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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hyang Eun Apr 25. 2017

만오천 원

울며 쓰는 일주일기 #3


어젯밤엔 오랜만에 울었다. 열두 시 넘어서였으니 오늘 새벽이라 해야하나.

책을 만들 때 늘 텀블벅으로 후원금을 받는다. 영향력 다섯 권째를 만들면서 늘 프로젝트를 열었으니 다섯 번이나 한 셈이다.



텀블벅은 목표금액 100프로를 달성해야 프로젝트가 완성된다. 그리고 사실 우리는 늘 모자라는 금액을 자비로 채워 100프로를 달성시켜왔다.

달성하지 못한다고 해도 책은 만들 것이며, 아직 거의 알려지지 않은 우리로서는 그게 한 명이라도 누군가 후원을 해주었다는 그 사실 자체를 포기할 수가 없었다.

우리 돈을 채워넣으면 그만큼 수수료를 떼이지만 그래도 후원자들의 후원을 지킬 수 있다.

창간호를 만들 때는 호기롭게 목표액을 200만 원으로 잡았다. 창간호니까 지인들이 응원을 많이 해줬다. 하지만 목표액에는 모자라서 채워넣어야 했기 때문에 두 번째에는 절반으로 줄였다. 그 다음에도 또 줄였는데, 그게 마지노선이었다.

그렇게 세 번째, 네 번째를 지나 다섯 번째를 준비하면서 다시 목표금액을 높였다.

지금까지는 리워드가 주로 영향력 책만으로 구성됐는데, 나름대로는 후원이 저조했던 원인이 그게 아닐까 생각했다. 그래서 다섯 번째를 위해서는 두 가지의 제작 리워드를 추가했다.

텀블벅 취지에 맞게 이번에는 달성 못하면 깔끔하게 포기할 작정이었다. 미달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달성시킬 경우 극소량만 필요한 리워드를 제작하는 비용이 더 크기 때문이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에도 결국 미달되기는 했다. 하지만 후원인원으로만 놓고 보면 역대 가장 많은 분들이 후원해주셨다. 기대와 달리 책 위주의 리워드를 선택하시는 경향을 보여 좀 당황하긴 했지만 너무 기뻤다.



마감이 몇 시간 남지 않았을 때도 서너명이 더 늘었고 가장 많은 낯선 분들의 후원에 고무되어 우리는 마지막에 채워넣었던 후원금액을 줄였다. 수수료가 아깝기도 했지만 그것보다는 순수후원금액의 비중이 높은 상태, 그것을 원했다.


우리는 온라인으로 대화하며 12시가 되기를 기다렸다. 설렜다. 얼른 후원자들에게 보낼 책을 포장하고 싶었다. 12시가 되고, 알람이 울리고, 아마 둘이 동시에 페이지를 새로고침했을 것이다.



그리고는 각자의 집에서 턱 하고 내려앉는 가슴을 부여잡고 앉은 자리에서 더 낮게 털썩 주저앉았다. 마지막 순간에, 1분도 남겨놓지 않고, 마지막으로 2만 원을 후원하며 후원자 목록에 이름을 올렸던 한 후원자가 종료 직전에 후원을 취소한 것이었다.


15,000원


목표금액 백만 원에 15,000이 모자라 프로젝트는 무산되었다. 너무 당황스럽고 황망해 어쩔 줄을 모르다가 누군가가 조언을 해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인스타그램에 그러한 이야기를 올렸다.

수많은 사람들의 위로를 받고 있자니 눈물이 났다. 그 마지막 후원자가 의도를 갖고 그런 건 아니었겠지만, 프로젝트 종료 전에는 언제든 후원을 취소할 수도 있고 후원금액을 변경할 수도 있지만, 조금은 원망스러운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면 안 되지만 그 순간 그랬다.

텀블벅에 메일을 보내보았지만 기존 후원자들의 후원을 그대로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역시나 없었다.

정말 오랜만에 순전히 나 자신을 위해, 나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슬퍼하며 울었다. 그렇게 한 시간쯤 지나자 나는 이제 미친 여자처럼 실실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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