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조선에는 없는 사람

무한마담 일기 #5

by Mihyang Eun

유한마담 [有閑madame]

생활 형편이 풍족하여 일은 하지 않고 놀러 다니는 것을 일삼는 부인


무한마담 [無閑madame]

생활 형편이 풍족하지 않지만 일은 하지 않고 놀러 다니는 것을 일삼는 여자




지난 5월 말, 직장인으로서의 마지막 날에 점성술사를 만나러 갔다. 그녀는 내가 태어난 날 내 머리 위의 별자리와 그즈음의 별자리를 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줬다.



몇 주 전 주말, 후배의 결혼식 날에 대학 선후배들이 여럿 모였다. 돌아보면 우리 동아리에는 서로에 대한 애정을 에둘러 표현하는 츤데레들이 남녀 가리지 않고 유독 많았다. 요즘 유행하는 아재 개그를 곁들여 서로를 츤츤하게 놀려가며 사는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자연스레 나의 일과 사랑에 대해서도 논하는 시간이 돌아오기에 나는 점성술사가 해 준 이야기를 전했다.

점성술사는 내가 우리나라의 결혼제도와 맞는 사람이 아니며, 나의 일과 사랑 모두 ‘남조선인’에 한정돼 있지 않을 거라고 했다. 내가 스스로의 몸에 검정 묻히기를 싫어하는 ‘두루미’라 하여 나와 동행을 웃기는 등 그녀는 스토리텔러답게 어휘 구사력이 남달랐다. 세계로 뻗어나가는 일과 사랑이라니, 나쁘지 않지. 나는 그렇게 생각해왔다. 그런데, 그 날, 그 자리에 있던 누군가가, 새로운 해석을 내놓았다.

“그럼 당신의 일과 사랑은 통일 이후를 내다봐야겠군”


그것이 광어와 감성돔과 우럭회와 산낙지와 해삼과 멍게와 개불을 절반도 다 먹지 못한 채 남겨두고 나온 특화시장 2층에서의 일인지, 캔맥주를 마시던 벤치에서의 일인지, 학교 때 느낌 물씬 나는 숙소 방바닥에서의 일인지, 그 발화가 누구의 목구멍을 거쳐 나왔는지는 이상하게 전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지금까지의 이야기와 상관없이 난 원래 오래전부터 통일을 간절히 바라 왔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keyword
작가의 이전글식탐, 그 쓸쓸함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