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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hyang Eun Jul 25. 2019

영화 <롱샷>

이 영화는 판타지코미디다

영화 보는 동안 크게 불편하게 느끼는 지점 없이, 편하게 웃고 왔다.

대선을 준비하는 여성 국무장관 캐릭터, 해고 기자가 우연히 그녀의 연설문 작가가 되고 연인이 되는 과정이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도 현실적인 데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아예 이것은 코미디이자 판타지구나, 하는 생각으로 보게 된다.

그 안에서 현실의 모든 불편한 지점들은 보기 좋게 깨진다.

백인우월주위자들은 스파이를 잡아내 처단하는 데 실패하고, 권력에 빌붙은 언론재벌 또한 차기 대통령과 담합을 도모하나 실패하며, 대통령 자격이 없는 대통령은 누가 억지로 끌어내리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그 자리를 내려놓고자 하고, 대통령 될 사람이라면 당연히 포기할 것 같은 관계는 포기하지 않고 지켜낸다. 국민들 또한 현실에서처럼 손가락질하거나 욕하기보다는 그 용기를 지지한다.

이렇게 적고 보니 더더욱 말이 안 되는, 지금부터 모든 인류가 한마음으로 노력한다고 한들 저런 세상이 올까 싶은 줄거리다. 저 모든 내용은 현실과도 다르지만 인간 본성과도 다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재미있게 보고 나왔다. 리얼리티에 대한 기대가 없었기 때문에 조금 마음이 풀어진 것도 있었지만 샤를리즈 테론의 매력이 이 영화를 끌고 간 덕분이 아닐까 싶다. 매력적인, 대단한 권력과 지성을 가진 바쁘고 외로운 사람이, 사실은 다른 사람과 다를 바 없으며 적어도 정말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 안에서나마 안식을 찾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영화를 보게 만든다.



다만 아쉬운 점은, 기존의 영화 공식에서 많은 것들이 거꾸로 뒤바뀌긴 했지만 다소 단순하게 1대 1로 바꿔서 치환했을 뿐이라는 느낌이 들었던 거였다. 신데렐라 스토리에서 남, 녀가 바뀌었을 뿐 “잘 나가는 여성(남성)이 현실적인 위기에 처한 남성(여성)을 구원하고,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답니다” 하는 뻔한 구조 자체는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물론 이 영화에서 샬롯(샤를리즈 테론)의 정치인이라는 배경은 매우 극적인 장치일 뿐이긴 하지만 각각의 캐릭터가 중요하다고 보면, 캐릭터의 배경들은 그 자체로는 큰 의미가 없다.

어쨌든, 코미디라면 이렇게 이상적인 어떤 지점을 향해 마구 내달리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는 생각이 든다. 별생각 없이 보면 그냥 재미있는 영화인데, 최소한 감독이나 배우들이 별생각 없이 보게 만드는 재주는 충분히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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