 가쁘게 진행되는 첩보전의 흐름이 중요합니다. 조선군에서는 옥택연 배우가 연기한 '임준영', 김향기 배우가 기생으로 분한 '정보름'을, 왜군에서는 와키자카의 조카인 '사헤에 (이서준 배우)'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세 배우 모두 영화 속 긴장감을 불어넣는 중요한 캐릭터이지만, 분량 배분과 연출에 있어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특히 김향기 배우는 영화 속 유일한 여성 캐릭터인데 다소 소모적으로 활용된 측면이 있고, 옥택연 배우는 전투를 제외한 영화 속 사건의 주요 전환점에 결정적 역할을 하지만 흐름에 잘 녹아드는 인상은 아니었습니다. 전반부의 첩보전에 좀 더 긴박감이 더해졌다면 영화가 좀 더 입체적으로 보일 수 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 후반 해상 전투 : 조선판 <덩케르크>


후반 51분간 진행되는 한산대첩 출정 후 해상 전투는 아무리 칭찬해도 아깝지 않을 만큼 최고였습니다. 저는 4DX관에서 4차를 찍었는데, 4번째 관람이 가장 몰입감과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특별관과 N차 관람이 왜 요즘 영화 마케팅의 트렌드가 되었는지 몸소 체험하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놀랍게도 <한산>의 해상 전투는 바다에서 촬영된 씬이 단 하나도 없는 100% CG 작품입니다. 실제로 기사를 찾아보기 전까지는 이 사실을 전혀 몰랐을 만큼 완벽하게 구현된 느낌이었습니다. 전투 장면의 매력이 배가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장점을 저는 사운드절제된 대사라고 생각합니다. 


출정을 알리는 북소리의 웅장함, 거북선의 등장을 극대화하는 적절한 음악 (유일하게 국뽕 치사량 높이는 장면), 그리고 무엇보다 이순신 장군의 "선회하라" "발포하라" 같은 짧고 힘 있는 대사들이 영화를 파워풀하게 만들어 준 것 같습니다.


그런 대목에서 저는 영화 <덩케르크>가 떠올랐습니다. 성웅 이순신의 존재를 모르는 해외 팬들에게 이 영화를 소개한다고 했을 때, 잘 짜인 해상 전투씬과 차갑고 웅장하며 건조한 느낌을 전달하는 데 있어서 어울리지 않을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영화적 완성도에 대한 비교는 아닙니다 ^^) 



4. <한산> 최종 스코어 예측


전작 <명량>의 1761만 관객 동원 수는 전무후무한 기록으로 달라진 미디어 환경을 고려했을 때 앞으로도 깨지기는 거의 불가능해 보입니다. 우리가 90년대 TV 시청률을 그 시대의 상징적인 숫자로만 기억하는 것처럼 말이죠. 언론의 관심은 이 영화가 박터지는 여름 텐트폴 Big4 전쟁의 최종 승자가 되어 과연 천만 관객을 찍을 수 있을까에 있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도 이 영화의 천만 관객 달성을 누구보다 바라고 있습니다. 변요한 배우의 팬 관점에서 독립 영화의 최전선에서 활동하며 차곡차곡 필모를 쌓다가 상업영화로 넘어와 끊임없이 도전, 메이저 영화의 주역으로 천만 영화의 주인공이 되어 성공하는 시나리오를 얼마나 꿈꿨는지 모르겠습니다. 마치 중소 기획사의 오디션 통과 후 힘들게 데뷔한 내 최애돌이 '마침내' 수백 만장의 음반을 팔고 차트 1위에 오르는 감격의 순간처럼! 팬의 마음은 누구를 파던 다 비슷하니까요.


아침저녁 수시로 <한산>의 관객 수를 체크하다가 아예 최근 천만 달성 & 여름 시즌 개봉 히트작과 흥행 속도를 비교해봤습니다. 대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 범죄도시 2 : 2022년 5월 18일 개봉 / 코로나 이후 첫 천만 달성

- 기생충 : 2019년 5월 30일 개봉 / 코로나 이전 마지막 천만 영화

- 신과 함께-인과 연 : 2018년 8월 1일 개봉 / 여름 텐트폴 천만 영화

- 엑시트 : 2019년 7월 31일 개봉 / 여름 텐트폴 개봉, 942만 명 달성

- 명량 : 2014년 7월 30일 개봉 / 여름 텐트폴 개봉, 역대 흥행 1위

출처: 영화진흥위원회


<한산> 은 7월 27일 수요일 문화의 날 (극장 할인) 개봉, 첫날 38.6만 명의 관객을 동원합니다. 최근 개봉작 가운데 단연 눈에 띄는 성적이지만 <범죄도시 2> 46.7만 명에 비해서는 다소 떨어집니다. 개봉 첫 주 주말인 4,5일 차에는 각각 66,65만으로 평일 대비 2배 가까이 오르지만, 천만 달성 영화의 개봉 첫 주 주말 성적이 100만 이상을 기록하는 것에 비해서 초반 화력이 아주 센 편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8월 첫 주 휴가 시즌을 맞아 2주 차 평일 관객 수가 첫 주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봐서는 2주 차 주말까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출처 : 영화진흥위원회


개봉 6일 차 누적 성적으로 봤을 때 비교 대상의 작품 가운데는 가장 더딘(!) 속도이긴 합니다. 초반 좌석수는 163만 정도로 <범죄도시 2>나  <신과 함께 : 인과 연> 보다는 떨어지지만 대략 <기생충>과 비슷한 수준이었네요. 일 관객수로 보니 새삼 <신과 함께>의 초반 화력이 놀랍습니다. 개봉 6일 차에 680만 명, 일 최다 관객이 무려 146만 명이었습니다.


현재까지 데이터로 본다면 천만은 조금 힘에 부치고 대략 7-800만 선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해봅니다. 손익분기점 600만 명은 무난히 넘길 것 같고요. 변수는 8월 기대작인 <비상선언>과 <헌트> 흥행 성적, 그리고 코로나 확산세가 되겠네요. 2주 차까지 잘 방어하고, 광복절 연휴 버프를 받아 9월 초 추석 연휴까지 극장에 살아남는다면..이라는 희망 회로를 돌려봅니다. 상영일수가 <기생충> 정도만 유지된다면 말이죠.


사실 변요한 배우 응원하는 마음에서 가볍게 리뷰 남겨야지 했는데, 쓰다 보니 저도 모르게 잉여력이 발휘되어 긴 글이 되어버렸네요. 약간 업무와 연결해서 몇 가지 인사이트를 생각해보면 1) 국내 대작 영화의 시리즈화 2) N차 관람 3) 높아지는 특별관 수요는 이제 확실히 대세가 된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제는 다시 볼 수 없을 것 같은 변요한 배우의 풋풋한 그 시절 입덕 영상 놓고 갑니다.

(와키자와 갭 차이 무엇...)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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