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오래갈지 알 수 없는 일주일기 #1
4월부터 스쿼시를 배우기 시작했다.
구민체육센터는 싸다. 그래서 경쟁이 치열하다. 심지어 대부분의 수업은 방문접수다. 그나마도 기존수강생 접수를 먼저 받아준다.
구민체육센터에서 스쿼시를 배워봐야지 하고 마음먹은 지 5개월 만에야 수강신청에 성공한 이유다. 방문접수 받는 월말만 되면 어찌나 이 일 저 일 생기는지. 그렇지 않으면 까맣게 잊고.
재미있는 건 이번에 내가 수강신청한 것도 수강신청 홈페이지 관리자의 실수 때문이었다는 거다. 3월 말, 역시나 이번에도 늦었겠지, 하지만 한번 들어가 보기나 할까, 하고 들어간 홈페이지에는 저녁 시간대 수업 빈자리가 딱 하나 남아있었다.
안타깝게도 중급반이었지만 유일하게 비어있는 한 자리였기 때문에 일단 신청부터 해놓고 전화를 했다. 한번도 배워본 적 없는 초보인데 중급 괜찮을까요? 안내직원은 괜찮을 거라고 했다.
처음 유리문을 밀고 센터로 들어갔을 때, 온 구민의 땀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옷을 갈아입으러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는 운동하러 와서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는 나 자신을 깊이 반성하며 두 번 다시는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목욕탕에 딸린 탈의실에 갔을 때는 온 여성구민의 존재를 공기로 느꼈다.
어쨌든 옷을 갈아입고 스쿼시장에 갔는데 뭔가 보기에도 구력이 느껴지는 분들이 잔뜩 있었다.
강사는 경험 있느냐 물었고 나는 난생처음이라 했다. 어떤 회원은 난 안 받아주더니 하며 화를 냈고 (나를 받아준 건 온라인이었고 그건 일어나서 안 되는 일이었다.) 어떤 회원은 일단 해보라고 했고 강사는, 일단.. 오늘.. 들어보고.. 안 되면 수업을 옮겨주겠다고 했다.
알고 보니 온라인으로 스쿼시 수업 신청이 가능했던 건 일시적인 오류였다. 거기다 하필 내가 신청한 반은 그 센터에서 가장 오래 친 분들이 모여있는 반으로, 최소 경력이 3년이었다.
어쨌든 오류 덕분에 나는 이미 가득 차서 신청할 수 없었던 시간대로 옮겼다. 알고 보니 나처럼 이번 달에 처음 배우는 다른 두 명의 수강생도 모두 그 마지막 한 자리를 신청한 거라고 한다. 오류가 만든 왕초보반이었다.
화요일과 목요일에 스쿼시를 배운다. 화요일에 배우고 목요일에 가면 그래도 이틀 전에 배운 것과 공친 것의 기억이 희미하게 남아있다. 그런데 금토일월을 쉰 후 화요일에 가면, 라켓을 어떻게 휘둘러야 하더라? 몸이 완전히 리셋된다. 눈 뜨면 같고, 눈 뜨면 또 같은, 영화 <오픈 유어 아이즈>나 <샤인> 같은 오프닝이 늘 반복된다.
운동도 연애처럼, 끊임없이 나를 발견하는 시간이 된다. 나는 자세를 배우고 나면 그것을 머릿속에서 되뇌다가 실제로 몸이 따라가지 못하는 편이다. 손목은 구십도, 팔꿈치를 안으로 접어 넣으면서, 팔을 휘두르는 게 아니라 손목만 스윙, 다리는.. 왼발부터 나가야 하나? 오른발부터 나갔던가? 뭐 그러다가 항상 조금씩 박자를 놓친다.
그러면 어김없이 강사가 자세를 교정해주고, 몸이 힘들어지면 그제야 머리를 비우고 몸으로 임하는데, 오히려 그때 훨씬 더 공도 잘 맞고 "그렇지!" 하고 외치는 강사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재미있는 건, 그렇지! 를 듣고 나면 다시 어? 이거였어? 근데 내가 어떻게 쳤더라? 뭐 그런 걸 생각하느라 다음엔 헛스윙을 날린다는 것이다.
어쨌든 몸을 움직이는 건 재미있다. 평소 거의 정지 상태이거나 최소한의 반경으로 움직이다가 그렇게 마음껏 팔을 휘두르고 얼굴이 시뻘게지도록 뛰고 나면 뭔가를 한번 비우는 기분이 든다. 그 뭔가가 지방이면 가장 좋겠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어쨌든 비워서 좋은 것을 비우는 기분이다.
오른팔로만 공을 치니까 왼팔이랑 짝짝이가 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도 되지만, 아마 다른 사람들이 들으면,
비웃겠지. 이제 겨우 수업 여섯 번 받았다.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