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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hyang Eun Nov 22. 2017

소금 애호

소금은 조미료가 아니라 음식이다


여행 다녀온 친구에게 소금 선물 받았다.



소금은 가장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다.

빛과 소금 뭐 그런 의미 있는 의미 아니고 소금 본연의 맛을 즐긴다. 소금이 음식 속에 녹아 들어가면 이미 소금이 아니므로 내가 좋아하는 것은 조미료로서의 소금이 아니라 음식으로서의 소금이다. 소금이 많이 들어가서 짠 음식은 싫지만 생소금 혹은 맹소금은 상당량을 한번에 섭취할 수 있다.


지금도 종종 맥주안주로 소금을 먹고, 소금이 본연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조미김도 아무 목적 없이 다량 섭취하는 것이 가능하다. 치킨을 시키거나 순대를 주문하면 제공받는 소금도 물론 단독으로 먹는 것을 즐긴다. 이럴 때 엄마나 친한 친구들은 손등을 찰싹찰싹 때리지만 감시의 눈을 피해 먹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소금을 찍어서 입안에 넣는 건 1초면 충분하니까.

어렸을 땐 시장 통로에 리어카를 세우고 거기 가득 소금을 쌓아 소금만 파는 소금장수가 있었다. 리어카 가득 소금, 소금 위에 놓아둔 한 되짜리(맞나 몰라) 나무그릇에도 가득 소금, 그렇게 담아놓고 소금 주세요 하면 그 나무그릇을 그대로 들어 비닐봉투에 소금을 담아줬다.


소금은 한번 사면 꽤 오래 먹으니까 자주 사지 않아도 됐지만 나는 시장 따라갈 때마다 한 손은 엄마손을 잡고 다른 한 손은 리어카 위 소금을 찍어먹었다. (소금절도 죄송합니다) 한번에 잘 찍어 먹으려면 리어카가 보이는 순간 손가락에 침을 발라둬야 했다. 가끔 엄마한테 들켜서 혼났지만 열에 아홉은 완전범죄였다. 소금 리어카는 시장 가운데 통로에 있었고 엄마는 항상 통로 양쪽으로 늘어선 다른 가게에 시선을 두고 있었고 소금장수는 다른 가게에 시선 두고 있는 다른 어른들을 주로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소금리어카를 더이상 볼 수 없고, 있다한들 이제 어른이 되어서 해도 되는 일과 안 되는 일과 좀 부끄러운 일 따위를 분간할 수 있게 됐으므로 더이상 길에서 손가락에 재빨리 침을 묻힌 후 소금을 몰래 찍어먹는 일 따위는 할 수 없게 됐다. 어른이 된다는 건 금기의 목록이 길어진다는 것.

소금 갖고 갑자기 주절주절 하고 보니 결론을 어떻게 맺어야 하나 싶은데, 어쨌든 소금은 맛있고, 소금을 선물해준 친구야 고마워. 아무래도 고기를 굽기 전에 이 소금을 먼저 다 처분하게 될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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