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hyang Eun May 17. 2017

그레고르 잠자,기 싫어

일주일이 두 번도 더 지나서 쓰는 일주일기 #5


아기들이 잠이 오면 자면 될 것을 자지 않고 칭얼대는 이유는, 잠드는 것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에 대한 누적된 경험이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눈앞에 항상 나를 돌보아주는 누군가가 있는데, 잠이 온다고 해서 너무 쉽게 눈을 감아버리면 그 사람을 영영 볼 수 없는 건 아닌지, 다시 눈을 떴을 때 그 세계로 돌아와 있을 것인지, 확신이 없어 불안할 것이다. 눈을 감는다는 것은 아직 신생아인 아기들에겐 매번 죽음을 체험하는 것과 같다고 들었다.


그랬던 아기가 자라고 크고 나이 먹어서 자기 싫다고 칭얼댄다. 자지 않고 버틴다. 지금 눈을 감지 않고 버티는 일이 마치 이 순간을 영원으로 연장해줄 것처럼 기를 쓰고 악을 쓰고 버틴다. 하지만 언제나처럼 잠을 이기는 사람은 없고, 언젠가는 영영 돌아올 수 없게 되겠지. 자기 싫다는 소리 괜히 한번 길게 늘어놔본다. 왜냐면 자기 싫으니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