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인데 추운 날들
오월인데 춥다. 오월인데 추우면, '오월인데 왜 춥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 생각이 들면 꼭 작년 오월에도 추웠던가, 재작년 오월에도 추웠던가, 버릇처럼 되짚어본다.
그렇게 되짚다 보면 작년, 재작년 오월에도 추웠는지 어쨌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오월인데 왜 춥지?'라는 생각을 하는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는 것만은 분명하게 기억이 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이천이 년 오월 초에 분홍색 코듀로이 재킷을 입고 누군가들을 만났던 기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월 초였고 분홍색 코듀로이 재킷을 입고 있었다. 그 옷을 입어도 덥지 않았고, 그 옷을 입고도 추운 날이 있었으므로, 그 기억을 통해 나는 따뜻한 날들만 있을 것 같은 오월에도 추운 날들이 더러 있어왔다는 사실을 확인하곤 했다.
그 재킷은, 그 재킷이 지겨워진 친구와 빨간색 롱코트가 지겨워진 내가 서로 바꿔 입은 옷이었다. 그 재킷을 입을 때마다 누군가는 꼭 옷이 참 잘 어울린다고, 예쁘다고 칭찬을 해줬다. 그래서 나는 누군가에게 예쁘게 보이고 싶을 땐 꼭 그 옷을 입었다.
아쉽게도 유월이 오면 아무리 예쁘게 보이고 싶은 날이라도 더 이상은 그 재킷을 입을 수 없었기 때문에 내게 오월은, 그 분홍색 코듀로이 재킷을 입고 예쁠 수 있는 마지막 계절이었다.
그 옷 덕분에 나는 매년, 오월은 따뜻한 날들뿐일 것 같지만 실제론 늘 추운 날들이 있어왔다는 사실을 새롭게 다시 알곤 한다. 오월에도 더러 추운 날들이 있고, 그런 날들이면 나는 그 분홍 코듀로이 재킷 속에서 예쁘게 따뜻했었다.
덕분에 오월인데 춥더라도 오래 놀라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