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그걸 지켜보는 나, 그건 아마도
1.
늦은 시각 지하철에서 내려 1번 출구 밖으로 나왔다. 건널목 바로 앞에 한 아주머니가 쪼그리고 앉아 박스를 뜯고 있었다. 아주머니가 앉은 자리 옆에 '남해멸치'라는 글자가 인쇄된 작은 박스들이 아직 한참 더 쌓여 있었다.
여자는 제일 처음 이 생각이 들었다.
저 아주머니도 자식이 있을까.
그 다음에 든 생각인 이랬다.
자식이 안다면, 본다면, 정말 마음 아프겠다.
그 다음으로는 이런 생각이 드는 게 인지상정이었다.
우리 엄마가 저 일을 하시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다.
자신도 깨닫지 못하는 짧은 순간에 이 모든 연상생각을 해버리고 여자는 다급하게 반성에 돌입했다.
내가 뭐라고 누군가의 인생을 불쌍하게 보는가, 단지 내가 하기 싫은 일이라고 해서, 단지 내 가족은 하지 않았으면 싶은 일이라고 해서, 이 시간에도 누군가는 하고 있는 저 일을 내가 업신여겨도 되는 건가, 아니 잠깐, 근데 이게 업신여긴 건가? 그냥 늦은 시각까지 집에 못 들어가고 일을 하고 있으니 안 됐다고 생각하는 건데 그게 잘못됐나? 아니야, 스스로에게 솔직해져야지, 나는 지금 저 아주머니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고 알지도 못하는 저 아주머니의 자녀들까지 한순간에 불쌍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어.
그렇다면, 그러면 나는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 거지? 어떻게 느껴야 하는 거지?
여자는 거기까지 생각하다가 더이상 생각하기를 그냥 포기해버렸다.
2.
주말에 친구들을 만났을 때 여자는 호식이두마리치킨을 흉봤다. 집 바로 앞에 호식이두마리치킨집이 있는데 한창 창문을 열어놓고 바람을 즐길 날씨에도 묵은 기름 냄새 때문에 창문을 닫아두거나, 그 냄새를 견뎌야했기 때문이다.
썼던 기름을 또 쓰고 또 쓰는 게 분명한, 적게는 수십 마리에서 많게는 수백 마리까지 몸을 담갔을 그 기름 냄새는 실제로 견디기 힘든 역함을 포함하고 있었다.
한 번에 두 마리씩 튀겨서 더한 것 같다고, 여자는 농담을 했다. 그런데 오늘 집에 돌아오는 길에 사장으로 짐작되는 아저씨가 가게 앞에 앉아 담배 피우는 모습을 보게 됐다. 그러고 보니 기름 냄새가 안 났다. 그러고 보니 기름 냄새 때문에 짜증이 났던 게 꽤 오래 전 기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설마 그동안 한 마리도 못 판 건 아니겠지. 다른 곳도 아닌 한국 땅에서 설마. 혹시 최근에 기름을 바꾼 건가. 그렇다고 해도 늘 나던 기름 냄새가 전혀 안 난다는 게 너무 이상하잖아.
가게 앞 낮은 계단에 앉아 담배를 피우는 남자의
모습이 그러고 보니 안돼 보였다. 호식이두마리치킨은 요 며칠 닭을 몇 마리나 팔았을까.
생각하며, 여자는 현관 도어락 비밀번호 네 자리를 입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