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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hyang Eun Sep 27. 2018

밤의 일 - 아이를 키우는 건 시를 쓰는 일이겠구나

이게 뭐야?라는 질문 앞에서


친구를 만나고 왔다. 아이의 부모인 친구를 만난다는 것은 그 친구의 아이도 만나게 된다는 것이다.

네 량짜리 기차놀이 장난감을 갖고 놀던 아이는, 같은 질문을 최소한 열 번 이상 했다. 이게 뭐야? 이게 뭐야? 처음에는 물을 때마다 기차야, 기차야, 답했다. 열 번을 물어도, 스무 번을 물어도 친절하게 답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그런데 세 번째도, 네 번째도, 똑같이 기차야, 라는 대답을 하면서 스스로에게 의심이 들었다. 이렇게 계속 같은 답을 해도 되나? 이건 정말 단순히 “기차야” 하고 답할 무언가가 맞나?

그래서 몇 번째부터인가는 “칙칙폭폭 기차야”라든가, “빨간 기차야”라든가, 다르게 대답하려고 했고, 대여섯 번을 넘어가면서는 표현력과 상상력의 부재로 인해 다시 기차야,로 되돌아 갔던 것 같다.

집에 오니 친구가, 아이가 기차를 갖고 노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 보냈다. 아이는 여전히 이게 뭐야? 라는 질문을 했고 친구는 그때마다 그건 화물을 싣고 가는 기차야, 그건 사람을 싣고 가는 기차야, 그건 기름을 싣고 가는 기차야, 하고 답했다.

동영상을 보면서, 아이는 문학이구나 했다. 이게 뭐야?라는 질문을 딱 한 번 하고 말았다면 나는 으레 그것에 주어진 이름을 대는 것에 그쳤을 것이다. 하지만 그 질문을 반복적으로 받으면 우리, 혹은 그 누가 언제 왜 붙였는지도 모를 그 이름만으로는 그것을 표현하기에 부족하다고 느낀다. 설명하거나 묘사하려고 한다.

그래도 같은 질문이 이어진다면 그것의 의미나 역할을 곱씹어보게 되고 그래도 여전히 그게 뭐냐는 질문을 받으면 지금까지 내가 답한 모든 것에 의구심을 품고 그것에 대해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 보게 될 것이다. 세상의 언어나 통념의 언어가 아닌 나만의 언어로 표현하려고 할 것이다. 그러니까 문학은 그때까지 질문하고, 작가는 그 반복되는 질문에 대답하는 사람인 것 같다.

이제 막 말을 시작한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비록 시집으로 만들지 못했어도, 아마 하루에도 몇 편씩 시를 쓰고 있겠구나.

이게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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