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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hyang Eun Nov 15. 2016

호주 여행과 콜드플레이(Coldplay)

노란(Yellow) 낙하산(Parachutes)의 추억

첫 해외여행지는 호주였다.


운 좋게도 대학교 일 학년을 마치고 겨울방학에 학교에서 보내주는 사 주 동안의 홈스테이와 어학연수에 참여할 수 있었다. 처음으로 해외를 나가는 것인 데다 겨울방학이었기 때문에 함께 가는 친구들과 연수가 끝난 후의 여행 계획을 짰다. 일 주냐 이 주냐를 두고 서로 많은 이야기가 오갔지만, 이게 어떤 기회인데 놀만큼 놀다가 들어와야 하는 게 아니겠냐는 것이 나의 강력한 주장이었다. 결국 친구들을 설득해서 우리는 이 주에 합의했다


하지만 사 주 동안 그곳에서 지내면서 친구들은 생각이 바뀌었다. 여행도 좋지만 하루라도 빨리 집에 돌아가고 싶어진 것이었다. 이번에는 친구들이 나를 설득했는데, 나는 도저히 설득당할 수 없었다. 넓은 호주를 비행기로 오가지 않는 이상 일주일 동안 가볼 수 있는 곳은 너무 적었지만 그렇다고 비행기를 타고 돌아다닐 만한 돈이 없었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 많이 보고 많이 다니고 많이 놀려면 아무리 못해도 이 주는 머물러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에 변함이 없었다.


연수를 마치고 홈스테이 했던 한 달 동안의 가족들과 눈물로 이별한 후엔 친구들과 일주일 동안 시드니와 멜버른을 여행한 후 다시 시드니로 돌아와 친구들과 헤어졌던 것 같다. 아, 벌써 십오 년 전 일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그리고 나는 골드코스트로 올라가는 여행을 했다.


처음으로 완전히 낯선 곳에 완전히 혼자가 되어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보내게 된 것이었다. 가장 저렴하게 이동하기 위해서 도시와 도시를 버스로 옮겨 다녔고 일주일 중 이삼일 정도는 야간 버스에서 잠을 잤다. 그랬기 때문에 그때 내게 유일한 친구는 시디플레이어와 그것이 재생해주는 음악이었다.


시디플레이어를 보물처럼 들고 다니며 여행하던 시절이었으므로, 나는 가는 곳마다 크고 작은 음반가게들을 들르는 것을 잊지 않았다. 유명한 박물관이나 성당을 가는 대신 길거리를 걷고 공원에서 점심을 먹으며 음반가게들을 많이 찾아다녔다. 한국에선 구하기 어려웠던 마그네틱 필즈(Magnetic Fields)의 69라는 음반을 사기 위해서, 한국에선 구하기 어려운 중고 음반들을 발견하기 위해서, 보이는 모든 음반가게를 빼먹지 않고 드나들었다.


이천일 년 이 월이었다. 당시 콜드플레이(Coldplay)의 인기는 실로 엄청났다. 그러니까 내가 지금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첫 해외여행의 추억을 돌아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콜드플레이의 내한 소식이 반가워서인 거다.



그땐 호주 어디를 가든 콜드플레이의 '옐로(Yellow)'가 흘러나왔고, 대형 음반 매장에는 콜드플레이의 첫 번째 정규앨범 'Parachutes'를 비롯해 그때까지 발매되어 있던 모든 싱글 음반들이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전시되어 있었다. 발매 국가마다 넘버나 재킷 디자인 등이 달랐던 당시에는 봤던 시디를 또 보고 또 봐도 지겹지 않았고, 콜드플레이의 일 집을 또 듣고 또 들어도 지겹지 않았다.


만약 그때 내게 시디플레이어가 없었다면 그 여행이 어땠을까. 돈을 아끼려고 식빵을 사서 공원에 앉아 먹고 있을 때 콜드플레이의 음악이 없었다면 그 여행은 지금 내게 어떤 기억으로 남았을까. 뭐 그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거다.


내년 사월 십오일에 콜드플레이가 드디어 한국에서 공연을 한다고 한다. 소문이 무성하던 어제부터 계속 일 집을 반복해서 듣고 있다. 그때처럼 지금도 여전히, 아무리 들어도 지겹지가 않다. 아마 일 집에선 몇 곡 하지 않겠지만 나에게 콜드플레이는 곧 일 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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