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마담 일기 #2
유한마담 [有閑madame]
생활 형편이 풍족하여 일은 하지 않고 놀러 다니는 것을 일삼는 부인
무한마담 [無閑madame]
생활 형편이 풍족하지 않지만 일은 하지 않고 놀러 다니는 것을 일삼는 여자
백수가 된 후 처음 했던 일 중 하나는 그동안 썼던 카드빚을 일단 청산하는 거였다. 이후로는 가급적 현금만 썼다.
월급 꼬박꼬박 받을 때야 이달에 쓰나 다음달에 쓰나 그 돈은 그냥 통장을 스쳐갈 뿐인 돈이었지만 백수는 사정이 다르다. 있는 돈을 모두 탕진하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더 이상 백수로 살 수 없다. 그래서 수중에 얼마나 있는지, 얼마나 더 쓸 수 있는지를 알아야 얼마나 더 놀 수 있는지도 계산할 수 있다.
엄마 집에는 최소한의 것들만 가져와서 지내고 있었다.
옷도, 가방도, 신발도 최소한으로 가져와서 돌려 입고 하나만 신고 그러고 있는데 놀랍게도 별로 불편하거나 아쉬울 게 없다. 여행할 때처럼 최소한의 의복으로 빨아 입고 돌려 입는다(뒤집어 입지는 않는다). 직업인이 된 이래로 최장기간 옷이나 신발도 사지 않았다(일본 여행 가서 사 온 바람막이는 기념품으로 간주한다).
다시 말 해 지금 삶은 "돈이 떨어질 때까지"로 기간이 한정된 임시의 삶에 가깝다.
글을 쓰고 책을 만들면서 적당히 바쁘고 적당히 여유 있는 이 임시의 삶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지속가능한 백수생활이 어떻게 하면 가능할지 궁리에 궁리를 해봐도 뾰족한 수는 없어서, 그렇다면 적당히 벌어도 행복하게 살 수는 있을 것 같다는 결론 쪽으로 슬슬 향해 가고 있던 찰나,
조카가 태어났다.
돈을 많이 벌고 싶어 졌다.