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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자MAY Nov 09. 2017

세계일주를 떠나는 방법

떠나기 전의 이야기(3) - 떠나는 것이 두려운 이들을 위하여



 “저도 세계일주가 꿈인데, 진짜 떠나기엔 두려워요”

 “저도 언젠가는 해볼 수 있을까요…?”


 참 많이 듣는 이야기다. 어제 올린 영상에도 어김없이 비슷한 류의 댓글이 달렸다. 그래서 오늘은 <떠나기 전의 이야기>를 하나만 덧붙여보기로 한다. 당신이 위와 같은 고민을 해본 적이 있다면, 이것은 분명 당신을 위한 글이다.



 사실 ‘세계일주를 떠나는 방법’이라… 내가 썼지만, 참 말도 안 되는 제목이다. 첫째, 돈을 번다. 둘째, 비행기표를 산다. 끝 아닌가? 사실 이 글은 '떠남'이 간절하지만 두려운 당신을 '어쩔 수 없이' 떠나게 만드는 방법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하지만 너무나 장황하므로 제목은 그대로 두기로 한다-


 나 또한 세계일주를 아주 막연한, 5000원어치 로또를 사서 일주일 동안 ‘1등에 당첨되면 뭘 할까?’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그 정도의 꿈으로 생각했었다. <나는 행복하기로 결심했다> 편에 나오듯, 한 여성분의 모로코 사진을 보고 나의 불행을 자각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나’를 객관적으로 판단했을 때, 가장 큰 장점은 ‘실행력’이다. 내 인생을 돌아봤을 때 무언가 생각만 하고 흐지부지해버리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다만 그런 나에게도 퇴사와 세계일주라… 쉽게 저지를 수 있는 일은 분명 아니었다.


 "그럼 어떻게?" 이 질문에 나는 주로 "비행기표를 지르고 정신 차려보니 여행을 하고 있었어요"라고 너스레를 떨곤 했다. 굉장히 많은 것을 생략하기는 했지만, 사실은 사실이다. 여기에 생략된 모든 것을 풀어 3단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비행기표를 지른다.


 제일 중요한 일이다. 진정 떠나야 할 이유가 분명하다면, 너무 많은 것을 따지지 말고 일단 지르고 보자. 장기 여행자에게 수없이 많은 비교를 통해 최저가 항공권을 구하는 일은 미덕과도 같지만, 첫 비행기표만큼은 그렇게 오래 따지지 말자. 여기서 중요한 부분은 '지르고 보는 것'이다.

 

 나는 모로코 사진을 본 이틀 후, 베트남 행 비행기표를 질러버렸다. 베트남을 선택한 건, 큰 이유는 없고 그냥 가보고 싶던 나라 중 한국과 제일 가까워서…! 베트남행 항공권은 프로모션을 하는 경우가 많아 잘 찾아보면 10만 원 내외로 구할 수 있는데, 당시에는 ‘일단 지르기’에 급급해 그리 좋은 가격의 티켓을 사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 돈은 전혀 아깝지 않다.


 둘째, 나의 여행을 기획한다.


 어쩌면 마케터 직업병일 수 있지만, 나는 모든 일에 기획서를 쓴다. 그게 나를 위한 작은 일이든, 큰 행사든 말이다. 기획이라는 말이 너무 거창하게 느껴진다면 그림을 그리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형식은 없다. 그냥 내가 어떤 방향으로 지구를 돌지, 누군가와 함께 할지 혹은 혼자 할지, 내게 어느 정도의 예산이 있는지, 어떤 것들을 보고 느끼고 싶은지 따위를 그려보는 일이다. PPT 혹은 엑셀로 정리해도 좋고, 그냥 메모장에 끄적여도, 그것조차 귀찮다면 그냥 머릿속에 그려도 좋다. 이것은 당신의 막연했던 꿈을 점차 현실의 것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일단 비행기표를 지르고 나서 기획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획한답시고 너무 많은 생각을 하다 보면 떠나지 못할 지극히 현실적인 이유가 하나 둘 생겨나 결국 당신의 발목을 붙잡게 될 터. 여태 그래 온 것처럼 말이다.


 내가 여행을 떠나기 전, 혹은 여행은 다니는 중 유일하게 듣기 거북했던 질문은 “요즘은 세계일주도 평범하게 하면 안 되고, 너만의 컨셉을 정해서 해야 한다더라. 넌 컨셉이 뭐야?”라는 것이다. 저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이 은근히 많았다. 내가 느끼기에는 '요즘은 평범하면 취업이 안되니 취업을 위해 너만의 개성을 만들어야 해. 취미 활동도 평범한 음악 듣기 이런 것 말고 눈에 띌 만한 걸 억지로라도 만들어 적어 넣으라고!'라는 말과 다를 바 없어 보였다. 나는 그냥 ‘여행’을 하고 싶어 떠나는 건데, 여전히 이런 숙제에 매달려야 한다고? 나는 그에 대한 반발 심리로 내 여행을 ‘보통의 세계일주’라 칭하고, "나는 그냥 누구나 할 수 있고, 누구나 하고 싶어 하는, 아주 아주 뻔하고 특별할 것 없는 그냥 여행을 하고 싶은 거야. 내가 가고 싶은 곳에 가고, 보고 싶은 것들을 보는 '그냥 여행'!"이라 답했다. 부디 누군가 여행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여행의 컨셉'이라는 것에 부담을 느끼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것은 취업용 자기소개서도, 입찰이 걸린 경쟁 PT도 아니다!

-*독특한 컨셉으로 개성 있게 여행하는 분들을 비하하는 의도는 전혀 없다. 진심으로 멋지게 생각한다. 다만 '누구나 그래야 한다', '요즘은 그래야 한대'라는 일부의 생각이 불편했을 뿐-


셋째, 주변 사람들에게 알린다.


 어떤 일을 반드시 하고 싶은데, 내 의지력이 의심된다면 최고의 방법은 지인들에게 ‘내가 어떤 일을 할 계획’이라고 소문을 내는 것이다. 입 밖으로 내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으므로, 말을 한 순간부터 나는 지인들의 머릿속에서 '그 일을 할 사람'이 되어 버린다. 고로 ‘내게 그 일을 해야만 하는 정말 큰 이유’가 하나 추가된 셈이다. 세상에 말만 뻔지르르한 허세꾼이 되고 싶은 사람은 없을 테니.


 나 역시 두 달 정도 남은 출국일까지 일상을 살다 보면, 현실적인 걱정에 가족의 반대까지 더해져 비행기표를 취소해버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어느 정도 여행의 큰 그림을 그리자마자 지인들을 만나기만 하면 내가 ‘곧 세계여행을 떠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이게 떵떵거릴 일이라고 생각하지도 않거니와 멋져 보이고 싶던 마음은 전혀 없었다. 되려 누구나 들으면 “우와!”할 만한 이야기를 그럴싸하게 해대는 나 스스로가 부끄럽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이야기했다. 그리고 나는 허풍 쟁이가 되는 것을 결코 원치 않았다.


 추가로, 바로 어제 나는 막연했던 ‘나만의 책 한 권 쓰기’라는 꿈을 '보다 빨리' 이룰 명분을 위해, 나의 유튜브 채널에 ‘책을 쓸 계획’이라고 아주 공개적으로 밝혀버렸다. 사실 준비된 것은 전-혀 없는데 말이다. 이제는 빼도 박도 못한다. 이렇게 된 이상 꿈을 이루기 위해 오늘부터 열정적으로 원고 작업을 하는 수밖에! 나는 여전히 허풍 쟁이가 되고 싶지는 않으니까!




 여행이 끝난 후, 지인들을 만날 때 종종 “아! 나도 세계여행이나 갈까?”라는 말을 듣곤 한다. 그럴 때면 나는 꽤나 부정적인 답변을 건넨다.


 “당신에게 여행이 정말 간절하다면 나는 무조건 응원한다. 당장 떠나라. 다만 당신은 ‘세계여행이나’라는 표현을 사용했고, 그 표현에 당신의 진심이 담겨있는 거라면 나는 그 여행을 마냥 지지하지는 않는다.”라고…


 물론 내가 무슨 자격으로 남의 여행을 해라, 말아라 결정할 수 있겠냐만, 굳이 나의 의견을 묻는다면 무작정 ‘열심히 일한 자, 떠나라!’고 부추기고 싶지는 않다. 짧은 휴가라면 크게 상관없겠지만, 장기 여행, 특히 세계일주라면 말이다. 다만 당신에게 그 여행이 정말 간절하다면, 앞 뒤 너무 많은 것 재지 말고 위의 삼단계를 따라 당장 떠나라! 고 이야기하고 싶다. 혹시 먼 훗날 그 선택을 후회하게 된다 한들, 미련으로 가득 찬 삶보다는 해보고 후회하는 삶이 낫지 않을까?


 당신의 마음은 당신이 가장 잘 알 것이다.


 당신, 정말 간절한가?








- YOUTUBE <여행자may> : https://www.youtube.com/여행자ma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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