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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간어른일기 Jul 01. 2022

좀비 산책

머리가 외친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생맥주, 하이볼

하이볼, 생맥주, 아이스 아메리카노

아니 넌 지금 산소가 부족한 거야      


눈은 점점 풀려간다

감았다 뜨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아니 눈을 떠! 계란 프라이 같이 생긴 꽃을 봐봐     


코는 산책하는 강아지 마냥 킁킁댄다

아니 그러지 마! 진짜 개 같다  

   

앙다문 입은 자꾸만 벌어진다

아니 이러다 침 흘리겠다 그 입 다물라     


팔은 힘없이 축 늘어져서 앞뒤로 흐느적거린다

아니 네가 신장개업 앞에서 춤추는 인형이니 그만그만   

  

다리는 걷고 싶지 않다고 시위하듯 비틀비틀 걸어 나간다

아니 낮술 한 거 아니잖아 똑바로 걷지 못해     


나른하다, 눕고 싶다, 잠들고 싶다

걷고 있지만, 걷기 싫다

걷기 싫은데, 걷고 있다

     

산책하는 동안 온몸이 반항한다

산책하는 동안 내가 반항한다     

     

투명한 얼음이 가득 담긴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벤치에 앉아서 급하게 커피 수혈을 했다

제일 먼저 심청전에 심 봉사처럼 눈이 번쩍 뜨였다 띠용!

그리고 뇌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뇌가 돌아가니 다른 것들도 빠르게 원상 복구되었다     


마지막 남은 얼음조각까지 깨물어 먹었다

시원한 바람이 분다

바람 따라 초록 잎들이 단체로 펄럭인다

나뭇잎 스치는 소리가 기분 좋게 들린다     


아무튼 산책했다

좀비는 커피를 마셨다

커피는 좀비를 사람으로 만들었다     


고마워요 커피님

당신이 날 구원해 주셨군요

구원해 준 금액으로 1,400원이면 정말 착한 가격이네요

세상이 모두 당신처럼 착했으면 좋겠습니다

밥값도 술값도 안주 값도 옷값도

그리고 집값도…     


모두 안 된다고요?

제가 꼴값을 떨었네요

아무쪼록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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