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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hyang Eun Jul 03. 2018

밤의 일 - 동네책방에서 두근거림을 주문하세요

책방서로에서 책 주문하면서 사장님께 블라인드북을 부탁했다


퇴근할 때 덕분에 좀 설렜다.



책방서로 피드에서 움직씨 출판사가 최근 낸 동화책 <첫사랑>의 드레이크 배지를 보고 한눈에 반해서 (첫사랑답다!) 온라인 주문을 했다. 배지를 구매하면서 좋아하는 작가의 신작과 함께 사장님 추천 책을 블라인드로 주문했다. 블라인드북은, 자주는 못했지만 동네책방에 온라인 주문할 때 두어 번 요청드려 봤는데, 내 돈 내고 사는 책인데도 왠지 선물 받는 것 같고 왠지 두근거리고 참으로 묘한 매력이 있다. 책방서로 사장님은 이틀 정도 고민하시고 최근에 재밌게 읽은 책으로 정했다며 금액을 알려주신 후 다음날 바로 발송해주셨다. 그게 오늘 도착한다는 택배사 문자를 받았다.


최근에는 웬만하면 동네서점 가서 책을 사려고 하고 있다. 여기서 웬만하지 않은 경우라고 하면, 하루 이틀 내에 책을 구해서 봐야 하는 경우, 혹은 어느 서점에 책이 있는지 모르겠는데 기다리기에는 너무 빨리 보고 싶어서 현기증 나는 경우(드레이크 배지의 경우), 정도로 그렇게 흔하지 않다. 그러니까 웬만하면 손으로 직접 잡아보고 사고 있는 것.



독립출판 시작한 지 3년 가까이 돼가는데 처음 2년 정도는, 독립출판물 아닌 책들은 대부분 알라딘에서 샀다. 아무래도 편하고 익숙하고 싸고 사은품도 많아서 자연스럽게 그렇게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이제 사고 싶은 책 생기면 책방에서 찾아보고 사야지 생각한다. 숙제하는 학생도 아니고 (그런 지 너무 오래되었지) 책 사는 데 촌각을 다툴 일은 잘 없다. 아직 안 읽은 책을 쌓으면 천장이 낮을 정도니 읽고 싶은 책 있다 해도 급할 것이 없다.


책은 사서 읽는 게 아니라 산 책 중에 읽는 거라는 말이 있다. 책을 사서 집에 돌아오면, 책방에서 책을 사서 집까지 들고 오는 동안 그 글자들을 직접 옮겨오는 기분이다. 아직 펼쳐 읽지 않았더라도 그 글자들 모두 내 공간에 머물기 시작하게 되는 거니까 일종의 부양가족 같기도 하다.


그러니까, 지금 사모으는 책들 언제 다 읽을지 모르겠지만, 보내주신 책 (언젠가는) 잘 읽겠습니다! 살뜰히 챙겨주신 아기자기 귀여운 선물들도 너무 고맙습니다.


<오늘 너무 슬픔>은 바로 읽어볼 예정이다. 온종일 "점포 맘보"를 흥얼거리게 만드는 제발트의 <캄포 산토> 너무 좋긴 한데 잘 안 읽힌다 싶던 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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